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생 브랜드지만 상당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피요르 오디오(FJORD AUDIO)가 해외 시장 데뷔 후 드디어 국내에 본격 소개되었다. 피요르 오디오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인지도를 쌓고 있는데, 신생 브랜드가 이렇게 인지도를 빠르게 쌓는 경우가 사실 흔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엔드 오디오는 단순히 사운드만 좋거나, 디자인만으로는 쉽게 승부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운드와 디자인은 당연히 좋아야 하며, 여기에 명확한 브랜드 철학과 고집까지 있어야 가능하다. 즉, 브랜드를 선택하게 하는 결정적 한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

디자인과 브랜드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북유럽 브랜드로 착각할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해외 쪽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한, 한국의 신생 진공관 앰프 브랜드다. 특히 피요르 오디오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진공관 앰프 스타일과는 좀 다른 파격적인 디자인과 오리지널 기술들을 내보이며,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기존 진공관 앰프의 단점들을 완전히 극복한, 새로운 스타일의 진공관 앰프로 높이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오디오 진입이 가장 까다롭다는 영국에서 인정받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피요르 오디오의 장현태 대표는 엔지니어로 오랫동안 활약해왔고, 오디오 평론가이자 마니아의 길을 오랜 시간 걸어온 만큼, 본인이 가장 가지고 싶고 만들고 싶었던, 가장 이상적인 하이엔드 앰프를 상상하고 실현시켰다. 자신의 모든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이 진짜 요구하는 최고의 진공관 앰프를 완성시킨 것이다. 이런 특징들은 P150 모델에서도 잘 나타나 있는데, 스테레오 타입이 아닌 모노블록 파워 앰프라는 점, 그리고 좀더 하이엔드적으로 체급을 높인 상당히 공격적이고 과감할 정도의 물량 투입이 이뤄진 제품으로 탄생시켰다. 피요르 오디오의 핵심 모노블록 파워 앰프, P150을 소개한다.

우선 디자인이다. 노르웨이의 피요르 협곡의 이미지를 그대로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의 힘이 디자인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이런 자연의 미를 강조하기 위해 알루미늄과 우드를 접목했다고 하는데, 그 의도가 확실히 전해진다. 유려한 마감부터, 타워형 스타일까지, 피요르 협곡 절벽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내부는 알루미늄 기둥과 패널로 압도적인 견고함을 보여준다. 마치 경이로운 예술 건축물을 보는 듯한 3층 구조인데, 1층은 트랜스포머, 2층은 전원부, 3층은 증폭 회로부로 구성되어 서로 간섭할 여지 자체를 주지 않는 설계이다. AC 입력부의 케이블은 바닥에 숨겨 배선하도록 하여, 트랜스포머나 기타 누설 전류를 차단하고 있는 센스도 돋보인다.

완벽한 풀 밸런스 회로를 구성한 특별한 DFD(Direct Full Difference) 회로가 탑재되었다. 이는 입력부터 최종 출력까지 모두 풀 밸런스만을 지원하는 방식인데, 완전한 핫, 콜드 분리 방식을 구현했고, 출력 트랜스포머 역시 DFD 전용으로 설계되었다. 참고로 완전한 풀 디퍼런셜 방식은 실제 진공관 파워 앰프에서는 진짜 보기 드문 방식이다. 내가 아는 한 아마 최초가 아닐까.

제로 피드백 회로와 퓨어 클래스A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진공관 앰프는 SNR과 THD 특성 문제로 대부분 피드백 회로가 적용되기 마련인데, 피요르 오디오는 하이엔드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처럼 제로 피드백 회로를 적용했다. 아마도 상당한 기술적인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로 보이는데, 실제 피요르 오디오는 투명하고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중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제로 피드백 회로를 상당히 중요시 여기고 있다. 퓨어 클래스A 방식을 위해 입력부와 드라이버용으로는 피요르 오디오 12AU7 진공관을 2개, 출력관은 텅솔 KT150 진공관 4개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퓨어 클래스A 방식으로 최대 출력 90W를 만들어내며, 탄탄한 설계로 최대 출력에서도 디스토션이 발생되지 않는다고 한다. 참고로 실제 드라이빙과 에너지를 경험해 보면, 마치 300W 클래스AB 솔리드 앰프에서 나오는 듯한 에너지감이 진짜 일품이다.

전원부 성능 역시 특별하다. 퓨어 클래스A이기에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전원부인데, 실제 제품 전체의 75%가 전원이 자치할 정도 엄청난 물량 투입을 보여준다. 단적으로 출력의 10배가 넘는 980W의 소비 전력과 엄청난 진공관 발열을 경험해 보면, 아마 쉽게 전원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런 탄탄한 전원부는 진공관 앰프의 단점인 저역 반응 속도를 거의 솔리드 앰프 수준으로 끌어내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한다. 전원 트랜스포머는 2kW급 규격의 차폐된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있으며, 출력 트랜스포머는 일반적인 권선 방식이 아닌 DFD 회로를 위해 특별 제작된 독자 권선 방식의 EI 트랜스포머를 적용했다.

각종 보호 회로와 바이어스 컨트롤 방식 또한 눈에 띈다. 스탠바이 회로와 함께 프로텍션 회로가 기본 탑재되어 있다. 또한 바이어스 컨트롤은 자동 바이어스 방식이면서, 내부 회로에서 항상 일정한 바이어스 전류를 모니터하여 유지시켜 준다. 이 덕분에 높은 출력에서도 안정적인 구동력과 동작이 가능하다.

실제 사운드는 제로 피드백 회로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탁 트인 개방감과 투명하고 디스토션 제로의 특성이 이 제품의 확실한 그레이드를 보여준다. 클래스A가 전해주는 순도 높은 퀄러티와 질감 표현은 그야말로 미친 수준. 또한 90W 출력 그 이상의 300W에 가까운 에너지감이 느껴지는 사운드도 쾌감 그 자체이다. 실제 일렉트릭 음악과 비트 있는 팝 음악에서의 저역 반응은 마치 솔리드 앰프를 연상시키듯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다. 사실 그동안 진공관 앰프라면 늘 솔리드 앰프에 비해 뭔가 반응 자체가 느리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P150을 실제 들어본다면, 그 고정 관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철저히 하이엔드 성향에 맞추어진 튜닝이고, 진공관 앰프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성능을 끌어냈다는 제작사의 말에 충분히 공감 간다.

모든 부분이 새로운 흥분이다. 지금까지 왜 이런 진공관 파워 앰프를 만날 수 없었는지, 의아할 정도. 그만큼 기술력, 사운드, 디자인 모든 것을 새로운 스타일로 차별화시킨, 피요르 오디오만의 성공 전략이 제대로 와닿았다. 제작사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진공관과 솔리드의 경계를 허문다는 의미가 시청을 마친 후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디자인부터 사운드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든 하이엔드 진공관 파워 앰프이다.

가격 3,740만원(페어)
구동 클래스A
NFB 제로 피드백
사용 진공관 KT150×4, 12AU7×2
실효 출력 90W(피크)
아날로그 입력 XLR×1
주파수 응답 10Hz-20kHz(-3dB)
입력 감도 920mV
THD 0.1%
S/N비 91dB
크기(WHD) 33.6×54.2×45.7cm
무게 35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