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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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 [7]
  • 정승우
  • 승인 2008.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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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남경복 씨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반 수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반을 모으고 그 음반의 가치를 극한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도구로서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지 시스템만으로는 즐거움을 가질 수 없습니다. 가끔 주변에 주객이 전도된 경우를 볼 때가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느낌이 듭니다. 물론 저의 시스템이 소박하지는 않지만 시스템을 완성한 후에는 단 한 번의 곁눈질도 없이 음반을 모으는 데 열중했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이번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 7호의 주인공은 남경복 사장님, 사업적으로도 대단히 성공하신 분으로 필자도 이번 방문이 초면이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이분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으므로 방문 전부터 상당한 기대를 하였다. 동교동의 사무실을 메인 리스닝 룸으로 사용하고 댁에 별도의 서브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번 탐방은 동교동 사무실에서 진행하였다. 일단 넓은 공간에 배치된 아발론 오시리스 스피커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 왔으며, 꽤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스피커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점으로 보아 오시리스의 압도적인 외형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발론의 대표 기종인 오시리스가 국내에는 엄청난 크기와 구동의 어려움으로 사용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셨는지요?
오디오 경력은 15년 정도되었지만 시스템 변화는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다수의 지명도 높은 제품들도 몇 번 사용해봤지만 제 취향에 맞는 기계를 선택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콘서트홀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 오디오 생활을 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계에 대한 호기심보다 음악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찾게 되었고 필연적으로 대형 스피커가 적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큰 음량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편은 아니지만 작은 음량에서도 밸런스가 좋고 편안한 재생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스케일감을 갖춘 대형 스피커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이 스피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대형 스피커들도 검토했지만 아발론 특유의 섬세함을 동반한 스케일감이 다른 대형 스피커들과는 차별화하는 느낌을 받아 주저 없이 선택했습니다. 특히 음의 깊이감 측면에서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한 3년간 사용하고 있는데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오랜 기간 동안 곁눈질 없이 함께할 계획입니다. 사실 처음에 선택하기까지 몇 번의 고민도 있었습니다.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초대형기로 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도 없지는 않았지만 전 기본적으로 기계를 바꾸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므로 과감하게 선택하였고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음악 듣기에도 아까운 시간에 기계에 대한 섭렵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적어도 저에게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각자 추구하는 길이 다르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저 같은 사람은 오디오 마니아의 입장에서 보면 이단과 같은 존재겠죠(웃음).

필자 역시 이제는 기계에 대한 집착이나 미련을 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언제나 궁극의 음을 찾아 방황하는 자신을 보면 숙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차피 재생 음향의 극한을 통해 음악 감상의 도락을 함께하기 위한 도구로서 오디오가 존재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 남사장님의 태도는 득도의 경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아날로그 시스템을 제외한 시스템의 전반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메인 파워 앰프로는 미국 에지사의 초중량급 제품인 NL 레퍼런스이며, 프리앰프는 진공관 방식의 VAC사의 르네상스 시그너처, CD 트랜스포트는 메트로놈 테크놀로지의 칼리스타 레퍼런스에 오르페우스의 헤리티지 D/A 컨버터 조합이다. 인터 및 스피커 케이블은 실텍의 컴퍼스 레이크 모델이며, 파워 케이블은 엘로드 스테이트먼트의 구성이다.

