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SCA-7511 M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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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SCA-7511 MK3
  • 장순열
  • 승인 2014.04.01 00:00
  • 2014년 4월호 (50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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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앰프, SCA-7511 MK3
바쿤의 앰프는 조그마한 SCA-7511 KR이 한국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사용했다. 물론 사용 도중 몇 번 다른 중후한 앰프로 곁눈질도 했었다. 마크 레빈슨 333, 제프 롤랜드 8, 첼로 350, 캐리 805, 제프 롤랜드 501 모노 등이 내가 사용한 것 중 바로 마음에 떠오르는 앰프들이다. 이들은 길게는 1~2년, 짧게는 몇 주간 나의 곁에 있었다. 그렇지만 바쿤 SCA-7511 KR은 끝까지 버리지 않고 2세대, 3세대까지 사용해왔다. 생긴 것이 별로 예쁘지 않아서 처음에는 정이 잘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볼수록 앙증스럽고 소리가 아름다워서 한 번도 내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덩치 큰 앰프들에 자꾸 곁을 주었던 이유는 내가 당시 사용했던 스피커가 오랜 방황 후에 들인 것으로, 다인오디오에서 발매한 컨피던스 5로 정착했기 때문이었다. 이 스피커는 에소타 유닛의 소리가 매력적이어서 처음 나왔을 때 구입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구동이 안 되어서 팔았다가 단종되기 직전 웃돈을 주고 다시 구입했었다. 제대로 구동하기가 정말 어려운 스피커인데, 그리폰의 오래된 앰프인 DM100으로도 구동이 잘 안되었고, 마크 레빈슨 23.5는 저역이 잘려서 고역으로 몰린 에너지 때문에 불균형이었으며, 마크 레빈슨 333은 힘이 너무 들어가서 드라이버가 자유스럽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스피커는 매킨토시나 패스의 알레프 0 모노블록, 앰프질라 모노블록을 물려도 균형 있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유명세가 대단했던 그 앰프들을 다 제치고 존재감 없던 7511 KR을 컨피던스 5에 연결해 보고는 깜짝 놀랐다. 10W의 낮은 출력이라서 음량이 크지는 않았지만, 피라미드 모양으로 균형 잡힌 소리가 나왔고, 고역이 하늘하늘한 소출력 앰프의 특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후로 바쿤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소리에 반해 커다란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5와 앙증맞게 작은 7511 KR이라는, 외관상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꽤 오랫동안 이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2010년경 드디어 SCA-7511 MK2가 나왔다. 바쿤 코리아 대표인 니쇼지 씨가 직접 와서 설치해 준 기억이 생생하다. MK2는 예열이 필요했고, 안정되려면 몇 분 동안 기다리는 것이 귀찮기는 했지만 파워도 15W로 올라갔고 소리는 좋아졌다. 전에는 교향곡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MK2를 들이고 난 후부터는 대편성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고역의 실키함과 섬세함, 그리고 중역의 튼실함이 분명 더 나아졌다.
그러다 2012년경 새로 나온 SCA-7511 MK3(SATRI-IC-EX)을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들이게 되었다. 고역의 시원한 뻗침은 더욱 좋아졌고, 피아노의 타건음은 더 옹글어졌다. 전에는 피아노 소리는 거의 듣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리히터의 강철 타건 피아노 소리도 아름답게 울려준다.
사람의 호기심과 욕심은 끝이 없는지 결국 최신형의 SCA-7511 MK3(SATRI-IC-UL)로 업그레이드하였다. 어제 저녁 박스를 열어놓고 정신없이 빠져 들어 지금까지 듣던 익숙한 CD들을 다 돌려 보다 보니 어느덧 새벽 3시가 되어버렸다. 볼륨은 초저녁에는 음량을 크게 하여 듣다가 밤이 깊어갈수록 거리에 정적이 퍼져감에 따라 서서히 줄여나가 아주 작은 음량으로 듣게 되었다. 바쿤 앰프의 놀라운 점으로 볼륨을 아무리 줄여도 원래의 밸런스가 전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발전한 소리임이 분명했다.



