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EQA-5620 M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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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EQA-5620 MK3
  • 최윤욱
  • 승인 2015.05.01 00:00
  • 2015년 5월호 (51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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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포노로서의 당당한 입성

트랜지스터 포노 앰프로는 바쿤보다 음색이 진한 포노 앰프를 본적이 없다. 진공관 포노 앰프에 버금가는 자연스런 음색을 갖추고 있으면서 진공관 포노 앰프가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적막감과 S/N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바쿤 포노 앰프의 매력이다.

아마 10년도 더 된 것 같다. 바쿤의 나가이 씨가 개발한 사트리(Satri) 회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히 바쿤의 EQA-5620 포노 앰프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 때의 놀라운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바쿤의 제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트리 회로에 대해서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앰프는 진공관이고 트랜지스터고 간에 신호가 들어오면 가변 저항을 거친 다음 증폭을 한다. 가변 저항, 즉 볼륨을 움직여서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여러 소자들이 음질에 영향을 미치지만 볼륨이 소리를 열화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트리 회로의 특징은 입력단에 들어온 전류 신호가 그대로 출력단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소리 크기는 출력단에 연결된 저항을 변화시켜 조절한다. 볼륨 조절을 출력단에서 함으로써 입력단에 볼륨을 다는 기존 방식보다 볼륨에 의한 음질 열화를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입력 신호를 그대로 출력으로 넘기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 수가 없는 구조의 회로다.

