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d 12L Classic Sig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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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d 12L Classic Signature
  • 김남
  • 승인 2014.09.01 00:00
  • 2014년 9월호 (50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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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의 사운드를 소개하는 수수하지만 기품이 있는 스피커

지난 호에 이 시리즈의 가장 대형기인 25L 클래식 시그너처를 들었다. 오랜만에 마치 추억의 이름 같은 쿼드 사운드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음악을 듣는 모든 이들에게 오디오의 고향을 들라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미국의 매킨토시, 그리고 영국의 쿼드를 거론할 것이다. 지금은 세대가 달라져 30대 정도는 안 그럴지 몰라도 40대 이후 세대라고 한다면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지금은 기라성 같은 고가의 하이파이들이 즐비한 탓에 그런 추억의 이름들이 퇴색해 버린 터이지만, 새삼스럽게 보니 쿼드는 아직 건재했다. 다만 우리의 기억력이 그것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연초록의 단정한 체구에서 흘러나오던 아늑하고 당당했던 소리들. 새삼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쿼드는 피터 워커에 의해 1936년에 설립, 그 이후 앰프와 튜너 등에서 하나의 규범을 세웠다. 세계 오디오 역사에서 쿼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지울 수 없는 큰 기여를 한 것이며, 일찍이 1978년에 영국 여왕이 하사하는 과학 기술 성과에 대한 상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매거진에서 수상한 수많은 상은 그 증거가 된다.
쿼드는 앰프의 뒤를 이어 유명한 정전형 스피커까지 만들어 냄으로써 그들의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는데, 지금은 정전형 스피커는 물론이고 대중적인 가격대로 보통 가정용의 다채로운 스피커도 여러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쿼드의 중용적인 사운드를 알리고 있는 터이지만, 공통점은 한가지로 절대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으로 승부를 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만하면 가정에서 가족이 얼마든지 음악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변함없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본 시청기는 최신 시리즈인 클래식 시그너처 시리즈의 하위 기종으로, 영국제의 양식처럼 역시 생김새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이다. 이 시리즈의 최상위 제품인 25L 역시 유닛이 5개나 되는 3웨이의 대형기이지만 가격대가 놀라울 정도로 저가였다.
본 스피커는 전형적인 베이스 리플렉스 디자인으로, 165mm 크기의 미드·우퍼 유닛은 방탄 섬유인 케블라를 사용해 직조한 콘을 사용하며, 25mm 크기의 트위터는 패브릭 돔 타입이며 정밀하게 설계된 웨이브가이드가 부착되어 있다. 착색 및 공진을 줄일 수 있는 멀티 레이어 구조의 인클로저는 사펠리 마호가니, 사펠리 마호가니 레드, 피아노 사펠리 마호가니, 피아노 블랙으로 컬러 선택이 가능하다.
수수하지만 무엇인지 기품이 서려 있는 듯한 이 스피커를 2종류의 앰프로 울려 본다. 하나는 저가의 기본 제품이며, 하나는 그보다 값이 더 나가며 출력도 높다. 언젠가 한 번은 몇 십만원대의 저가 수입 스피커에 2천만원대인 앰프를 매칭해 보고 깜짝 놀랐다. 저가의 보급형 인티앰프로 울렸을 때는 속이 영글지 못하고 좀 푸석거리는 전형적인 저가 제품의 경박한 소리가 나왔는데, 2천만원대의 하이엔드 기종으로 바꾼 즉시 깜짝 놀랄 만한 소리가 나와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저가형 스피커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하이엔드의 소리! 스피커는 앰프의 역량에 비례한다. 더구나 지금의 스피커란 더욱 그럴 만한 능력을 지녔다. 저가형이라고 해서 저가 인티앰프에 매어야 한다는 선입견에 사로 잡혀 우리 스스로가 스피커의 능력을 틀어막고 있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이 스피커 역시 마찬가지. 저가 제품에 묶으니 해상력은 좋고 스케일도 크다. 보컬은 괜찮지만 다소 거칠며 속이 비어 얄팍한 소리가 나온다. 피아노 역시 파워감은 충분하지만 무르고 얄팍하다. 아마 저가형 인티앰프로만 들었더라면 그런 정도로 시청을 끝냈을 것이다. 그러나 출력도 높고 가격도 비싼 제품으로 바꾸자 마치 다른 스피커 같은 느낌으로 돌변했다. 도저히 같은 스피커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나와 주는 것이다. 더 호쾌하고 파워풀해지며, 깊고 우아해지기도 한다. 공간을 꽉 채우는 입체감도 두드러지고, 극도의 미려함은 아니지만 모든 소리에 여유가 있고 윤기도 있다.

이런 정도의 스피커에서 이런 무궁한 가능성을 보고 나니 경이롭기만 하다. 여자는 남편 만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지만, 스피커는 확실히 앰프 만나기가 운명을 결정짓는다. 스피커를 고려할 때 우리는 이 손쉽고도 어려운 문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오디오 기기를 결정할 때 맨 먼저 스피커부터 하라는 것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절대 맞지 않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향수 어린 쿼드의 사운드, 아름답고 고상한 곡처럼 듣는 이를 안정시키고 어루만져 주는 매력이 지금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앰프와의 매칭 성공이 그 요인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84만7천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우븐 케블라,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8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4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권장 앰프 출력 50-150W  크기(WHD) 20.5×34×27.9cm  무게 7.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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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9월호 - 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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