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SCA-7511 MK3
상태바
Bakoon Products SCA-7511 MK3
  • 조경민
  • 승인 2014.03.01 00:00
  • 2014년 3월호 (500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쿤과 재회
제가 처음 바쿤을 접한 것은 일본의 바쿤 프로덕츠의 오리지널이 아니라 몇 년 전 한국의 바쿤 프로덕츠 인터내셔널에서 7511과 동일한 회로로 제작한 AMP-11R이었습니다. 당시 헤드파이를 하고 있던 저는 스피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큰맘 먹고 나름 비싼(?) 앰프를 고른 것이 바로 AMP-11R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막 앰프를 접하기 시작한 제가 바쿤의 진가를 알 리가 없었죠. 당시 저는 오디오 병이 도지기 시작할 때였고, 음악이 아닌 바꿈질에 열을 올리며 얼마 가지 않아 AMP-11R을 장터에 내놓았습니다. 그것도 매우 헐값에….
그 후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기기들을 경험하였습니다. 공간의 제약으로 대형기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어지간한 브랜드의 추천 기기는 다 한 번씩 거쳐 갔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는 장터에 너무 자주 제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 창피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의 철칙이 있었는데, 한 번 들인 기기는 다시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의 바꿈질 끝에 내공이 쌓이고, 기기에 대한 로망이 조금씩 시들어 갈 때쯤 우연히 다시 만난 앰프가 바로 바쿤 SCA-7511 MK3입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숍에서 바쿤의 SCA-7511 MK3이 들려주는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 이게 이렇게 좋은 거였나?' 그날 바로 인터넷을 뒤져 바쿤매니아에 연락하여 인연을 맺었습니다.
심도 있게 테스트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SCA-7511 MK3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앰프 명칭에서 앞의 SCA는 'SATRI Compact Amplifier'에서 따 왔고, 7511의 7은 콤팩트 시리즈를, 5는 파워 앰프를, 11은 11번째로 개발한 앰프를, MK3은 개선 버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바쿤 프로덕츠 SCA-7511 MK3(이하 7511)을 판매 가격이 비슷한 A사의 앰프와 함께 사용하며 비교해 봤습니다. 참고로 A사의 앰프는 7511 이전에 제가 그동안 수많은 바꿈질 끝에 찾아낸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앰프입니다.
비교된 A사의 인티앰프는 만듦새나 음질, 편의성 등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놈입니다. 로하스 계열 스피커와 매칭이 좋았고, 큰 전원부를 탑재해 구동력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대가 앞으로 나오는 스타일이라서 저처럼 좁은 공간에서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스피커를 휘어잡고 공간을 울리며 스테이지를 만들어 내는 느낌이어서 좁은 곳에서는 산만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7511은 스피커를 휘어잡고 밀어 붙이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자연스럽게 풀어주고 악기의 위치가 정확하고 무대가 뒤로 빠지는 소리여서 공간의 제약이 덜했습니다. 더구나 덩치도 7511은 손바닥 두 개만 한 사이즈여서 데스크나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데 큰 이점이 있습니다.



음색 비교
A사의 앰프는 전체적으로 풍성하고 약간 퍼지는 저음에 매끄러운 고음, 조금 앞으로 나오는 중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진공관과 TR 앰프의 중간에 선 듯한 기분 좋은 소리입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컬러가 강해서 음악 장르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7511은 A사의 앰프보다 더 모니터적인 음색에 반응이 빠르고 명료한 저역, 매우 실키하고 유려한 고역과 타 앰프와는 비교 불허의 예쁜(?) 중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역대가 정말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풍성하지는 않지만 음이 성기지 않고 물 흐르듯이 매끈하다는 느낌입니다. 7511의 음색은 참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자연스러우며 타이밍이 정확하고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가 않고 오히려 개운한 느낌을 줍니다.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A사의 앰프는 잘 만든 앰프였고 7511은 잘 만들어진 악기 같았습니다.

