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되는 국내 오디오 시장의 현상을 반영하듯 국내의 오디오 제조업체 중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는 몇 곳 되지 않는다. 그나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도 한 사람의 기술자가 운영하는 공방 형태의 업체가 대부분이다. 오디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직적인 규모를 갖춘 업체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그 숫자도 늘어야 하겠지만 오디오 애호가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공방 형태의 오디오 업체의 존재가 오히려 더 반가울 수도 있다. 제품을 설계하고 만들어주는 분하고 직접 대화를 하거나 요구 사항을 제시할 수가 있기 때문에 공급자와 수요자와의 관계를 떠나서 같은 취미를 하는 동료의 입장이 되기도 하면서 강한 유대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번 호의 리뷰 제품으로 등장한 제품은 5극관을 싱글로 구동하는 제품이다. 출력에서는 조금 손해볼지 모르지만 순수 3극 진공관에서 얻을 수 있는 빠른 반응과 아름다운 배음의 음색을 즐기기도 하면서 출력의 여유도 얻고 재생음의 풍요로움도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탈리아의 유니슨 리서치에서 만들어서 유명해진 제품의 구성인데, 서병익 오디오는 전통적인 진공관 앰프의 섀시를 기본으로 하여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기존의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적인 앰프의 모습에 두터운 알루미늄 상판과 목재로 마무리한 측면 판의 모습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마무리되어 있다.



제품의 출력은 채널당 8W로 되어 있어 300B 싱글 구동의 제품과 같은 출력을 내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스피커 단자는 4Ω과 8Ω의 두 계통이 준비되어 있고, 입력은 4조의 RCA 라인 입력이 제공되고 있다. 출력관은 함께 제공되는 EL34 외에도 6L6 계열의 진공관과도 호환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관을 바꾸어가면서 음색의 변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의 특징은 입력 선택과 게인, 그리고 출력 볼륨의 제반 조정 기능을 모두 앰프의 상단에 위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구성의 제품을 기존의 앰프 섀시에 구성하다보니까 공간에 여유가 생겨서이기도 하겠지만 신호 경로의 거리를 짧게 가져가는 이점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앰프의 출력이 8W 정도이니 아무래도 높은 능률의 스피커 시스템과의 연결이 음을 만들어내기에 수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이번 호의 리뷰 제품 중에서 클립쉬의 레퍼런스 RB-81 Ⅱ. 입력은 야마하의 CD 플레이어 CD-S3000을 연결하였고, 음원의 재생을 위한 노트북도 편집부에서 마련해 놓고 있었다. 시청 시에 가장 큰 관심은 300B 싱글 앰프와의 음색의 차이이다. 혼 드라이버를 갖추고 있고, 능률이 97dB로 상당히 높은 편인 클립쉬의 스피커 시스템을 울리기에는 채널당 8W의 출력으로도 충분하다. 한음 한음의 가닥추림이 좋고 음장 공간의 배경이 차분해지면서 스피커 음색의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잘 길들여진 유럽제의 북셀프형 스피커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는 정갈한 음이 울려 나옴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연주곡은 로드리고의 4대의 기타를 위한 협주곡. 현악기의 합주 부분의 연주가 현란하게 펼쳐지는 이 곡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재현되고 있다. 시스템이 불안하면 소란스럽게 울려주는 음악인데, 독주 악기인 기타와 오케스트라의 음의 크기도 적당하게 대비되고 있었고, 연주 공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울림의 음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카리 브렘네스가 부른 'A Lover In Berlin'에서의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두툼한 텍스처를 가지고서 실내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었다. 3극 싱글관을 통하여 듣는 음에서의 정갈함과 더불어 중·저음역에서의 풍부한 울림은 음악의 세계를 매력적인 것으로 그려주고 있다. 5극관에서 얻을 수 있는 음색과 3극관의 투명함을 같이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이러한 제품의 장점이 있는 것이다.



앰프의 구동 능력을 시험해 보고자 비교적 낮은 능률을 가진 몇 개의 스피커 시스템을 연결하여 시청하였다. 작은 방에서 혼자 듣는 음악이라면 그다지 스피커 시스템을 까다롭게 가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스피커의 능률에 관계없이 앰프에서 나오는 음은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재생 공간의 크기에 따라서 스피커 시스템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싱글 구동의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음의 수준은 훨씬 뛰어넘는 음을 제공하여 줄 것이다.
제작자와의 교감을 통하여 자신이 얻고자 하는 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오디오의 세계에서는 멋진 일이 된다. 나의 경우에도 이렇게 즐기면서 교류한 인사들 가운데에는 벌써 30여 년을 넘게 교류하고 있는 분도 있다. 서병익 오디오의 제품은 단순히 구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새로운 관계가 이루어지고 오디오의 취미 생활이 보다 풍성해지는 부 수익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제조원 서병익오디오 (043)264-0452
가격 210만원  사용 진공관 EL34×2, 12AX7×1, 12AY7×2  실효 출력 8W  이득 180배 
주파수 응답 9Hz-43.7kHz  크기(WHD) 40×19.5×27.5cm  무게 1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