3년이라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어떤 방향으로 튜닝을 하셨는지요?
일단 아발론 오시리스 스피커의 경우 구동 자체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당연히 첫 번째 과제로 파워 앰프에 대한 선택에 집중했습니다. 몇몇 매머드급 파워 앰프들을 조합했고, 현재 사용 중인 에지의 파워 앰프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청 기종 중 일부 인상적인 제품들도 있었지만 기기마다 특이한 버릇들이 있다는 것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좋은 의미에서 각 메이커마다의 개성이 담긴 장점으로 판단할 수도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리를 추구하다 보니 금방 실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에지의 파워 앰프는 엄청난 스케일감을 갖고 있지만 그 속에는 세밀한 디테일감도 함께 갖추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제 파워 앰프는 졸업이라고 결심하였고 앞으로 이 제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사용할 것입니다. 매칭하고 있는 프리앰프는 VAC 제품으로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질감의 표현을 중시하는 저에게 진공관 프리는 장점이 많은 사운드로 보답합니다. 특히 음의 색감과 온도감 측면에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감이 장점으로 진공관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감을 수반한 광대역 재생이 특징입니다. 사실 조만간 에지의 레퍼런스급 프리앰프 출시를 기대하고 있으며, 만약 좋은 매칭이 된다면 에지의 풀 라인업으로 앰프를 구성하려는 계획입니다. 디지털 소스기기의 경우 최대한 아날로그 사운드에 근접한 경향을 찾다보니 현재의 시스템으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디지털 기기들과 비교할 때 기본적으로 음의 수 측면에서 압도적인 해상력을 보여줍니다. 이는 디테일감과 동시에 악기 주변의 배음감 등으로 이어져 아날로그 사운드의 장점에 근접한 경향인 자연스럽고 섬세한 음향을 연출합니다. 디지털 기기 역시 현재 시스템 이상의 욕심은 없습니다. 최근에는 스피커 자체에 튜닝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트위터의 교체입니다. 기존 트위터를 아발론의 최근 모델들에 채용한 다이아몬드 트위터로 교체하였는데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특히 재생 주파수 대역의 확대로 인한 음의 청명감은 기대 이상이었으며, 고역 부분의 질감과 디테일감 등은 분명 현대 스피커 유닛 기술의 대변혁으로 확실히 인정할 만한 진보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교체하기 전 불만이었던 대음량에서 약간은 쏘는 듯한 특성이 부드러움을 수반하며 음을 잘게 쪼개는 섬세함으로 좀 과장하면 일체의 불만감이 없는 스피커로 탈바꿈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스피커 유닛에 변화를 준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다시 구형 트위터로 바꾸라고 한다면 음악을 못 들을 정도로 이제 제 청각이 현재의 음에 적응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트위터의 교체인데 전반적인 대역 밸런스 때문인지 중·저역 부분에도 훨씬 더 안정감 있게 재생하여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케이블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저도 당초에는 케이블에 대한 음의 변화를 부정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지인 중에 케이블 교체를 적극 검토하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몇 종류의 제품들을 비교 시청 후 실텍으로 통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케이블에 따른 음의 변화 역시 오디오적인 재미가 상당하였지만 왠지 탐닉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실텍의 제품으로 교체한 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사용 중인 파워 코드들의 단자를 오야이데 베릴륨 타입으로 교체하여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재생 음향에 드리워졌던 장막이 몇 꺼풀 벗겨진 듯한 느낌인데, 특히 음의 맑음에서 상당한 개선을 얻었습니다.

트랜스포트나 턴테이블 등 중요 기기의 받침대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신 것 같습니다.
현재 음핑고와 관련된 받침대 및 액세서리 등을 사용하여 큰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음의 무대감이 확대되고 훨씬 더 자연스러운 목질감이 살아납니다. 일부에서는 저역 등이 줄어든다는 반대 의견도 있지만 제 경우에는 오히려 저역 부분이 훨씬 자연스럽게 재생되었습니다. 특히 음색의 변화는 약간 있지만 결코 경질이 아닌 자연스러움을 수반한 매끄러운 경향으로 오히려 효과 측면이 더욱 크게 부각됩니다. 현재 트랜스포트와 턴테이블 받침은 크리티컬 매스 시스템이라는 제품인데 음 자체의 안정감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액세서리에 크게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저 역시 좋은 사운드를 위해 기본적인 요소인 진동 방지나 전원 측면에 신경을 쓰는 편이고 반드시 필요한 튜닝이라 생각합니다.

