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노이에서도 새로운 제품이 자주 등장한다. 웨스트민스터 로열의 업그레이드 버전 모델인 웨스트민스터 로열 GR이 괴물 같은 거대한 모습으로 근래 소개되었는데, 그런 기함과 함께 또 색다른 제품이 나왔다. 신·구세대가 나란히 모여 종택에서 함께 제사를 모시는 모습 같기도 하다.
본 시청기 역시 또 다른 기술을 적용시킨 새로운 전통의 만드는 신 모델인데, 모습도 정갈하고(고전미를 벗어난 세련미가 있다) 소리도 제법이다.
젊은 시절 오디오를 잘 몰랐던 시절에는 스피커라고 하면 세상에서 탄노이와 JBL밖에 없는 것으로 알았던 때가 있었다. 탄노이의 GRF 메모리에서 울리던 알프스 교향곡을 듣고 그 몽환을 잊지 못해 한동안 헤매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 고전적인 탄노이 시대가 영원할 줄 알았더니 탄노이는 급변하기 시작, 재건축으로 옛 마을이 다 허물어져 버린 그런 광경이 전개되더니, 이제는 일약 한 메이커에서 여러 가지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내주는 다양한 제품들이 다채롭게 출시되어 왔다. 마치 전통 산채 백반부터 치즈 피자까지 메뉴가 갖추어진 음식 박물관 같은 모습이다.
이 시리즈는 기왕의 레볼루션에서 XT로 개선을 한 것인데, 이 신 시리즈에는 모두 3기종이 포진하고 있다. 본 제품 외에도 가장 큰 기종으로 XT8F가 있고, 그리고 소형기인 XT6도 포함되어 있다. 스타일은 모두 동일해 몸체 아래 스파이크를 부착하는 받침대가 있고, 몸체와 받침대 사이에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위치한다.
기술적으로 무엇이 변했는가에 대한 자료가 나와 있는데, 이런 자료를 볼 때마다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트위터만 해도 더욱 전방에 배치한 링 모양의 진동판과 탄두형 페이즈 플러그를 결합한 새로운 디자인이며, 새로운 토러스 오지브 웨이브 가이드가 적용되어 기존의 튤립 웨이브 가이드보다 더 적극적으로 치솟고, 베이스 드라이버의 콘을 통해 음파의 확산을 확대하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이미지와 위상 통일이 향상되었으며, 또 광대한 사운드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음질이 실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개정된 얕은 콘 디자인과 강력한 옴니마그넷 모터를 적용해 부드러운 저음 성능으로 개선되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요령부득이다. 모르겠다. 아마 측정기상으로는 약간 개선된 점이 있을 것이다. 공연히 그렇게 발표하진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사람 귀로 듣는 경우에는 측정기의 그런 수치가 거의 쓸모가 없다. 그런 것을 분명히 분별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정신적으로 좀 위험한 경지가 아닐지. 어떤 사용자가 소리를 들으며 ‘음, 과도 특성이 약간 개선되었군. 음상 정위가 상당히 달라졌어’ 그러며 음악을 들을 것인가.
그런 것 때문에도 우리는 메이커의 연륜과 지나간 역사를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 가면 3대가 물려받아 열고 있는 조그마한 초밥집이 드물지 않게 있는데, 가 봐야 사실 맛의 차이라는 것이 없다. 개업한 지 몇 달 된 가게나 3대째 물려받은 집이나 거기서 거기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3대째 열고 있는 집에 사람들이 밀려드는 것은 그곳에서 풍기는 보이지 않는 역사의 향취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쌀로 말할 것 같으면 해발 800m 고원에서 무농약 무공해로 길렀으며, 퇴비도 제초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은 자가 제조한 것이고, 건조 역시 건조실이 아니라 태양 건조이고, 이렇게 떠들어 봐야 물을 잘못 넣는다든지 불길이 조금 세다든지 하면 싸구려 백반집 중국 쌀로 지은 것과 차이가 없어진다. 그러한 오디오적 보수성 때문에 오디오라는 무대에서는 신출 메이커가 항상 고전을 면치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탄노이의 역사는 이제 곧 1세기가 되어 간다. 100년 역사. 그야 말로 대단하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탄노이 같은 메이커의 제품에는 항상 그냥 믿을 수밖에 없다는 자세가 되어 버리는 줄도 모르겠다. 그냥 믿더라도 기본적으로 알아 둬야 하는 것은, 이 제품 같은 경우 2개의 드라이버를 장착시켜 설계된 시스템인데, 상단 드라이버는 동사 특허인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라는 것이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동일 축 상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트위터는 내부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아래쪽에 부착되어 있는 150mm 구경의 저음용 우퍼는 멀티 파이버 펄프 콘 재질로 되어 있고, 스피커 바닥 쪽에 있는 포트에 의한 풍부한 저음 재생도 특징이다. 또 타 제품과 달리 네트워크가 상단에 배치되어 있다는 등의 중점 사항만 알면 되겠다.
시청기를 케인의 진공관 앰프인 A-88T MK2와 뮤지컬 피델리티의 M3SCD와 연결해 본다. 감도가 90dB인데도 앰프 포용력이 높다. 5극 진공관인데도 움쩍도 하지 않는다. 정석대로 나온다는 뜻이다. 미니어처 같은 정갈함, 깨끗함, 윤기와 함께 촉촉함도 곁들여 있다. 풀 냄새 싱그러운 이른 아침의 소리인가? 깨끗함, 정확의 정석이라고 할 만하다. 여성 보컬이나 팝 보컬에서 비애감은 없다. 트라이오드의 CD 플레이어와 매칭이라면 또 상당히 변할 것 같다. 과거의 탄노이는 취미성이 강했지만, 신세대 탄노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확, 섬세함이다. 그 모범을 보이고 있는 기종이며, 그 기반 위에서 소소한 튜닝을 가한다면 더 월등한 소리를 내줄 수 있는 잠재력이 뛰어난 제품이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198만원 사용유닛 우퍼 15cm, 듀얼 콘센트릭 2.5cm·15cm
재생주파수대역 38Hz-3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50Hz, 1.8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0dB/2.83V/m 권장 앰프 출력 25-150W 파워 핸들링 75W
크기(WHD) 26.9×100.5×31.7c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