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y Audio SLI-80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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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y Audio SLI-80 Signature
  • 장현태
  • 승인 2016.10.01 00:00
  • 2016년 10월호 (53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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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향기와 잘 어울리는 감성적인 진공관 앰프

진공관 앰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출력관에 최적화된 회로 설계를 통해 출력관 고유의 사운드를 이끌어 내는 것이며,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캐리 SLI-80은 이 부분을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위해 충실히 진공관 회로를 구성한 제대로 구현된 돋보이는 인티앰프다.

가을에는 브람스를 떠올린다. 그리고 가을은 아날로그의 향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듣기에 좋은 계절이다. 특히 진공관 앰프가 줄 수 있는 음악적인 쾌감이 가을과 잘 어울려 제대로 된 진공관 사운드가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이렇듯 진공관 오디오 전문 브랜드인 캐리 오디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낭만적인 가을의 정취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며, 캐리 오디오의 제품을 통해 계절적인 감성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동사는 1989년에 창립한 후 지금까지 진공관 앰프를 고집스럽게 만들어 온 진공관 오디오 전문 브랜드다. 브랜드의 시작과 함께 화려한 데뷔를 했으며,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서 가장 인정받는 진공관 앰프 전문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는 마치 전 세계에 진공관 앰프의 열풍이 불 정도로 수많은 오디오 브랜드들의 춘추 전국 시대와 같았는데, 이런 경쟁 속에서 캐리는 당당히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했었다. 지금은 디지털 오디오에 밀려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저력을 지닌 동사의 사운드 노하우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캐리 오디오의 SLI-80 시그너처 모델은 꾸준히 런칭되어 온 스테디셀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델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매력을 살펴보자. 우선 이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KT88 출력관의 사운드를 제대로 표현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진공관 앰프들의 가장 아쉬운 점들은 출력관 고유의 사운드 성향을 강조하기보다는 단순히 진공관 앰프의 포근함이나 보편적인 해상력을 중요시한 사운드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출력관에 최적화된 회로 설계를 통해 출력관 고유의 사운드를 이끌어 내는 것이며,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캐리 SLI-80은 이 부분을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위해 충실히 진공관 회로를 구성한 제대로 구현된 돋보이는 인티앰프다.

제품 외관은 동사의 타 모델과 마찬가지로 출력 트랜스에 각도를 주고, 채널을 분리한 대칭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인티앰프이지만 특히 이를 위해 좌우 채널의 분리가 강조되어 있다. 푸시풀 방식의 클래스AB-1으로 동작하고, Ultra-Linear(5극 결선)와 Triode(3극 결선)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두 결선 방식의 경우 5극관인 KT88의 그리드에 출력 트랜스의 UL 탭 연결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Triode의 경우는 그리드를 1개만 사용해 5극 출력관이 마치 3극 출력관과 같은 동작을 하도록 구성하는 방식이다. 출력은 Ultra-Linear 방식이 80W인 반면 Triode는 40W로 절반으로 낮춰지며, 이렇게 출력은 줄어들게 되지만 질감과 성향은 더욱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사용된 회로의 경우, 전원부에는 5U4 정류관 2개를 병렬로 사용하고 있으며, 내부에 초크 트랜스로 파이형 필터 정류 회로를 구성하고 있다. 프리 입력단에 경우는 6922 쌍3극관을 채널당 1개씩 사용해 2단 증폭 프리앰프 회로를 만들었으며, 쌍3극 GT관인 6SN7로 드라이브와 위상 반전 회로를 구성해 KT88 출력관을 구동했고, 각 출력관은 개별 바이어스 조정이 필요한 고정 바이어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초가 탄탄한 설계를 토대로 제작되었으며, 마지막으로 전통성을 이어 온 캐리의 색채가 추가되었다. 작은 볼륨에서도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으며, 주파수 응답이 19Hz-23kHz로 가청 주파수를 중심으로 평탄한 대역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첫 곡은 실내악곡으로 스메타나의 현악 사중주 1번 ‘나의 생애로부터’ 중 1악장을 파벨 하스 사중주단의 연주로 들어 보았다. 도입부의 적당한 저역의 두께감을 가진 첼로의 선율은 과하지 않으며, 깊이가 더해졌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조화는 마치 선을 분명히 하듯 명확히 구분되어 음악에 쉽게 접근되었고, 모든 악기들의 표현력이 대화하듯이 분별력 있게 잘 표현되어 곡의 재미를 한층 돋우어 주었다.
다음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으로, 다닐 트리포노프의 피아노와 야닉 네제 세겐이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 보았다. 피아노 건반은 에너지가 넘치기보다는 상당히 잘 조율된 순수한 KT88 사운드로 재생되고 있었는데, 피아노의 골격이 잘 갖추어져 있다. 고역 타건의 정확성이 마치 트리포노프의 연주 스타일을 제대로 들려주듯이 명확하며, 경쾌함과 정숙함도 갖추고 있다. 주제 테마는 여유와 느긋함으로 피아노의 선율을 이끌어 내면서 디테일보다는 오케스트라 전체의 윤곽을 한 번에 표현해 주었다.

보컬 곡으로 조쉬 그로반이 부른 ‘Le Temps des Cathedrales’를 선곡해 보았는데, 그로반의 목소리 떨림까지 제대로 전달되었으며, KT88의 장점을 고스란히 반영해 그의 목소리가 힘 있고 호소력 짙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반주를 연주하는 악기들의 고급스러운 질감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중역대의 성향이 완성도 높아 잘 튜닝된 앰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즈곡은 가을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과 조니 하트만의 목소리로 ‘They Say It's Wonderful’을 선곡해 보았는데, 콜트레인의 테너 색소폰은 부드럽고, 리드의 떨림이 강조된 녹음답게 이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하트만의 굵은 목소리 톤과 윤기 있는 사운드 성향이 KT88 특유의 깊이 있는 저역과 어우러져 더욱 훌륭하게 다가왔다.
전체적인 사운드 성향은, 고급스러운 질감의 윤기 있는 고역 성향과 깊이 있는 저역 성향이 잘 어우러진 정돈된 대역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균형이 잘 잡힌 안정적인 대역 밸런스를 통해 어떤 장르를 만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돋보이는 재생 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 음악적인 표현력에서 부족함이 없고,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함께 높은 수준의 사운드 표현력을 들려주는 앰프다. 최근 KT88 앰프들의 사운드 성향에서 실망이 많았지만, SLI-80 시그너처를 통해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제대로 된 KT88 사운드를 만나게 되었다. 특히 KT88 출력관 고유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면서도 캐리 오디오가 추구하는 감성적인 표현력까지 제대로 융화된 인상적인 진공관 인티앰프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520만원   사용 진공관 KT88×4, 6922×2, 6SN7×2, 5U4×2
실효 출력 40W((Triode), 80W(Ultralinear)   주파수 응답 19hz-23kHz(±0.5dB)   크기(WHD) 43.1×17.7×40.6cm   무게 1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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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10월호 - 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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