자택에도 시스템을 운용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메인 스피커는 아인슈타인 오데온 33 모델에 올닉에서 제작한 프리·파워 앰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닉의 앰프는 3극관인 ED 싱글 앰프인데 참으로 정겹고, 아인슈타인은 우드 혼 특유의 소노리티가 좋은 음향 특성을 보여줍니다. 현재 간단하게 디지털을 중심으로 운용 중인데 현재 보유하고 있는 클리어 오디오 마스터 레퍼런스를 매칭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튜닝하였고, 물론 기본적인 음의 성향은 많은 차이가 나겠지만 현재 메인 시스템과도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많습니다. 어차피 오디오 시스템이라는 것이 주인의 취향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을 중심으로 대담 중 몇 곡을 감상한 필자의 의견은 초대형 스피커가 마치 하나의 음향 공간에서 소리를 내는 듯하며 스피커의 존재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경향이었다. 이는 분명 완벽한 밸런스를 확보할 때만 가능한 일로 선택한 제품들의 매칭과 튜닝의 완벽함을 입증하는 것 같다. 일단 오디오 관련 대담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이제 본격적인 아날로그 관련 대담을 시작하려 한다. 이분의 경우 워낙 음반 수집의 질이나 범위가 넓은 분으로 시스템 외에 음반 관련 이야기도 집중적으로 해 볼 예정이다.

현재 사용 중인 아날로그 시스템에 대하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메인 플레이어는 SME 30/2입니다. SME V 골드 암을 사용하고 있고, 주로 사용하는 카트리지는 마이 소닉 사의 하이퍼 에미넌트와 고에츠 로즈우드 플래티넘 두 종류를 번갈아 사용 중입니다. 고에츠의 경우 현을 중심으로 한 소편성곡에 주로 사용 중이며, 하이퍼 에미넌트의 경우 그 밖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합니다. 그리고 올닉 H-3000 포노 앰프에 웨스턴 618B 승압 트랜스로 매칭하여 사용 중입니다.

사용하고 계신 시스템의 장점과 선택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사실 SME 30/2의 경우 해상력이나 광대역을 자랑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사용하던 클리어 오디오의 마스터 레퍼런스와 비교할 때 단점들도 많지만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음향을 추구하는 저에게는 더 많은 장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역의 해상도나 다이내믹 특성 등은 분명 현대 하이엔드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보면 모자람을 느낄 수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겨운 음색과 더불어 상당히 어른스럽고 편안한, 모범생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한 번에 와 닿는 그런 음은 아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제 취향이 플로팅 턴테이블인 것 같고, SME 30/2는 플로팅의 최고봉이라는 생각에 구입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포노 앰프 역시 유명한 하이엔드 제품들을 테스트해봤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올닉 제품이 가장 제 취향에 적합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음색과 안정감, 특정대역으로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감 등은 분명 현대 하이엔드 포노 앰프를 뛰어넘는 매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연유로 자택 시스템의 프리·파워 앰프 모두 올닉 제품을 사용 중인데 상당한 만족하고 있습니다. 승압 트랜스인 웨스턴의 경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제 취향과 일치하는 제품으로 사용 중입니다.

그동안 사용해보신 플레이어들은 어떤 종류이신지요? 특별히 인상에 남는 조합이 있으시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몇몇 보급형 플레이어들을 사용하던 중 최초로 사용해 본 하이엔드 턴테이블이 클리어 오디오의 마스터 레퍼런스입니다. 다빈치 톤암에 인사이드 레퍼런스 카트리지의 조합이었습니다. 사실 그 조합의 경우 나무랄 곳이 거의 없는 치밀한 재생 음향이 장점이었습니다. 디지털을 능가하는 해상력과 정확한 재현 능력까지 소스에 담긴 정보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재생하는 능력은 가히 명불허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 제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과 정겨움, 편안함 등이 제 취향에는 좀 안 맞는 경향이어서 SME 30/2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단 이는 제 취향 문제이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한동안 클리어 오디오사의 턴테이블을 사용하면서 이 분과 거의 유사하게 느낀 것 같다. 업그레이드 후 개선된 점도 있지만 아직도 그 치밀한 해상력을 바탕으로 대편성곡을 재생하는 클리어 오디오의 매력은 잊기 어려운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클리어 오디오의 플레이어를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정도로 그 장점은 대단했으니까.

