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EQA-5640 M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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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EQA-5640 MK3
  • 박승기
  • 승인 2015.10.01 00:00
  • 2015년 10월호 (51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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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녀석이 나타났다!

필자는 LP 레코드 판매를 주업으로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오디오 기기들 중에서도 단연 턴테이블과 포노 앰프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종종 주위에서 쓸 만한 포노 앰프가 어떤 것이 있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정말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기기를 드디어 발견했다. 그것도 300만원대 중반이라는 합리적 가격대의 제품으로 말이다.
사트리(SATRI) 회로로 유명한 바쿤의 마스터피스 EQA-5620 MK3 포노 앰프가 출시되고 몇 달이 흐른 지금, 명성이 자자한 상급기와 동일한 증폭 회로를 사용한 염가형 모델이 다시 출시되었다. 바로 EQA-5640 MK3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오디오는 뚜껑을 열고 ‘회로가 이러니, 증폭 방식이 저러니…’하기 전에 직접 듣고 그 기기의 진면목을 평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음악이 지루하게 들리면 오디오가 좋지 않거나 세팅 등이 잘못된 경우이고, 음악 듣는 것이 정말 즐겁다면 좋은 오디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쿤 EQA-5640 MK3 포노 앰프는 음악이 즐거운, 아니 즐거움 그 이상을 들려준다. 음악이 즐거운 정도를 넘어 청자를 그냥 음악에 빠져들게 만든다. 일전 모사의 약 2천만원대의 진공관 포노 앰프 시청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강렬한 경험이다.
시청은 비슷한 가격대의 기기들로 이루어졌다. 록산 적시스 10 턴테이블에 순정 조합인 타블리즈 암과 쉬라츠 카트리지, 그리고 바쿤 인티앰프 SCA-7511 KR, 탄노이 DMT-15 스피커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기본 청취에 사용한 음반은 로저 노링턴 지휘, 런던 클래시컬 플레이어즈 연주의 베토벤 교향곡 5번(EMI) 외, 다수의 LP 음반까지 동원했다.
본격적으로 EQA-5640 MK3을 시청하기 전 먼저 동사의 구형 상급기인 EQA-5620-SP와 비교 청취부터 시작하였다. EQA-5620-SP는 신형 MK3 버전이 나오기 전까지 바쿤의 주력 포노 앰프로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으며, 당연히 EQA-5640 모델의 상위 기종이다. 이번 구형 상위 기종과의 비교 청취를 통해 신형 MK3 버전의 실력과 업그레이드 정도를 한 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흠잡을 데 없는 EQA-5620-SP를 일반적인 ‘모범생’이라 한다면 EQA-5640 MK3은 한마디로 말해서 ‘엄친아’라고 표현할 수 있다. 비교를 하자면, 기본적으로 음악적 표현력이 다르다. 특히 EQA-5640 MK3의 음악적 다이내믹스가 우수한데, 원전 연주 특유의 스포르찬도(하나의 음표, 또는 화음에 ‘돌연히 악센트를 붙여서’라는 뜻)의 표현력이 기가 막힌다. 마치 고급 스포츠카의 움직임처럼 순간순간의 반응이 극명하여 짜릿함마저 느끼게 한다. 아마 이런 맛에 원전 연주에 빠져드나 보다.

악기 음색을 표현하는 것도 매우 사실적이다. 사실 중역대의 목관악기이기는 하나 오보에의 음색을 오디오로 정확하게 재생하는 것은 현악기인 비올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유명한 페르마타(늘임표) 부분의 오보에 솔로는 실연의 악기 음색 그대로 전해져 연주자의 멜랑콜리한 해석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그대로 전해진다. 시대 악기 특유의 금관 소리는 찬란하게 빛난다. 특히 현대 악기와 시대 악기의 음색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호른인데,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의 제2주제를 유도하는 호른의 울림은 막이 걷힌 것 같은 실체감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EQA-5640 MK3의 배음의 표현력 및 정확성이 무척 뛰어남을 의미한다.