바쿤 앰프의 제작자인 나가이 사장이 '이제 신의 소리를 찾았다'라고 했다는데, '이게 신의 소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의 영역을 어찌 인간이 넘볼 수 있겠는가 하는 일말의 의구심도 들었지만 아무튼 아쉬운 점을 별로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EX 버전에 비해 UL 버전은 음색도 좀 달라졌다. 소리의 중심이 좀더 아래로 내려갔고, 음의 심지라고나 할까 이것이 더욱 확고해졌다. 리히터가 연주하는 바흐의 전주곡에서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피아노 소리의 배음감이 좋아지다 보니 현장감이 더욱 살아났다. 예전 버전에서 피아노는 잘 듣지 않는 장르 중의 하나였다. 왜냐하면 88건이나 되는 음역을 가진 피아노를 오디오적으로 만족스럽게 재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7511의 발전은 말하자면 개발자가 음을 자꾸 아래로 끄집어내려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초기의 7511의 음은 정숙하고 배경은 고요했지만 소리가 좀 뜨는 경향이 있었다. 즉, 고역의 나긋함이 더욱 강조된 소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다 최종본인 이 7511 MK3(UL)은 중심이 아래로 많이 내려갔다. 카라얀이 지휘한 브람스 교향곡 1번에서 저음이 원래 이렇게 많았던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저음의 크기가 커졌다고 해서 고역이 마스킹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배음이 좋아져서 기분 좋은 잔향이 느껴진다. 목관악기의 위치가 더욱 확고하고 금관이 시원스럽게 뻗어 오른다. 안너 빌스마가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바로크 첼로 곡으로 듣는 알비노니의 작품은 실로 저역이 풍부하고 느긋하다. 그리고 하프시코드의 반주는 더욱 찰랑거리고 경쾌하다. 두 악기의 위치는 정확하며 협연하는 분위기는 바로크적으로 상큼하다. 샤론 쿼텟의 베토벤 현악사중주를 들으니 소리가 약간 두꺼워져서 섬세한 맛은 조금 덜 하지만 정위감이 좋아져서 오히려 기분은 더 좋다.



이러 저러한 CD를 들어보다 오래 전에 오디오 체크할 때 밤새워 들었던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까지 듣게 된다. 어쿠스틱 기타를 뜯는 손가락이 보이는 듯, 줄을 잡는 소리가 동그랗고 분명하다. 이렇게 리얼하긴 정말 처음이다. 내친김에 트로파노프의 집시 바이올린도 들어본다. 거칠고 애수 어린 바이올린의 질감이 머리칼을 쭉 잡아당기는 듯하다. 반주 피아노의 루바토는 더욱 또랑또랑하고 가운데로 잘 모이는 것이 느껴진다. 음상이 정확하다는 것이겠다.
오디오를 들여놓기에는 집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스피커를 벽에 붙여서 듣는데, 놀랍게도 여자 가수의 입이 작아지고 뒤로 물러나는 게 느껴진다. 무대의 깊이가 좋아진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좀 무리하게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죽음과 변용을 틀어본다. 다이내믹의 진폭이 큰 음악이라 다소 부담스러운 곡이다. 고역과 저역, 그리고 금관과 팀파니의 균형 잡힌 아름다움이 자꾸만 아침부터 볼륨을 올리게 만들고 만다. 더 듣고 싶지만 아쉬워하면서 직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두른다. 빨리 저녁이 와라, 빨리 주말이 와라, 내가 종일 이 소리만 들어도 정말 행복할 것이니 하는 마음뿐이다. 정갈하고 검고 고요한 배경위에서 정교하게 그려지는 음의 향연, 그 촉감, 그 깊이, 그 위치감을 하염없이 즐기고 싶다.
지금 내가 듣는 스피커는 아큐톤 세라믹 유닛이 장착된 MSD의 레아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외관을 가졌으며 세라믹의 섬세함과 사기의 질감이 두드러져 울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바쿤으로 울릴 때 세라믹의 장점만이 두드러진다. 고역은 선명하고 실타래가 풀리는 것 같으며 중역은 매끈하게 연결되고 저역은 탄탄하다. 물론 고무줄 같은 저역은 아니다. 풍부하다. 그러나 분명하다. 정말 싸고도 좋으면서도 스피커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음량이 크거나 작거나 변함없이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음악을 끌어내는 능력을 가진 앰프다. 사트리 회로를 장착한 이 작은 앰프로 음악 삼매에 들 수 있다면 무슨 욕심이 더 있겠느냐는 생각이다.
소리에 취해 지금도 이렇게 눈을 감으면 바쿤 앰프의 파란 빛이 눈에 감감하다. 앰프를 끄지 않고 일부러 켜둔다. 전기세가 별로 나가지 않으니 앞으로도 끄지 않고 사용할 생각이다. 이 앰프는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오랫동안 내 곁에 있을 것이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280만원  실효 출력 15W(8Ω)  입력 RCA×1, Satri-Link(BNC)×1  출력 헤드폰 출력×1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9kg

50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4월호 -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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