그동안 사용해보신 카트리지들은 어떤 것이 있으신지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사용해 본 카트리지는 고에츠의 몇 종류, 그리고 클리어 인사이드 레퍼런스 및 현재 사용 중인 제품들입니다. 음색적인 면에서 고에츠 카트리지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오닉스 계열도 고려해보았지만 제 사견으로는 진정한 고에츠 사운드는 우드를 베이스로 한 현재 사용 중인 모델인 것 같습니다. 상위 기종에 비해 물리적인 특성은 부족하지만 특유의 목질감이나 음색은 바로 이것이 고에츠의 사운드구나 할 정도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사실 모노 카트리지도 몇 종류 테스트해보았지만 오히려 고에츠 스테레오로 재생하는 것보다 못한 것 같아 모노 음반의 경우 현재의 조합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출시한 에미넌트 모노 카트리지가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한 번 시도해 볼 예정입니다. 현재 사용 중인 하이퍼 에미넌트의 경우 특히 대편성의 무대감이나 육성의 온도감 등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거침없이 재생하는 해상력과 박력이 있으며 부드러운 경향의 사운드는 현대 카트리지의 대표 모델로 보아도 무관할 정도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제 사견으로는 모노 음반은 음반 골의 형상 때문에 모노 카트리지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한때 취향에 맞지 않는 모노 카트리지의 사용으로 단기간에 포기한 적도 있었지만 현재 사용 중인 에미넌트 솔로 모델의 사용 후 진정한 모노 사운드의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음반 컬렉션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현재 보유 중인 소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LP가 약 4천장, CD가 3천장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보유 중인 LP의 대부분은 초반입니다. 사실 초반을 선호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지출이 만만하지는 않지만 저에게 LP 초반은 단순한 소스 하나의 의미를 넘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가치나 컬렉션의 의미, 그리고 크게 보면 하나의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골동품과 미술 작품을 모으는 사람들의 심리와 같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예술적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과연 그런 큰 금액을 지불하고 모을 수 있을까요? 서두에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오디오 애호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정도의 시스템을 보유하고 오디오 애호가가 아니라고 하면 좀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제 자신은 오디오보다 음반 수집이나 음악 감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특별히 초반을 컬렉션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오토 클렘페러 지휘의 말러 교향곡 2번 SAX 반이 초반을 구입하게 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소 이 곡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재발매 음반을 갖고 있었는데, 단골 레코드숍에서 이 음반을 빌려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 음이 나오는 순간 일종의 전율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장막이 걷힌 듯 신선하고 디테일한 사운드가 재생되는데, 이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좋아하는 연주를 50년 이상이 지난 이 시점에서 실연에 가까운 감동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저에게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만족감에 비하면 가격은 고가이지만 충분히 수집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하이엔드 시스템의 교체 비용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지출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재생하는 음반의 가치와 질이 떨어지면 소용없는 전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음반 수집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컬렉션이신데 희귀 음반들이 있으시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앙드레 레비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이 가장 희귀반일 것 같네요. 데카 와이드 밴드 음반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조건으로 어렵게 같이 구하게 된 음반입니다. 워낙 희귀반이라 상당히 지출이 컸지만 꼭 소장하고 싶은 음반을 구했다는 만족감에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연주의 기법이나 음악성 등은 여타 연주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초고가 음반이지만 가장 자주 듣는 음반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요한나 마르치의 일부 음반들도 어렵게 구한 음반이고 특히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곡의 경우 두 세트를 보유 중입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음반의 상태를 무척 중시하는데 가능하면 신품과 같은 상태의 음반만을 구입하는 경향입니다.

필자가 보아도 정말 대단한 컬렉션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과거의 명연주는 거의 없는 음반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단하였다. 이런 컬렉션을 위한 이분의 음악적 식견과 열정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될 정도로 필자를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주옥같은 음반들이었다.

