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의 역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확인하다
이번에 소개할 소니의 신보는 일본 퓨전 재즈의 대표 그룹 티스퀘어의 신보와 에머슨 현악 사중주단의 차이코프스키 연주이다. 모두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룹들이다.티스퀘어는 일본의 퓨전 재즈의 대표 그룹, 국내에도 의외로 많은 팬이 있다. 70년대 안도 마사히로를 중심으로 결성되어 35주년 기념 음반을 만들어 내었다. 그동안 이 그룹을 거쳐간 멤버들이 참여하면서 이전 멤버와 현재 멤버가 같이 연주를 한다. 30주년 기념 '원더풀 데이즈' 이후 5년 만이다. 이번에도 황금기에 활동했던 혼다 마사토는 빠져 있다. 제목은 'Smile'. 오래된 역사만큼, 바뀌는 구성원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들려주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제목처럼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듣게 되는 분위기의 연주이다. 앨범을 받아 들고 보니 표지에 광각 렌즈로 찍은 귀여운 강아지의 느낌처럼 편안하고 아기자기한, 세상에 근심이라고는 하나 없어 보이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일본의 재즈 음반을 사 들어 보면 우선 비싼 가격, 국내 재즈 밴드와 비슷한 분위기, 그리고 뛰어난 녹음 상태에 놀라게 된다. 이번에는 참여 인원이 많아 그런지 오디오파일용 음반과 같은 퀄러티는 아니지만, 역시 투명하고 깔끔한 음질을 들어 볼 수 있다. 가격은 일본의 반값 정도, 뒷면에 한자로 '일본 국외 판매용'이라고 찍혀 있다. 카시오페아와 함께 일본 퓨전재즈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티스퀘어, 30여 년 간 지나면서 거쳐간 멤버가 모여 만든 앨범이라는 것만으로 티스퀘어 팬들에게는 필청 음반이라 하겠다.역시 결성된 지 35주년 된 그룹이 있다. 심지어 멤버조차 바뀌지 않았다. 바로 에머슨 현악 사중주단이다. 파릇하던 멤버들이 이제 은발의 노장으로 변하였지만 아직도 왕성한 연주를 들려주면서 어느새 최고의 현악 사중주단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이들의 롱런 비결을 민주적인 미국식 운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연주곡 성격에 따라 제1·제2 바이올린 주자를 바꾸고, 평소에는 잘 만나지 않고, 연주회에 가서도 서로 다른 호텔에 묵는다고 한다. 열외 없이 원 샷을 외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풍경, 어쩌면 이 같은 개인적 취향의 존중이 오히려 오래가는 비결일지도 모르고, 그들의 연주를 들어 보면 아직도 신선함이 있다. 35년 된 매너리즘에 빠진 연주 스타일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빠르게 강하게 특이한 템포나 스타일의 연주가 아닌, 차이코프스키 현악 특유의 우아한 아름다움, 에머슨 쿼텟이 처음 녹음한, '정화된 밤'의 주제에 맞는 분위기 변화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나가는 점은 근래 녹음된 연주에는 찾기 힘든 정통적인 해석이다. 시류에, 유행에 휩쓸리지 않아도 이렇게 아름답고 감각적으로 표현해 내는 연주자가 아직 있다는 사실이 행복해지는 연주.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약간 가늘게 녹음된 음질도 매우 마음에 든다. 35년간 유지해 온 각기 다른 지역, 다른 장르의 밴드들, 각자의 다른 방법으로 유지되었지만 이 두 음반 모두 산뜻한 느낌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있으며, 왜 이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유지되었는지 그 이유는 이 두 장의 음반을 들어 보면 알 수 있다. _글 신우진 원동력을 확인하다
에머슨 현악 사중주단
티스퀘어 슈퍼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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