사트리는 ‘깨달음’을 뜻하는 말로 기존 회로인 커런트 미러 회로를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상식을 깨는 발상으로 탄생시킨 회로다. 전류를 그대로 내보내는 방식의 회로인 탓에 일반적인 전압 신호 전송 방식의 입력을 받기 위해서 사트리 회로 앞에 버퍼단이 존재한다. 따라서 사트리 링크라는 전류 전송 방식을 선택하면 사트리 회로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전류 전송 방식의 장점은 이미 크렐에서 CAST라는 방식을 통해서 입증했다. 전류 전송 방식은 일반적인 전압 신호 전송 방식에 비해서 버퍼단을 거칠 필요가 없고, 전류 신호인 탓에 케이블에 의한 영향이 적어서 저렴한 케이블을 사용해도 좋은 음질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트리 회로의 장점을 요약하면 간단한 증폭 회로에 피드백이 없어서 소리의 왜곡이 적어서 순수함 음을 낸다. 볼륨이 출력단에 있음으로 해서 볼륨에 의한 음질 열화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사트리 링크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버퍼단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좀더 순도 높은 음을 즐길 수가 있다. 음질적으로 찾을 수 있는 단점은 거의 없고, 대출력을 얻기 어렵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단점이다.
MC 카트리지는 출력 전압이 낮지만 전류는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MM 카트리지는 출력 전압은 높지만 전류는 작은 편이다. 결론적으로 MM이나 MC 카트리지 모두 생산해내는 에너지량은 비슷하다는 얘기다. 기존의 MC용 포노 앰프는 MC 카트리지의 전류는 제거하고, 낮은 전압 성분만 받아들여 증폭을 한다. 그렇다 보니 증폭해야 할 배율이 너무 높아지고 증폭도가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이즈도 같이 커지게 되는 악순환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저출력 MC 카트리지는 승압 트랜스를 통해서 전압을 올려서 MM 포노단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이 정석처럼 굳어졌다. 승압 트랜스를 사용해서 음색의 변화를 꾀하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질 좋은 승압 트랜스는 가격도 만만치 않고 카트리지에 잘 맞는 승압 트랜스를 고르기도 쉽지 않다.
전기 지식이 있는 마니아라면 사트리 회로를 채용한 바쿤의 포노 앰프가 MC 카트리지 재생에 강점이 있다고 짐작할 것이다. 사트리 회로는 전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이어서 MC 카트리지가 만들어내는 전류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증폭에 활용한다. 그래서 보통의 MM 포노 정도의 증폭 게인인데도 불구하고 저 출력 MC 카트리지를 바로 물려서 사용해도 적정한 크기의 음량을 내준다. 복잡하게 승압 트랜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MC 카트리지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바쿤이라는 이름의 전혀 다른 디자인의 두 제품군이 있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애호가가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검정색 전면 패널에 나무색 노브를 가진 제품은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이고, 애플 제품 같이 곡선에 현대적인 디자인의 제품은 사트리 회로를 가져다 한국에서 생산한 라이선스 제품이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바쿤매니아에서 정식 수입한 일본 제품이다.
EQA-5620 MK3은 MK2보다 업그레이드된 모델로 사트리 회로가 꾸준히 개선된 탓에 음질이 좋아졌다. 구체적으로 무대의 크기와 깊이가 커지고 대역도 좀더 넓어졌다. MK3은 입력단도 MM과 MC 구분해서 갖추고 있다. 많은 아날로그 마니아들이 두 대 정도의 톤암을 운용한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게인도 -20dB, -10dB, 0dB 세 단계로 선택할 수 있어서 다양한 카트리지의 출력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LED 창에 현재 선택된 입력 단자와 게인을 표시하도록 했다. 뒷면에는 특이하게 BNC 단자가 보이는데, 이 단자가 바쿤 앰프와 전류 전송 방식으로 연결이 가능한 사트리 링크 단자다.
고에츠 우루쉬 카트리지를 사용해서 시청을 시작했다. MC단에 직접 연결해서 시청을 했는데, 평소보다 볼륨이 한두 스텝 올라가는 정도에서 충분히 들을 만한 음량이 나왔다. 쉐링이 시카고 심포니와 함께 연주한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을 걸었다. 1악장 도입부의 깊고 웅장하게 내려가는 저음이 인상적으로 들려온다. 이어지는 바이올린 독주에서는 트랜지스터 앰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무대 크기와 깊이, 그리고 넓은 대역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배터리 포노 앰프에 버금가는 깨끗하고 적막한 배경이 인상적이었다. 김두수의 ‘시오리 길’에서는 서정적인 느낌과 입술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듯한 디테일이 리얼하게 느껴졌다. 트랜지스터 포노지만 진공관 포노 못지않은 서정적인 음색이다.
MM단은 어떤가 싶어서 코터 MK2L 승압 트랜스를 걸어서 MM단에 연결하고 들어봤다. 일단 게인이 충분해서 평소보다 볼륨을 약간 줄여야 했다. 코터의 영향 탓인지 힘차고 다이내믹한 소리가 나온다. 고음의 뻗침도 좋고 저역의 깊이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 MC 직결할 때의 나긋나긋함이 약간 부족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좋은 소리지만 MC 직결에 비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약간 줄어든 듯하다. 아마도 MM단은 버퍼를 통해서 임피던스를 낮춘 다음에 사트리 회로로 들어가게 설계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EQA-5620 MK3 포노의 MC단에 MC 카트리지를 직접 연결하면 MC 카트리지의 낮은 임피던스가 사트리 회로의 입력단에 연결되면 임피던스 매칭이 최적화된다. 당연히 MC 카트리지에서 나온 전류가 사트리 회로의 입력단에 잘 전달된다. MM 카트리지에서 나온 신호나 승압 트랜스를 거쳐서 나온 신호는 임피던스가 높아서 사트리 회로 입력단에 바로 들어가기에 적합하지 않다. 버퍼단을 통해서 임피던스를 낮춰서 사트리 회로의 입력단에 들어가게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MC 카트리지에 승압 트랜스를 사용해서 MM단으로 들어가게 하면 승압 트랜스와 버퍼단이라는 두 개의 소자를 더 거치게 되는 것이다.
EQA-5620 MK3의 MM단도 수준급이지만 바쿤 포노는 저출력 MC 카트리지를 직접 연결해서 사용해야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정상급 진공관 포노의 진한 음색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트랜지스터 포노 앰프로는 바쿤보다 음색이 진한 포노 앰프를 본적이 없다. 진공관 포노 앰프에 버금가는 자연스런 음색을 갖추고 있으면서 진공관 포노 앰프가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적막감과 S/N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바쿤 포노 앰프의 매력이다.
지금껏 많은 포노 앰프를 들어보았다. 정상급 포노로는 에스테틱스 IO, 오디아 플라이트 포노,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포노, 카운터포인트 SA-9을 들 수 있는데, 이 클래스에 바쿤의 EQA-5620 MK3 포노도 당당히 입성했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725만원   입력 Phono×2   출력 Satri-Link×1, Voltage×1

514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5월호 - 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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