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라(Revela) 2는 진공관 앰프로 시작해 이제 8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전통의 오디오 명가 쿼드에서 내놓은 신형 스피커 제품이다. 본격 리본 트위터와 트윈 6.5인치 우퍼, 6인치 미드레인지를 통합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인데, 중·저가 제품으로도 얼마든지 최고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조인 제작사답게 우아하고 중량감 있는 인클로저 안에 이 유닛들을 적절히 배합, 모범 홈 스피커의 전형으로 완성시켰다.
시청기는 인클로저부터 종래 검소하기만 했던 쿼드 제품답지 않다. 피아노 레커도 고급스럽고 이 사이즈로서는 상상 이상의 30kg이 넘는 무게 하나만으로도 쿼드의 야심작임이 증명된다. 그러나 가격은 만듦새에 비하면 검소하다. 영국적 오디오 양식이라고 불릴 수 있겠다.
쿼드의 스피커 제품으로 리본 트위터를 사용한 기종이 여러 제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미려하고 품위가 넘치며 사운드가 수준 이상인데, 무엇보다도 사용하기 편하다는 장점을 덕목으로 들 수 있겠다. 스피커에서 사용하기 편하다는 것은 앰프와의 매칭이 무난하다는 의미이다. 사람으로 친다면 성격이 소탈한 사람은 누구를 만나도 금세 좋은 분위기를 만들지만 까다로운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만나서 오히려 불쾌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면 얼마나 딱한 노릇인가. 그런 오디오 기종을 가끔씩 만난다. 감도 높은 풀레인지 제품이기 때문에 상식적인 판단으로 낮은 출력의 앰프를 걸었는데도 형편없는 매칭이었고, 여러 인티앰프로 바꿔 봤어도 대부분 생소하고 서투른 소리가 나왔다. 나중에야 상당한 대출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대체 감도가 높은 스피커에 왜 대출력? 당연히 그런 의문이 지금도 남아 있다.
스피커의 덕목은 특별한 경우 아니면 웬만한 앰프로도 대강의 소리는 다 울려야 한다. 초기 미국제의 대형 극장용 스피커들은 300B 진공관을 사용한 10W 내외의 앰프로도 잘 울렸다. BBC 모니터 제품도 비록 수치상 감도는 낮지만 울리기 어렵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스피커들이 100W 미만 출력만으로도 충분히 울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점점 어렵게 복잡하게 만들어야 실력이 있는 것처럼 진보하는 것이 세상만사라고도 하지만 항상 아쉽다.
시청기는 잘 울린다. 몇 십 와트 출력의 인티앰프 여러 기종으로 울려 봤는데 앰프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스피커처럼 소리가 달라진다. 쾌감을 느낄 정도.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스피커 조건 아니겠는가. 시청기의 안내서에도 탁월한 동적 성능과 함께 풍부하고 제어된 저음 출력을 제공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그런 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청기는 고급기처럼 시시콜콜한 기술 특성을 나열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리본 트위터에 대한 설명이 강조되어 있는데, 쿼드의 음향 디자인 이사인 피터 코뮤(Peter Comeau)는 새로운 수준의 음악적 섬세함, 부드러움 등을 제공해 보다 아름다운 디테일을 드러내기 위해 4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트루 리본 트위터를 더욱 발전시키는 획기적인 엔지니어링 작업을 해 왔고, 이 트루 리본 트위터의 정말 숨 막히는 성능으로 음악 컬렉션을 감상해달라는 구절이 인상 깊다. 사실 리본 트위터라고 해도 성능이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저작권이 풀려서 여러 제작사에서 마음대로 갖다 쓰는 시절이지만, 새롭게 재개발을 하는 곳은 많지 않은 터인데, 이 점에서 쿼드의 이런 자세는 괄목할 만하다.
공개 자료에 의하면 동사의 트루 리본 트위터와 결합되는 베이스 및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도 수년간의 연구, 개발, 테스트 및 지속적인 혁신을 거쳐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 베이스 및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Reveal’이라는 새로운 고급 섬유 구성(Advanced Fibre Composition)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목재 펄프와 파라-아라미드 같은 인공 섬유를 배합한 독특한 소재로 다이어프램을 만들었다는 뜻. 이를 통해 더욱 감쇄되고 강화되어 우수한 저음 제어 성능을 지녔으며 중상위의 공명을 부드럽게 한다. 더 큰 진폭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맞춤형 고무 서라운드와 견고한 다이캐스트 섀시도 적용되었으며, 높은 감도를 위해 고출력 자석과 보이스 코일로 구성된 모터 시스템도 장착되었다. 결과적으로 파워, 깊이, 속도 및 풍부한 표현을 갖춘 뛰어난 저음 성능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또 인클로저는 쿼드 산업 디자인 진화의 결실이며, 동급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우수한 품질이다. 실제 목재 베니어판을 사용했고, 숙련공들이 손으로 광택이 나는 고정밀 가공을 해 장인 정신이 깃든 가구 수준의 품질을 보여 준다. 그리고 내부는 버팀대로 보강되어 있고, 목적에 맞게 설계된 구조를 통해 원치 않는 진동과 공명을 소멸시키고 있다.
소리는 그야말로 훌륭하다. A 앰프에서는 특별한 개성 없이 따스하며 아늑한데, B 앰프에서는 시원하고 끈기 있으며 깊이감이 대단하고 생생하며 요염한 맛이 난다. 이렇게 앰프의 특성을 잘 드러내며, 만듦새, 기술력, 소리 모두 결격 사항을 찾기가 힘든 우량한 제품이다.
가격 600만원
구성 3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6.5cm 어드밴스드 파이버 콘, 미드레인지 15cm 어드밴스드 파이버 콘, 트위터 27×60mm 트루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40Hz-24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650Hz, 3.8kHz
출력음압레벨 89dB/2.83V/m
임피던스 6Ω, 3.9Ω(최소)
권장앰프출력 20-200W
최대 파워핸들링 200W
크기(WHD) 35×96.5×32.5cm
무게 31.8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