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S-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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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S-900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4.12.01 00:00
  • 2014년 12월호 (50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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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레인지가 주는 각별한 매력 S-9000

허스키하면서 진한 목소리가 일단 마음을 끈다. 가벼우면서 탄력적인 더블 베이스의 움직임이나 파괴적인 드럼의 어택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중간에 가세하는 트럼펫의 야멸찬 파열음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악단과 보컬이 유기적으로 엮여진 가운데, 오소독스하게 전개되는 부분은 여러 면에서 미소 짓게 한다.

본 기를 처음 접한 것은, 분당에 있는 한 전시장에서다. <오디오 멘토스>라고 본격적으로 올닉의 라인업을 전시한 공간이다. 사실 올닉의 명성이나 실력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국내에서 리뷰할 기회가 없었다. 아무래도 해외 영업에 치중하다 보니 그렇게 된 면도 있지만, 국내 총판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던 탓도 크다. 이번에 총판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올닉을 만날 기회가 많아져서 개인적으로 즐거운 기분이 든다.
당시 본격적인 리스닝 룸에 세팅된 본 기 S-9000의 위용은 대단했다. 그리고 음의 입구에서부터 출구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턴테이블이나 CDT를 제외한 모든 라인업이 올닉 일색이어서, 그간 올닉이 추구해온 사운드의 철학이나 특징을 쉽게 일별할 수 있었다. 올닉 특유의 미음에다 다이내믹스가 적절히 가미되어 클래식 소품뿐 아니라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빅 밴드까지 척척 소화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또 그 음색에 있어서 실제 연주와 상통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 풍부한 감촉을 갖추고 있어서 약간 중독성도 있었다. 이 시스템이 얼마 전 오디오 쇼에 그대로 출품되어, 역시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그러나 본 기의 경우, 오히려 올닉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앰프로 얼마든지 운용할 수 있으므로, 오로지 스피커 자체에만 집중했으면 싶다.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제품인 것이다. 각설하고 본 기의 핵심 콘셉트는 풀레인지(Fullrange)다. 풀레인지라는 것은, 유닛 하나에 고음, 중음, 저음이 모두 다 나온다는 뜻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냐 싶지만, 사실이다. 또 실제로 우리가 듣는 자연음은 말하자면 커다란 풀레인지를 연상하면 된다. 통상의 스피커처럼 고·중·저음이 결코 나뉘어서 전달되지 않고, 이게 한 번에 일체의 나뉨이나 딜레이가 없이 다가온다. 그게 실제음이다. 그러므로 모든 스피커 회사는 비록 2웨이, 3웨이 하는 식으로 유닛을 나눠서 설계하지만, 머릿속에는 풀레인지 음을 지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풀레인지의 진짜 미덕은 바로 크로스오버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실 크로스오버는 2웨이 혹은 3웨이로 스피커를 설계할 때 그 주파수 대역을 나누기 위해 동원되는 기법이다. 하지만 그 안에 엄청난 길이의 인덕터나 각종 커패시터나 저항이 개재해서, 실제로 앰프에서 전달되는 출력이 상당히 반감이 된다. 스피커의 효율을 떨어트리는 대표적인 필요악인 것이다. 그게 필요 없으니 얼마나 신호 전달 과정에 유리한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본 기에 투입된 풀레인지 유닛은, 이 분야의 세계적인 메이커인 슈프라복스사 제품을 사용했다. 여기에 21000 가우스의 자력을 갖는 알니코 자석을 결합해 음질에 자연스러움을 더했으며, 9인치 구경의 페이퍼 콘은 해상도와 음색, 질감 등에서 두루두루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스펙을 보면 입력 감도가 무려 98dB다. 그럴 경우, 소출력 3극관 싱글 앰프로도 구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꼭 여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보다 대출력을 걸어서 빅 다이내믹스를 즐겨도 좋을 듯하다.
한편 저역을 보다 신장시키기 위해 일종의 백 로드 혼으로 구성된 인클로저 설계가 돋보이는 바, 그 길이가 무려 3.6미터다. 풍부한 잔향과 배음을 느끼기에 매우 적합할 것이다. 단, 더 고역 특성을 높이기 위해 포스텍스에서 나온 슈퍼 트위터를 더한 바, 이것은 일종의 감초 역할이다. 그래서 오로지 슈퍼 트위터용 네트워크가 간략하게 추가되었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당연히 아날로그가 투입되어야 마땅하지만, 사정상 동사의 인티앰프 T-1800에 TDL-18CD를 동원했다. TDL은 진공관 아웃풋을 지원하므로, 본 기의 아날로그적인 느낌과 그리 큰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음을 밝힌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젊은 날의 요요 마, 무터 등이 카라얀 지휘로 함께 한 베토벤의 트리플 콘체르토. 핀 포커스의 장점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음장 처리가 우선 귀에 들어온다. 장중한 오케스트라의 전주 후, 세 개의 솔로가 차례차례 등장하는 대목이 무척 극적일 뿐 아니라, 아날로그를 방불케 하는 자연스러움이 놀랍다. 나중에 교향악단과 독주자들이 어우러질 때의 확연한 음색과 위치의 구분은, 본 기가 결코 회고적인 취향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이어서 게이코 리의 ‘Night & Day’. 허스키하면서 진한 목소리가 일단 마음을 끈다. 가벼우면서 탄력적인 더블 베이스의 움직임이나 파괴적인 드럼의 어택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중간에 가세하는 트럼펫의 야멸찬 파열음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악단과 보컬이 유기적으로 엮여진 가운데, 오소독스하게 전개되는 부분은 여러 면에서 미소 짓게 한다.
마지막으로 롤랜드 한나의 ‘Serenade’. 또렷하고 명징한 피아노 음향은 연주자의 나이를 잊게 한다. 심벌즈 레가토의 자연스러우면서 풍부한 음향은 슈퍼 트위터의 존재감을 확 부각시키고, 양감이 풍부하면서 라인이 분명한 더블 베이스는 반대로 본 풀레인지 유닛의 광대역을 실감케 한다. 전체적으로 쨍한 느낌 대신 진중하고 깊이 있는 음향에는 역시 사반세기 동안 오디오를 만들어온 올닉의 내공이 듬뿍 담겨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1,500만원

509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12월호 -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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