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시선은 확실히 특별하다. 이어폰·헤드폰에 유례없는 명품 이미지를 불어넣었고, 가격대 성능비보다는 품질 우선이라는 과감한 철칙을 내세웠다. 그리고 S-Logic과 ULE 테크놀로지 등 자사만의 독자적인 기술들을 대거 투입하기도 했고, 그 이름부터 낯선 에티오피아산 양가죽을 보여주기도 했다. 많은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값싼 생산국을 선택했을 때도, 이들은 오히려 장인의 수작업을 강조하며 ‘Made in Germany’라는 한 줄의 문구를 자랑스럽게 새겨놓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짐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독일의 하이엔드 메이커, 울트라손에 대한 이야기이다. 국내에서도 울트라손에 대한 이미지라면, 역시 명품, 그리고 고가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만큼 국내에 소개된 대부분의 제품들이 높은 가격과 특별한 가치로서 받아들여지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울트라손만의 브랜드·사운드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울트라손의 국내 유저들도 최근 많이 늘었는데, 단순히 명품적인 이미지 이외에도 사운드적인 매력 때문에 이들의 제품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울트라손의 제품을 들으면, 꽤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그 감각이 특별하여 개인적으로도 이들의 제품을 즐겨 듣기도 한다. 이들의 제품은 직접 들어봐야 그 진가를 안다는 것이다. 출시된 지는 제법 시간이 흐른 제품이지만, 울트라손의 또 다른 매력을 전해주는 제품, 시그너처 프로를 소개한다.
기존 울트라손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되는 느낌. 세련된 슈트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직업을 위한 전용 작업복을 갖춘 듯한 이미지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용으로 출시된 제품이기 때문. 뮤지션이나 레코딩 엔지니어들이 울트라손의 에디션 시리즈 같은 멋진 디자인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최대한 디자인을 단순화, 하지만 기능과 성능은 최고로 담아낸 목표가 뚜렷한 제품이다. 우리에게는 에디션 시리즈로서 잘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는 프로용 라인업이 에디션 시리즈와 더불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프로 시리즈에는 2900, 900, 750, 550 등의 제품이 있으며, 최상위 제품으로 지금의 시그너처 프로가 위치하는 것이다.
시그너처 프로는 에디션 9에서부터 출발한 제품인 만큼, S-Logic Plus과 ULE 테크놀로지 등 주력 기술들이 모두 투입되었다. 울트라손을 이야기할 할 때마다 설명하는 듯하지만, 이들 사운드의 핵심이니 다시 한 번 언급하고자 한다. S-Logic Plus는 유닛을 귀에서 약간 벗어나게 위치시키는 것이 포인트이다. 내부 사진을 보면 확실히 이해가 가는데, 유닛의 위치가 정중앙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는 반사각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서, 소리를 직접적으로 귀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귀와 이어 패드 사이의 몇 번의 반사를 거쳐서, 귀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이다. 언뜻 그냥 유닛 위치만 다르게 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구조로 양질의 사운드를 만든다는 것은 수많은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울트라손 역시 황금 포인트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오랜 연구 끝에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청력을 보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황금 비율을 찾아내 적용할 수 있었다. 더불어 자기장 방출을 98%까지 감소시키는 ULE 기술 적용의 뮤-메탈 실딩을 채용하여, 한층 더 품질과 완성도를 높이기도 있다.
유닛의 크기는 40mm로, 울트라손에서 즐겨 사용하는 사양. 임피던스는 32Ω, 음압은 98dB로, 프로용 제품이지만 임피던스가 높지 않아 헤드폰 앰프를 강요하지 않는다. 이는 울트라손의 철학이기도 하는데, 자신들은 ‘왜 고급의 제품들이 임피던스를 높게 설정하여 헤드폰 앰프를 필요하게 하는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임피던스를 낮추면서 사운드 품질을 높이려면, 많은 튜닝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헤드폰 제조사의 당연한 숙제라는 것이다. 이들이 밀폐형 제품을 즐겨 제작하는 것도, 실내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당연히 양질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 때문. 하이엔드 브랜드이지만, 꽤 실용적인 접근을 추구하는 회사인 것이다. 무게는 300g으로 그리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며, 에티오피아산 양가죽을 헤드 밴드와 이어 패드에 덧대어 착용감은 늘 그랬듯 최고 수준이다.
프로용 제품이지만, 당연히 사운드 엔지니어들에게 국한되는 제품은 아니다. 스피커나 DAC 제품들이 그러하듯, 오히려 일반 유저들에게 각광 받으며 스튜디오 사양이라는 특별함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스튜디오 제품들의 모니터적인 성격과 기계적인 느낌까지, 의외로 구매 포인트는 상당한 것이다. 시그너처 프로 역시 그런 매력들을 전해주는 제품이며, 에디션 시리즈와는 또 다른 느낌과 사운드를 들려준다. 에디션 시리즈가 긴장감 있는 농익은 매력의 절정이었다면, 시그너처 프로는 한층 더 느슨해지고 편안해진 자연스러움을 들려준다. 자극적인 포인트는 없지만, 음악 듣는 맛은 제법 살려주고, 저역의 받침은 그야말로 깨끗하다. 기타 현에서 들려주는 고역의 날카로움도 멋지게 끝맺음하며, 깨끗한 저음과 맞물려 밸런스 있는 무대를 보여준다. S-Logic Plus를 통한 묘한 공간감도 이어지는데, 처음에는 낯설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설득되는 기묘한 이해관계가 형성된다. 에디션 시리즈의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매력, 그것이 시그너처 프로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170만원 유닛 크기 40mm 적용 기술 S-로직 플러스, ULE 테크놀로지 임피던스 32Ω
음압 98dB 주파수 응답 8Hz-42kHz 무게 300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