특히 팀파니의 울림은 막의 떨림까지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아날로그는 저역의 해상도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통념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흔히 말하는 큰 북과 팀파니의 구분이 확실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구형 EQA-5620-SP가 점잖다면 신형 EQA-5640 MK3은 훨씬 싱싱하고 싱그럽게, 그리고 살갑게 직접적으로 청자에게 다가오는 스타일이다. 이것은 신형 3세대 모델인 MK3이 채용하고 있는 모듈인 UL 칩의 강점이라고 느껴진다. 많은 오디오 회사들의 개량형(MK2, MK3…) 모델들이 일반적으로 개량보다는 개악(부품비 절감 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바쿤의 개량은 괄목상대할 만한 변화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바른 방향의 변화는 개량형 버전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진정한 업그레이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 청취를 끝내고 EQA-5640 MK3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여러 음반을 들어 본다. 돈 맥클린의 ‘Crying’은 청자의 폐부를 찌르고, 짐 크로스의 ‘Time in a Bottle’은 기타 반주에 새삼 귀를 기울이게 만들 만큼 정보량이 풍부하다. 프랑스와즈 아르디의 청순함과 마돈나의 도도한 섹시미도 잘 살아난다. 특히 45회전 음반으로 듣는 ‘Like a Virgin’은 타악기의 파열음에 혼을 뺏길 지경이다. 마이클 잭슨의 앨범에서 듣는 ‘Beat It’, ‘Billie Jean’은 33회전 LP를 듣고 있는 상황이지만 느낌은 마치 45회전 싱글 EP를 듣는 느낌이다. 무척 정보량이 많고 에너지감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리카르도 무티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연주의 베르디 레퀴엠 중 ‘Dies Irae’를 들어보면 광포하게 몰아치는 음형이 전혀 무너지지 않고 생생하게 부각된다. 오디오적 쾌감이 최고조로 치닫는 느낌이다. 더불어 많은 악기가 사용되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무대의 펼쳐짐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에너지감만 좋고, 강성 일변도인 것만은 아니다. 만토바니 오케스트라의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은 나를 사춘기 첫사랑의 아련한 아픔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고, 노부코 이마이의 브람스 비올라 소나타 연주는 초가을의 시간을 이미 늦가을의 시간대로 훌쩍 시간 여행시켜 버린다. 비올라 소나타에서 반주하는 피아노 사운드 또한 상당히 사실적이다. LP에서 핸디캡이라는 피아노 음을 확인하기 위해 폴리니(칼 뵘 지휘)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들어본다. 피아노 특유의 배음이 잘 살아나 사실적인 피아노 사운드와 잔향감이 일품이다.
샹송 스탠더드 ‘Under Paris Skies’를 재즈로 노래하는 앤디 윌리엄스의 목소리 또한 살갑게 다가오지만 반주하는 베이스에서 느끼는 스윙감은 다시금 EQA-5640 MK3의 리듬감과 음악성을 느끼게 한다. 더구나 반주로 들리는 손가락 튕기는 뼈와 살이 부닥치는 소리의 사실감은 LP 소릿골의 정보량을 그대로 다 뽑아낸다는 느낌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민기의 ‘아침이슬’과 ‘친구’를 들었을 때였다. 청취용으로 사용한 것은 넉 장 묶음으로 나온 편집 재반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이 음반을 재생하면 편집 재반 특유의 거북함이 귀에 들려서 손이 잘 안가는 편인데, 마치 초반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는 이상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같은 오래된 가요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8~90년대 가요에서도 두루 표현력이 좋다.

바쿤 EQA-5640 MK3에는 친절하게도 극성 표시가 되어 있다. 테스트 삼아 극성을 바꾸어 청취를 해보았다. 바뀐 극성에서의 제일 큰 변화는 배음이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표현이 유연하지 못하고 딱딱한 면모를 보인다. 많은 오디오 기기들이 이런 친절을 베풀면 좋을 것이다.