아직도 구입하고 싶은 음반이 많이 남으셨는지요?
클래식은 대충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음반의 숫자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구하지 못한, 정말로 구하기 어려운 음반들을 위주로 수집할 예정입니다. 요즘은 재즈도 가끔씩 듣고 있고 아직까지는 재발매 음반 위주로 모으고 있습니다. 조만간 좋아하는 음반들은 초반을 구입할 예정인데 재즈 음반의 경우에는 상태 좋은 음반들을 만나기가 어려워 고민 중입니다. 음악 생활을 계속하는 한 음반 구매는 계속할 예정입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는 있으신지요?
클래식은 특별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현악기를 위주로 한 음반이 많은데 앞으로는 피아노 음반으로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피아노 음반의 경우 현악기에 비해 음반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다행입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궁극의 시스템이 있으신지요?
오디오는 더 이상 욕심이 없습니다. 특히 아직까지 오시리스를 능가할 만한 스피커를 찾지 못했습니다. 다이아몬드 트위터로 교체한 후 더욱더 오시리스 스피커를 능가하는 제품을 찾기 어렵더군요. 물론 취향의 문제이지만 당분간은 만족하며 사용할 예정입니다. 소스 기기나 앰프, 케이블 등도 안정된 것 같습니다. 단 에지의 레퍼런스 프리앰프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궁극의 시스템은 기계가 아니라 리스닝 룸입니다. 사실 현재 공간이 13평 정도인데 오시리스의 풀 스케일을 얻기 위해서는 더 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2배 이상 넓은 장소로 옮겨 제대로 울려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오시리스 스피커를 구입했을 때 현재의 공간으로는 협소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리스닝 룸을 넓히겠다는 계획이었으므로 조만간 시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몇 종류의 카트리지에 대해 시도할 계획입니다. 아마도 마음에 드는 카트리지를 발견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플레이어를 추가하는 계획도 검토해볼 수 있겠죠. 아무튼 큰 변화 없이 현재의 시스템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사실 최종적인 오디오의 업그레이드는 리스닝 룸의 업그레이드라는 것, 필자 역시 인정하고 있다. 아직은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작은 공간에 대형 스피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현재 필자의 입장이니 이를 생각해보면 이만한 공간 자체도 부러운데 더욱 넓은 공간 확보를 계획하고 계신 이분이 부러울 따름이다.

끝으로 후배 애호가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많이 즐기라는 것이 첫 번째 조언입니다. 주변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오디오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좋은 시스템을 들여놓고 충분히 즐기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 감상이라는 취미가 얼마나 고품위하고 풍요로운 도락입니까. 저는 시간 날 때 마다 음악을 충분히 즐기며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몇 차례 말씀드렸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계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입니다. 디지털이나 아날로그 모두 일단 오디오 시스템이 갖추어진 이후에는 음반의 컬렉션과 이를 즐기는 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무 의미 없이 남들이 하니 나도 따라한다는 식으로 아날로그에 접근하지 말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군요. 아날로그는 웬만한 정성과 노하우가 없다면 결코 좋은 소리로 보답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아날로그 시스템의 경우 결코 디지털을 능가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과 연주자가 아날로그 시대에 집중되어 있다면 아날로그를 추구해야 할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디지털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탐방 후 함께 식사를 나누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오디오도 성격을 따라간다고 느끼게 되었다. 특히 철두철미하지만 겸손하고 소박한 이분의 인격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오디오 시스템이 아니라 본인의 예술적 갈증을 풀기 위한 시스템임을 느낄 수 있었다.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음악이 우선이고 시스템은 부속이라는 자세는 분명 배울 점이 많은 교훈이었던 것 같다. 말로만 듣던 앙드레 레비의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음반 구경을 넘어 감상까지 한, 필자에게는 호사스러웠던 시간이었다. 아직도 독특한 연주의 보잉이 귓가에 생생하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아발론 오시리스   프리앰프 VAC 르네상스 시그너처   파워 앰프 에지 NL 레퍼런스
CD 트랜스포트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칼리스타 레퍼런스   D/A 컨버터 오르페우스 헤리티지
턴테이블 SME model 30/2   톤암 SME V 골드 암
카트리지 고에츠 로즈우드 플래티넘, 마이 소닉 하이퍼 에미넌트
포노 앰프 올닉 H-3000   승압트랜스 웨스턴 618B   튜너 마란츠 FM 튜너 1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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