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i Helicon 400 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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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 Helicon 400 MK2
  • 김남
  • 승인 2013.03.01 00:00
  • 2013년 3월호 (48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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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가 열창하는 감동적인 무대
흔히 달리의 소리를 한 번 들으면 듣자마자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일컬어 중독성이 있다고 표현한다. 냉랭했던 방 안에 군불이 지펴진 것처럼 온기가 감돌고, 카페에서 취기 어린 눈빛의 여인을 맞대면한 것처럼 잠시 정신이 몽롱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력적인 중·고역이라니! '좋은 제품은 계속해서 들어 봄으로써 롱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오디오 전문지나 평론가들의 또 하나 사명이다.' 외지에서 그러한 글을 읽고 가슴이 뭉클해진 적이 있다. 요즈음 사람들은 전문가든 보통 사람이든 무조건 새것, 새로 나온 물건에만 시선을 집중하는 바람에 숙성이라는 단어의 뜻을 잊어 버리는 시절이 되었다. 정치건 문화건 신인 발굴이라는 공염불에 지나치게 매달리다 보니 세상의 수준은 항상 신인급 수준에 맴돌게 된다. 좋은 물건이나 사람도 금방 잊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 제품을 다시 들어 보게 되어 즐겁기 짝이 없다. 본 시청기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명제품은 의무적으로 이렇게 다시 상기시켜 주는 것이 좋겠다.


 30년 전 덴마크에서 출범한 달리는 출범 20주년이 되자 기념작으로 헬리콘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 시리즈의 대표 모델이 바로 헬리콘 400이었다. 이 멋지고 우아한 스피커는 곧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모았다. 동·서양 모두에서 그랑프리를 휩쓸었다. 그리고 그 인기 제품을 다시 꼼꼼히 손질해 MK2로 내놓은 제품이 본 모델이다.맨 처음 약간 어둑한 시청실에서 본 제품을 봤을 때 나는 마치 소년 시절 첫 사랑에 빠졌던 소녀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 시절, 공해가 없던 그 시절, 학교 가던 골목길에는 하루 종일 라일락 향기가 떠돌았다.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매기' 그런 노래가 빠져 나올 것 같고, 그런 향기와 미완의 그리움 같은 것이 마치 안개처럼 이 별로 크지 않은 스피커에 잠겨 있다. '나는 조그맣고 예쁜 여자를 사랑했네. 돌아서서 울면서도 항상 기쁜 듯이 웃어 주던 여자.' 박재삼 시인의 시구가 설렘처럼 들려 나올 것만 같은 스피커. 나는 이 스피커에 깊은 감동과 사랑을 느낀다. 그런 스피커는 별로 없다.스피커의 천국인 덴마크는 이런 계통의 학문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200군데나 된다고 한다. 거기서 전자기학을 배우며, 배출된 인재들이 스피커 일선에서 활약을 하게 된다. 그런 곳이 한군데도 없는 우리나라! 


 헬리콘 시리즈의 기함은 800 모델로 400보다 유닛이 하나 더 붙어 있지만, 나는 사실상 헬리콘 시리즈의 완성은 본 시청기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저역이 부족하지도 않으며, 인클로저의 거치나 아름다움을 따질 때 본 시청기야말로 우리네 보통 가정에 가장 적절한 사이즈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달리 스피커의 핵심은 하이브리드 트위터에 있다. 소프트돔과 리본이 결합된 이 자그마한 하이브리드 트위터는 슈퍼 트위터의 도움 없이 27kHz까지 커버가 되는데, 바로 여기에서 달리의 독특한 소리가 나온다. 리본 트위터는 만들기도 어렵고 우퍼와의 연결 또한 지난해 대형 사이즈와 매칭이 까다로운 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리본 트위터를 사용한 제품들은 모두 사이즈가 크지 않다. 그래서 소형이나 톨보이 사이즈에 가까운 편이다. 그런 사이즈에서 절묘한 소리의 재생이 가능한 것이다. 우퍼는 펄프 재질의 합성인데 독일의 쿠르트 뮐러 사에서 만들었다.400에서 400 MK2로 진화한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플의 모양새가 달라진 점, 그리고 인클로저가 덴마크 목공 기술의 진수를 과시하듯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우아해진 것이다. 물론 외관뿐 아니라 소리의 수준도 달라졌다. 저역의 왜곡이 사라졌고, 팽팽해진 긴장감이 그 차이점이다. 중·고역의 아름다움도 숙성된 와인처럼 더 강렬해졌다. 흔히 달리의 소리를 한 번 들으면 듣자마자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일컬어 중독성이 있다고 표현한다. 냉랭했던 방 안에 군불이 지펴진 것처럼 온기가 감돌고, 카페에서 취기 어린 눈빛의 여인을 맞대면한 것처럼 잠시 정신이 몽롱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력적인 중·고역이라니!
모든 것이 아름답다. 매끈하고 해상도도 뛰어나다. 무겁고 어두운 저역이지만 탄력이 있다. 앰프 사용도 까다롭지 않다. 커피로 말하자면 카페라떼 정도는 아니지만 맑은 식물성 크림과 설탕을 적절히 친 모닝커피와 비슷하다. 새벽 공복부터 블랙을 마신다는 것은 좀 처량하지 않는가. 억지로 잠을 깨우려고 인위적으로 블랙을 들이킨다면 그것은 목적성의 각성제이지 한 잔의 여유로운 커피는 아닌 것이다.거칠게 비비적거리며 현장감을 잘 살리고, 록을 잘 울리는 그런 경향은 아니다. 우아하게 새벽녘이나 황혼녘, 가슴속에 진지하고 아름답게 음악을 끌어당기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향기가 있는 스피커라면 단연코 이 제품이다. 분석하며 평가하면서 음악을 잠시 듣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지만, 감동으로 음악의 호흡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가장 적절한 제품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가격 75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31.5Hz-27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700Hz), 3000Hz, (13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권장 앰프 출력 50-300W  크기(WHD) 27×103×50.5cm  무게 3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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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3월호 - 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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