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ido Hi-Fi Rainbow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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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ido Hi-Fi RainbowⅡ
  • 김남
  • 승인 2015.06.01 00:00
  • 2015년 6월호 (51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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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갈고 닦아 완성한 인티앰프의 스탠더드

한마디로 전형적인 모범 사운드라고 총평할 만하다. 대편성 총주 재생에서 해상도가 뛰어나며, 음장감도 충분하다. 현 독주곡은 밀도감과 함께 깨끗, 우아하기 짝이 없다. 리스트의 라캄파넬라 재생 중 피아노 고음계에서 자칫하면 금속성이 강해지기 마련인데도 그런 경향은 전혀 없으며, 상쾌, 단정하고 스피드감도 빼어나고, 피아노의 타건감이 좋다. 약간 부드럽기는 해도 금관 밴드의 합주에서 흥취감도 예사롭지 않다. 이 가격대의 제품으로는 가히 A급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 진공관 앰프 부분에서는 선두주자인 올닉의 제품들이 이미 세계 정상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산 모델들 태반이 세계 유수의 전문지에서 A등급으로 평가받고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 그 증표이다. 하지만 반도체 앰프 쪽으로 가면 상황이 좀 다르다. 선두인 에이프릴 뮤직의 제품들이 일본에서 히트하면서 인기 모델로 자리잡고 있을 뿐 여타 제품들은 아직 뚜렷한 실적이 없다.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십수 년 전 삼성에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서 만들어 낸 엠퍼러 기종도 생산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 제품이 명기였다는 뒤늦은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배 떠나간 뒤에 손 흔들기나 다름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앰프를 제작하는 곳은 에이프릴 뮤직을 제외하고 다섯 안쪽이다. 대부분 그 장인들을 만나 봤지만 훌륭한 기술력과 의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질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시기, 질투심이 많고 경쟁이 높다는 어떤 유명 목사의 표현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기질에서 파생되는 부작용 중에 외산 오디오 선호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시청기는 오랜 세월 반도체 앰프에 매진하고 있는 제작자 최재웅 씨의 신작인데,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내놓았다는 특징이 있다. 오래전 공방에서 커다란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던 최재웅 씨를 첫 대면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의 소감으로, 그는 환경만 갖춰진다면 틀림없이 최고의 하이엔드를 만들고도 남을 능력자였다. 더욱 감명 깊었던 것은 고가 외산의 허구인데 내부를 분석하면서 들려 줬던 소감이다. 고가 제품 내부의 블랙박스라 해도 분해를 해 보니 기가 막히게 콘덴서 한두 개를 넣어 두고 밀봉을 해 두었으며, 부품 전체를 가격으로 따져 보면 더욱 참담한 결과인데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하고 있으며, 그 10분의 1 가격인 자신의 제품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가 대동소이한데도 소비자들은 열이면 열 모두 10배 더 주고 수입산을 구입하더라는 그런 푸념을 들었다. 물론 취미의 세계는 실용성을 넘어서는 또 다른 소유욕이나 과시욕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왈가불가할 수는 없다. 고속으로 달릴 길도 없는데도 수억대가 넘는 승용차가 꾸준히 팔리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최재웅 씨가 본 시청기를 내놓으면서 곁들인 표현은 감동적이다. ‘이만하면 우리네 가정에서 보통으로 음악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표현인데, 실용성과 합리성을 갖춰 굳이 분리형 앰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만족할 수 있는 탁월한 성능이라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오랜 기간 오디오 섭렵을 해 온 노장들에 대한 부탁이다. ‘이제 오디오에 대한 허상을 버릴 때도 되지 않았는가. 더 이상 세월을 낭비하지 말고 욕심을 버리라. 노년에 하드웨어에 대한 탐닉을 버리고 간편하게 음악을 즐기라’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이런 간곡한 호소와 함께 본 제품 정도면 얼마든지 행복한 음악 생활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생산해서 이미 평판이 높은 오리지널 버전 레인보우를 업그레이드한 버전 Ⅱ인데, 외형은 검소, 질박해 마치 인티앰프의 스탠더드를 보는 것 같다. 무게도 별로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출력은 8Ω에서 정확히 61.58W, 4Ω에서 105.8W로, 이렇게 꼼꼼하게 표기해 놓은 제품은 처음 본다. 제작자의 품성일 것이다. 전원부는 듀얼 모노럴 방식으로 300W 용량의 토로이달 트랜스가 2개 탑재되고, 프리 부분의 모듈은 독자 개발한 것이다(좀더 상세한 개발 배경은 홈페이지를 참조). 댐핑이 높고, 밸런스 입력도 1조 구비.

본 시청기를 달리의 루비콘 8 스피커(이번 호 시청기 참조)와 CEC CD 플레이어로 연결해 본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모범 사운드라고 총평할 만하다. 대편성 총주 재생에서 해상도가 뛰어나며, 음장감도 충분하다. 현 독주곡은 밀도감과 함께 깨끗, 우아하기 짝이 없다. 리스트의 라캄파넬라 재생 중 피아노 고음계에서 자칫하면 금속성이 강해지기 마련인데도 그런 경향은 전혀 없으며, 상쾌, 단정하고 스피드감도 빼어나고, 피아노의 타건감이 좋다. 약간 부드럽기는 해도 금관 밴드의 합주에서 흥취감도 예사롭지 않다. 이 가격대의 제품으로는 가히 A급이라 할 만하다. 에이징이 되면 좀더 윤기가 증가할 것 같다. 권고문대로 ‘노장들이여 욕심을 버리라, 세월이 아깝지 않은가’라는 메시지가 있는 제품이다. 

제조원 리비도하이파이 (02)711-7349
가격 200만원   실효 출력 61.5W(8Ω), 105.8W(4Ω)   사용 모듈 V2 레인보우 전용 모듈
아날로그 입력 RCA×3, XLR×1   주파수 대역 10Hz-80kHz(±0.1dB)
입력 임피던스 1MΩ(RCA), 10KΩ(XLR)   입력 감도 150mV(RCA, 1kHz),  1V(XLR, 1kHz)
출력 임피던스 470Ω  THD 0.021%   최대 허용 입력 1.2V
전원부 구성 듀얼 모노럴 방식(300W+300W 토로이달 트랜스)
크기(WHD) 42×10×36cm   무게 1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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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6월호 -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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