SATRI 회로로 유명한 바쿤의 제품들은 아주 간단히 말해서 전류 증폭에 강점이 있다. EQA-5640 MK3은 이런 바쿤의 강점이 정말 잘 살아있는 특화된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EQA-5640 MK3에는 MC와 MM 두 가지의 타입의 카트리지 모두 대응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다. 재즈나 록 전문 카페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또는 고급 재생을 목표로 하는 경우 취급하는 카트리지는 MC 타입의 카트리지이다. 무거운 마그넷보다는 가벼운 코일을 사용함으로써 훨씬 섬세한 사운드를 LP에서 뽑아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다만 출력 전압이 낮기 때문에 승압 트랜스를 통해 출력 전압을 올리거나, MC 전용 앰프를 사용해야 하는 등 MM 카트리지에 비해 많은 증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MC 카트리지는 일반적으로 출력 전압은 낮지만 전류는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압 증폭을 하는 일반적인 앰프들은 이러한 MC 카트리지의 특징을 십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MC 카트리지의 특성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한 것이 바로 바쿤의 EQA-5640 MK3 포노 앰프이다. 바쿤의 포노 앰프는 출력 전압이 높은 MM 카트리지는 전압 입력 모드를 사용하고, 출력 전류가 높은 MC 카트리지의 경우 전류 입력 모드를 사용하여 대응한다. 따라서 다른 어떤 MC 대응 포노 앰프보다 노이즈와 정보량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은 무신호 상황에서 MC와 MM단을 각각 선택하여 앰프의 볼륨을 올려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인 포노 앰프에서는 훨씬 증폭도가 높은 MC단의 노이즈가 많은 데 반해, 바쿤의 포노 앰프는 MM단보다는 오히려 MC단의 노이즈가 적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 마니아라면 MC 카트리지와 승압 트랜스의 정말 좋은 매칭을 가지고 있는 분도 계실 것이다. 이런 상황을 위해 승압 트랜스를 사용한 MM단과 MC단 직결로 록산의 쉬라츠 카트리지를 들어 보았다. 참고로 쉬라츠 카트리지는 우수한 묘사력과 밸런스로 유명한 EMT의 TSD-15 카트리지를 수정한 모델이다. 솔직한 결론은 서로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MC 카트리지와 승압 트랜스를 결합하여 청취하였을 때는 MC단에 직결하였을 때보다는 음악이 훨씬 단정해진다. 대신 직결 모드는 승압 트랜스를 사용하였을 때보다 훨씬 정서적(Emotional)으로 된다. 이는 표현되는 정보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런 점은 어느 측면에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각각의 음반에 따라 호 불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두 가지의 가능성을 비교한 것으로, 기존에 승압 트랜스가 없는 유저의 경우 비교만하지 않는다면, MC 카트리지를 사용하면서 추가적인 승압 트랜스의 투자 없이 양질의 MC 카트리지 사운드를 향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경제적인 측면으로 작용하는 요소이다.
갈수록 양극화되어 가는 세상처럼, 갈수록 양극화되어 가는 오디오 시장에서 바쿤은 언제나 합리적인 접근을 주도한다. 그만큼 바쿤의 주력 포노 앰프인 EQA-5620 MK3의 염가형 모델, EQA-5640 MK3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염가형이라고 하지만 어중간한 염가가 아니라 딱 절반의 가격이다). 제작자는 가격적 메리트와 더불어 어느 면에서는 먼저 발매된 상급기를 능가하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이는 후속 기기의 이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EQA-5640 MK3은 충분한 에이징 타임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모든 오디오는 에이징이 중요하지만, 특히 본기는 에이징의 효과가 극명하다. 리뷰를 위해 며칠 청음하는 동안 날마다 바뀌는 음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박스를 뜯자마자 들어도 어느 정도 근사한 음은 나오지만, 최소 300시간(메이커 추천 시간) 후 듣는 환골탈태한 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자 이제 밥상은 차려졌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될 뿐…. 음악을 음악답게 즐기고자 하는 자, 음악의 찬란한 황홀감을 느끼고자 하는 자, 그대의 선택은 바쿤 EQA-5640 MK3 포노 앰프이다. 그리고 심금을 울릴 멋진 LP 몇 장이면 그만이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360만원   게인 조절 -10dB, 0dB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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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0월호 - 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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