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yphon Legato Legacy 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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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yphon Legato Legacy SA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2.08.01 00:00
  • 2012년 8월호 (48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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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재생을 위한 극한의 테크놀로지
 그리폰 풀 시스템으로 들은 본기의 음은 간단하게 거대하다, 압도적이다, 음이 쏟아진다,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PA에서 마구 쏟아지는 무절제한 음은 결코 아니다. 모든 디테일과 해상력이 살아 있고, 에너지가 출중하면서 또한 우아하다. 과연 이런 경지가 가능한 것일까? 여태껏 많은 대형 시스템을 들어봤지만, 이렇게 속이 꽉 차고 정보량이 엄청나면서 모든 부분이 아름답게 컨트롤된 음은 처음이다. 이번에 만난 레가토 레가시는, 어찌 보면 그리폰에서 핵심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앰프 메이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출발이 헤드 앰프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시간은 약 30년 전인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자이너이면서 오디오파일인 플레밍 E. 라스무센 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헤드 앰프의 디자인을 킴 리스호이에게 의뢰했을 때, 그 스펙은 무척이나 까다롭고 어려웠다. 풀 밸런스 회로, 듀얼 모노, 클래스A 거기에 풀 디스크리트 회로에 이르기까지, 숱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프로젝트였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제품이 나와, 주위의 요청으로 정식 생산에까지 이르다보니 지금의 그리폰이 된 것이다.레가토 레가시를 이해하려면 그리폰의 데뷔작인 헤드 앰프뿐 아니라, 1994년에 출시된 오레스테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것은 최초로 밸런스 회로를 탑재한 MC 프리앰프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갈고 닦아, 거의 20년만에 포노 앰프가 나온 셈이니, 그간의 세월 동안 축적된 노하우가 듬뿍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기서 레가토라는 것은 음악 용어로,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함께 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Bound Together'의 바운드가 그리 간단히 번역될 단어는 아니다. 정확히는 별도로 음표에 표기는 하지 않더라도, 모든 악기들이 물 흐르듯 스무드하게 연주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기를 들으면 바로 이런 느낌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마치 실연을 듣는 듯 일체의 억지나 과장이 없이 스무드하게 음이 와 닿는다. 단지 음악뿐 아니라 오디오 기기와 듣는 이 자체가 함께 '바운드'하는 느낌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일단 본기를 보면 두 개의 박스로 나뉘어 있는 데에 놀랄 것이다. 당연히 하나는 파워 서플라이인데, 그냥 대충 만들지 않았다. 내부를 보면 큼지막한 C-코어 트랜스를 삽입한 가운데, 클래스A의 듀얼 모노 방식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 또 배치 자체가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가벼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한 가지 희소식이라면, 동사의 판도라 프리앰프를 쓸 경우, 여기에 부속된 파워 서플라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경우, 아무래도 예산을 짤 때 부담이 덜하지 않겠는가.이어서 포노단이 삽입된 본체를 보자. 일단 여러 기능이 눈에 들어온다. MM·MC로 전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MC의 경우도 임피던스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놨다. 정확히는 10Ω에서 47㏀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그래도 맞지 않은 카트리지가 있다면 특주품으로 주문도 할 수 있다. 사실 미세한 신호를 다루는 MC 카트리지인지라, 이렇게 정확하게 임피던스를 매칭하면, 그만큼 더 명료하고, 디테일한 음을 얻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하겠다. 또 이 조정 과정에서 어떤 부품을 사용했는지도 큰 관건이다. 프리앰프로 치면 거의 볼륨단에 필적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스위스에 소재한 엘마(Elma) 사의 어테뉴에이터를 동원한 바, 조절 과정에서 일체의 로스나 왜곡이 없도록 했다. 


 풀 밸런스 회로 및 듀얼 모노 구성은 필수 중의 필수. 무엇보다 이런 포노 앰프가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OP 앰프 및 IC 등이 전혀 개재되지 않았다. 신호 전송 과정엔 일체의 배선재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당연히 RFI의 간섭에서 자유롭다. PCB의 경우, 완전 차폐를 시켜 신호의 순수성을 최대한 보존했다. 또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 DC 커플링 등을 도입해, 완성도를 극한의 수준까지 향상시켰다. 완벽함에 대한 이런 거의 신경질적인 집착은, 실제 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 LP에 담긴 신호를 읽는 것이 카트리지의 몫이라면, 그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은 본기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혹 그 자체다. 그리폰만 해도 풀 시스템을 여러 차례 들어본 적이 있지만, 모두 레가토 레가시가 빠진 상태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투입한 만큼, 여기서 얻어진 결과물은 그리폰의 전체 수준을 몇 단계 위로 상승시켰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굳이 예를 든다면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나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 정도라고 할까? 에이스도 아니고, 4번 타자도 아닌 일개 마무리가 팀 전체의 승률과 우승에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은 상황과도 같다.그리폰 풀 시스템으로 들은 본기의 음은 간단하게 거대하다, 압도적이다, 음이 쏟아진다,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PA에서 마구 쏟아지는 무절제한 음은 결코 아니다. 모든 디테일과 해상력이 살아 있고, 에너지가 출중하면서 또한 우아하다. 과연 이런 경지가 가능한 것일까? 여태껏 많은 대형 시스템을 들어봤지만, 이렇게 속이 꽉 차고 정보량이 엄청나면서 모든 부분이 아름답게 컨트롤된 음은 처음이다. 대체 이게 무슨 조화일까?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소스의 문제라 보이고, 그 핵심엔 이번에 소개할 레가토 레가시(Legato Legacy)가 있는 것이다. LP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려면, 결국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고, 그 중심에 본기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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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8월호 -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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