나주 곰탕표 진국 사운드, AR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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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곰탕표 진국 사운드, AR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 이창근
  • 승인 2014.09.01 00:00
  • 2014년 9월호 (50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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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장마에 비는 지지리도 흐드러지게 내린다. 나이 들어 체력이 소진되어서일까? 평소 주량도 반 토막이고 청력까지 예전 같지 않아 음악 듣는 취미 생활마저 흥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 찾게 되는 오랜 친구 같은 기계는 역시 AR뿐이다. 취중에 한 말 또 하고 듣기 싫은 돌직구 악담으로 비위를 거슬러도 그냥 넉넉히 받아줄 것만 같은 만만하고도 진중한 나의 벗! 그중에서도 AR 인티는 별의별 호작질(?)에 거들떠보지 않았던 긴 세월마저 감내하며 또 한 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여기서 호작질이란 저급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음은 동사의 리시버보다 소리가 못하다는 고정 관념을 뒤집어 보고자 무리스런 개조, 즉 개악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AR 리시버가 콘덴서 개수도 더 많고 전체적인 부품의 퀄러티 또한 아주 약간 높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거래 가격도 리시버가 비싼 게 현실이지만 인티에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이 또한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이다. 좌우 채널 저항 수치를 맞춰주고 파워부 시멘트 저항을 권선 저항 정도로만 교체해도 일취월장함을 알게 된다. 여기에 톤 컨트롤부 전해 콘덴서만 요즘 각광 받는 신예들로 갈아주면 거의 완성을 볼 수 있다. 물론 오리지널 신봉자라면 그냥 건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쓰기만 하면 그뿐이다.
밀폐형 스피커를 위해 태어난 앰프답게 트랜스 아웃 타입이라 다양한 임피던스에 적응하며 8Ω시 채널당 50W 정도의 출력을 스펙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실제 장악력은 수치를 가볍게 상회해버린다. 이 부분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69년 이후 롱런을 만들어 낸 비결일 것이다.
내부를 열어보면 흡사 미친놈 머리카락 마냥 정신없이 늘어진 하드와이어링 타입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가지런히 정렬된 기판 형태에서 흉내낼 수 없는 제작자의 소리 철학이 용해되어 있음 또한 발견케 된다.
남도 음식 중에 나주 곰탕이란 게 있다. 사골곰탕이나 설렁탕보다 멀건 국물에 수육이 푸짐하게 들어 있어 담백함 중에 먹을수록 속이 꽉 차오름을 느끼게 해주는 일미 중의 하나이다. AR 인티를 들어보면 강력한 드라이브로 중역대를 꽉 채워주며 주선율을 완전 지배해버린다. 그러나 텁텁하지 않은 담백한 기조 속에 응축된 한방이 있어 울리기 어려운 AR 스피커의 속을 꽉 채워주는 포만감을 제공한다. 다소 대중적인 음악 취향이라면 피셔 계열 앰프들이 귀에 들어오겠지만, 고전 음악이 우선이고 이러한 나주 곰탕표 진국 사운드를 원한다면 AR 인티를 배제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AR 인티의 매력은 외향에서 풍기는 심플한 멋에서 찾을 수 있는데, 5개의 노브만이 일렬횡대로 늘어선 간결한 디자인은 두고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오디오계에 미니멀리즘을 창시한 AR답게 5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소유욕을 자극케 하는 마력은 경외심마저 품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구형 앰프들에겐 우드 케이스만큼은 꼭 챙겨줄 것을 말해두고 싶다. 비용 때문에 혹은 원래 제짝이 아니란 이유로 알몸의 초라함을 노출시켜선 안 된다. 흡사 레드 카펫을 걸어갈 여배우에게 드레스를 빼앗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비록 복각품일지라도 오랜 세월 버텨온 몸체에 생긴 생채기도 가려주고,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대한 예우를 지켜 준다는 차원에서 우드 케이스는 백전노장들에게 계급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을 씌워주는 배려를 아끼게 되면 절대 곁에 오래두지 못한다. 그것이 본인의 의지건, 타인의 강요건 무조건 방출이란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AR 인티앰프! 그를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비밀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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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9월호 - 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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