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T-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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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T-1800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4.12.01 00:00
  • 2014년 12월호 (50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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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올닉의 깜짝 선물

올닉의 홈페이지에 가면 깜짝 놀랄 사실이 하나 있다. 전문이 다 영역이 된 것이다. 이것은 그간 올닉이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또 일정한 성과를 거둔 과정에서 얻어낸 수확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이 홈페이지를 통해 일종의 총판 영업을 하고 있는 <오디오 멘토스>를 찾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들에게 이것은 일종의 성지 순례와 같다고 하겠다. 향후 올닉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여기서 올닉의 뜻이 무엇인가 되묻는 이들도 있을 듯싶다. 그 의미는 니켈(Nickel)과 알로이(Alloy)의 합성어다. 왜 이런 물질이 동원되는가 하면, 바로 트랜스포머의 코어에 이 합성 물질을 쓰기 때문이다. 그 근원은 19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근무하던 G. W. 엘멘이라는 엔지니어가, 니켈과 알로이에 철을 섞은 코어를 개발하면서, 동사의 신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던 바, 바로 그 유산을 충실히 계승한 것이다. 덕분에 올닉의 트랜스포머에 대한 기술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단계로, 당연히 이번에 소개할 T-1800이란 인티앰프에도 투입되었다.
여기서 잠깐 동사의 라인업을 훑어보면, 인티의 경우 상급기로 T-2000이 있고, 하급기로 T-1500이 있다. 본기는 그 중간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T-2000의 경우, KT120을 무려 4발이나 투여해 푸시풀 방식으로 70W의 출력을 얻고 있다. 반대로 T-1500은 300B를 싱글 처리해서 15W 내외를 얻고 있다. 당연히 그 중간이 비는 바, 이번에 나오는 것은 그 해결책인 셈이다.
EL34를 사용한 제품에 대한 호불호는 상당히 갈리는 편이다. 중·고역의 풍윤하면서 아름다운 음색은 인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무른 듯한 저역이 늘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편성 오케스트라나 재즈에는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그러나 올닉이 그런 장단점을 모를 리 없다.
이런 개선을 위해 우선 트랜스포머부터 손봤다. 특히, 아웃풋 트랜스를 감는 과정에서 EL34의 단점을 개량하는 방식으로 최적화해서, 여태 들어보지 못한 음을 연출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특히 진공관 앰프에는 전원부가 중요한 바,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은 한층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본 기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신호 전달 경로의 최소화다. 통상의 인티가 3~4개의 스테이지를 거치는데 반해, 본 기는 단 두 단계만 거친다. 사실 이렇게 걸치는 스테이지가 줄어들수록, 음성 신호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구 단계를 건너뛴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바, 오히려 늘리는 쪽보다 줄이는 쪽이 훨씬 어렵다는 것은 참고삼아 말해둔다.
프리앰프나 인티에서 제일 중요한 존재는 볼륨단이다. 얼마나 제대로 만든 것이 투입되느냐가 곧 퀄러티로 직결된다. 그래서 본격적인 아날로그 볼륨단을 만드는 회사의 제품은 상상을 초월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 올닉은 이 부분에서도 많은 노하우를 쌓은 바, 무려 41스텝으로 구성된, 초정밀 어테뉴에이터를 삽입하고 있다. 이것은 상급기에 쓴 것과 동일한 것이니, 이 부분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할 듯싶다.
한편 투입된 부품에 대해 살펴보면, 특주한 콘덴서를 적극 활용하는 점이 돋보인다. 사실 대부분의 메이커는 진공관 인티앰프를 만들 때 대개 프리단을 생략하고, 출력관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트랜스를 매칭하는 데에서 그친다. 이렇게 콘덴서 하나까지 일일이 다 간섭해서, 일종의 완벽주의로 완성하는 곳은 없다. 그 점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필립스 코리아에 정식으로 발주해서 올닉의 사양에 맞는 콘덴서가 OEM되었다고 한다.
슬로우 스타터 기능을 넣은 것도 재미있다. 사실 성미 급한 분들은 전원을 켜자마자 불이 확 들어오고 음악이 터져 나와야 만족하겠지만, 그게 바로 소중한 관을 죽이는 지름길이다. 또 진공관 앰프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슬로우 푸드를 먹는 듯한 여유로움과 한가함이 따라와야 한다. 가동 시간이 좀 걸린다고 절대 초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동사의 S-9000 스피커를 동원한 가운데, 소스기는 TDL-18CD를 사용했다. 첫 곡으로 조앙 피레스-뒤메이 콤비의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부터 듣는다. 확실히 유연하고, 실키하며, 감미롭다. 그러나 선이 분명하고, 심지가 곧다. 결코 하늘하늘 허약하지 않다. 서로 협력하면서 아기자기하게 악상을 엮어가는 부분이 보기 좋고, 그 음색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일체의 착색이나 과장이 없다.
다양한 퍼커션이 동원된 마르틴 그루빙거의 ‘Introitus’를 듣는다. 공간 여기저기에 다양한 타악기가 출몰한다. 그 북의 질감이나 텐션, 잔향 등이 명료하다. 안길이도 또렷이 나오고, 스케일도 크다. 여기에 잔잔하게 더해지는 남성 코러스의 신비스런 음색은 재생의 퀄러티를 더욱 높인다.
마지막으로 주얼의 ‘Deep Water’를 듣는다. 초반에 왼쪽 채널을 점유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텐션이나 배음이 기분 좋게 펼쳐지고, 호소력이 강한 보컬이 중앙을 점거한 채, 강력하게 어필해온다. 중간에 드럼, 베이스 등이 깔리면서 스케일이 커질 때, 그 흐름이 일목요연하다. 이쪽에서는 눈을 감고 그저 음악에 빠져들 따름이다. 참 아름다운 인티앰프의 출현이라 하겠다.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550만원

509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12월호 -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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