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의 역사와 회사의 역사가 같이 가는 회사가 몇몇 있다. 쿼드의 경우가 그 중 하나인데, 오랜 역사동안 살아남은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자들을 만족시켜주는 만족감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것이다. 품질이나 가격, 그리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만족감을 주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쿼드의 제품에서 얻게 되는 또 다른 만족감은 세월일 것이다. 제품의 개발 주기가 다른 회사의 제품보다는 월등하게 긴 까닭에 한 번 제품을 사들이고 나면 오랜 세월을 새 물건처럼 신선한 만족감을 가지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신제품의 발표가 뜸한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고 하면 그것 자체로 이슈가 되는 것인데, 오랜 세월 동안에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 내어야 하는 제품인 만큼 출시된 제품의 완성도는 대단히 높다. 게다가 오랜 세월을 질리지 않도록 하는 외관 디자인도 수수하지만 은근해서 함께 지내면서 더욱 그 매력에 빠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달의 리뷰 제품인 엘리트 시리즈도 수년 전에 발표된 기기이지만 아직도 새로운 매력을 하나씩 드러내고 있는 제품이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섀시 안에 프리앰프와 모노블록 메인 앰프를 구성하여 넣고 있다. 하나의 틀에서 얻어낸 섀시를 사용함으로써 대량 생산으로 인한 비용의 절감 효과를 얻고 있어서 동 가격대의 제품으로는 얻기 힘든 튼튼한 몸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합리적이고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영국인의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인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구성 하나만큼은 최고를 자랑한다.



프리앰프는 이전의 쿼드 제품에서 아이콘처럼 여겨지던 둥그런 노브가 없이 작은 스위치와 디스플레이 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3조의 라인 입력 외에 카트리지까지 입력이 가능한 포노단도 갖추고 있어, 아날로그 프리앰프의 고전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같은 모양의 섀시에 수납된 FM 튜너와 CD 플레이어를 더하면 하나의 일체화된 오디오 스테이션이 구성된다. 각각의 기기 사이는 일반적인 오디오 커넥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전용의 커넥터인 쿼드링크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가 있다. 파워 앰프는 여유 있는 전원부를 탑재하고 있는 모노블록이라서 겉으로 보는 크기에 비해서 높은 출력인 150W를 내어주고 있다. 같은 크기의 섀시에 스테레오 구성의 앰프도 있기 때문에 실내의 크기나 매칭 스피커에 따라서 선택의 범위를 넓게 가져갈 수가 있다. 쿼드링크를 이용한다면 멀티채널의 서라운드 앰프나 멀티 룸의 설치가 용이한 점도 이 제품이 갖는 장점 중의 하나이다.
재생을 위한 시스템의 구성은 입력 장치에 유니슨 리서치의 유니코 CD 프리모를, 스피커에 야모 S628이 준비되어 있었다. 앰프의 모든 기능은 리모컨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고 각 입력원에 따라서 게인을 조정할 수가 있어서 다양한 기기의 연결을 통한 컨트롤 스테이션의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음 시청한 곡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 지면서 머릿속을 맴돌던 멜로디를 재생장치를 통하여 만들어내고 싶었다. 실내를 가득 채우는 음이 스피커 앞쪽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음의 균형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한마디로 출력 과잉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 들리던 음역대의 소리가 나오면서 앰프의 음은 자리를 잡아갔다.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의 경우에 진공관 앰프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워밍업에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 여럿 있는데 쿼드의 경우도 이에 해당하는 것 같다.



스피커 시스템을 이번 호의 시청기기인 킹 사운드의 기타 1로 바꾸어 보았다. 6인치 크기의 우퍼와 정전형 트위터를 장착한 이 제품은 어찌 보면 쿼드의 앰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기도 하다. 쿼드 브랜드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도 동사의 대표 스피커 시스템인 ESL인데, 이러한 방식의 스피커 시스템의 원류인 회사가 바로 쿼드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있어서인지 정전형 스피커 시스템을 울리는 쿼드의 앰프에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저 능률의 스피커 시스템을 여유 있게 울려주는 힘과 안정적인 동작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전형 스피커를 장착한 킹사운드의 시스템은 의외의 음을 들려주었다. 정전형 스피커 시스템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농밀한 중음역이 나오는데 초고역에 이르기까지 투명하게 이어지는 음만 아니라면 정전형 스피커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풍성한 음이 나오고 있었다. 앰프의 구동 능력이 대단함을 알 수가 있는 대목이다. 음의 균형도 야모의 경우보다는 훨씬 안정되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 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시간이 없어 다른 스피커 시스템과의 연결을 해보지 못한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 제품도 이전의 쿼드 제품처럼 아주 오랜 세월을 우리 주변에 남아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물건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Elite Pre-Amp
가격 145만원   입력 RCA×3, Tape×1, MM×1   주파수 응답 0.1Hz-55kHz(±3dB)   S/N비 78dB   THD 0.05% 이하 
임피던스 100Ω   크기(WHD) 32.1×7×31cm   무게 4.4kg 



Elite Mono
가격 115만원(1개)   실효 출력 150W(8Ω)   주파수 응답 0.2Hz-80kHz(±3dB)   THD 0.005% 이하(1kHz) 
S/N비 105dB 이상   입력 임피던스 33KΩ   크기(WHD) 32.1×7×31cm   무게 6.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