헤드폰 앰프로서 SCA-7511 MK3
7511은 위에서 언급한 특징이 헤드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며, 파워 앰프로서의 출력은 조금 약하지만 헤드폰 앰프로서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7511에서 헤드폰을 사용하면 출력 걱정이 사라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때로는 아주 미세한 노이즈까지도 성실하게 들려주는 단점(?)도 있습니다.
7511의 헤드폰 앰프 성능은 최소한 100만원대 헤드폰 앰프 이상은 됩니다. 헤드 파이 하던 시절에 다양한 헤드폰 앰프를 경험하였지만 7511보다 확실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7511은 전원을 넣으면 약 5분 동안 바이어스 전류가 안정화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원을 켜고 약 5분 동안은 라디오의 주파수가 맞지 않은 것 같은 소리가 나는데, 헤드폰에서는 그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전원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 듯합니다.



스피커 매칭
그동안 7511을 사용하면서 매칭한 스피커에 대한 느낌을 적어 보겠습니다. 매칭된 소리는 공간이나 전원 상태 등의 환경적 요인과 청취자의 취향 등에 따라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척 조심스럽지만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풍성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선호하며 스피커의 음색을 즐기기보다는 스피커가 공간을 채우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7511은 어떤 스피커를 매칭해도 스피커를 휘어잡지 않고 곱고 편안하게 울려줍니다. 출력이 부족할 때는 앰프의 음색을 잃지는 않지만 소극적으로 변합니다.
매칭해 보았던 스피커들은 지인 댁이나 친분이 있는 숍에서 저의 좁은 방에서 사용할 스피커를 찾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으며 그러다 보니 북셀프가 대부분이었고, 청음에 사용된 음악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매칭해 본 스피커가 조금 더 있지만 청음 시간이 짧아서 자신 있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7511은 태생이 파워 앰프인데 프리앰프를 연결하지 않고 7511의 능력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격적으로 접근이 쉽고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이 작은 앰프는 어떤 이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앰프를 선택함에 있어서 기기보다 음악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바쿤의 SCA-7511 MK3은 평생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 어쿠스틱 에너지 AE301·8Ω·87dB
제가 한달 이상 사용했던 매칭으로 7511의 음색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걱정했던 저역은 충분했고, 중역의 느낌은 동급에선 최상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살집이 다소 모자란 고역과 살짝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 어쿠스틱 에너지 Reference 1·6Ω·87dB
저역의 양이 조금 부족한 느낌만 빼면 정말 좋은 소리였습니다. 제가 매칭해본 스피커 중 가장 예쁘고 투명한 중역이었습니다. 레퍼런스 1이 울리기 쉽지 않은 스피커 임에도 잘 만든 진공관 앰프에 물린 것처럼 훌륭한 질감과 음악성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굿 매칭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베스 P3ESR·6Ω·83.5dB
약간 메마르다는 느낌이 있지만, 하베스의 화사한 느낌을 잘 표현해주고 저역도 부족하지 않게 나와 주었습니다.

■ 스털링 3/5a V2·15Ω·82dB & 로저스 3/5a·11Ω·83dB
스피커 구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스피커가 신품이어서 그랬는지 세팅 때문에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스펜더 3/5a R2·최저 6Ω·84dB
매칭해본 3/5a 중 가장 좋았습니다. 스펜더의 어두운 음색을 바탕으로 하늘하늘한 중·고역이 묘하게 매력적이었습니다.

■ 탄노이 Precision 6.1·8Ω·88dB
제가 매칭했을 때는 공간과 세팅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밸런스가 어지러운 느낌이었습니다만, 세팅에 조금만 신경 쓰면 묵직한 저음과 탄력적인 소리로 보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KEF R300·8Ω·88dB
이 매칭도 매우 좋았습니다. 그림으로 따지면 파스텔 톤 느낌의 고운 음들이 봄바람처럼 다가옵니다. 바쿤 앰프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저·중·고역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하베스 콤팩트 7ES-3·6Ω·86dB 
이건 생각보다 좋더군요. 스피커의 크기가 있어 버겁지 않을까 했는데 베이스의 양도 충분하고 로하스 특유의 통울림까지 표현하더군요. 저역이 아주 약간 풀어지는 듯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오고 중·고역은 질감이 매우 좋았습니다.

■ 힘사운드 K82·8Ω·87dB
7511이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습니다. 덩치가 큰 톨보이 스피커 임에도 가장 고급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명확하면서 부드럽게 다가오는 저역과 힘사운드 특유의 진한 중역, 얇지 않고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고음까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주는 아주 좋은 매칭이었습니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280만원  실효 출력 15W(8Ω)  입력 RCA×1, Satri-Link(BNC)×1  출력 헤드폰 출력×1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9kg 

50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3월호 - 500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