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e SRH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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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re SRH1840
  • 이현준
  • 승인 2012.12.01 00:00
  • 2012년 12월호 (48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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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어의 사운드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역작
 역사가 오래된 헤드폰 제조사의 시작은 대부분 마이크 제조사였던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오랜 세월 마이크를 제조하다 소비자들이 마이크에서 수음한 음성 신호를 모니터링할 시스템을 요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헤드폰, 이어폰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하이엔드 이어폰, 헤드폰 부문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젠하이저도 처음엔 마이크를 제조하다 헤드폰을 제조하게 된 경우다. 물론, 지금은 그 상황이 역전되어 헤드폰·이어폰의 매출이 마이크를 뛰어 넘으면서 연매출 1조원을 목전에 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아이러니가 존재하지만. 젠하이저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메이커라면, 슈어는 1925년 창업 이래로 시카고를 지켜온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만하다. 1925년 시카고 작은 공방에서 시작한 슈어는 처음에는 라디오를 제작·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불황에 어려움을 겪다 1931년에서야 마이크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경쟁자인 젠하이저보다 십몇년 빨랐던 셈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후발주자였던 슈어는 다행히도 시작기부터 히트를 기록해 이듬해에는 미국 4대 마이크 제조사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다. 여기에 라인업을 더욱 늘려 당시 유행하던 LP 카트리지를 제조하게 되는데 1946년에는 카트리지 부문 미국 시장 No.1을 차지하게 된다. 이런 행보는 1950년대 뉴욕 브룩클린에서 시작된 그라도에도 영향을 주어 그라도는 지금도 헤드폰과 LP 카트리지만을 제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의 매출이 높았다면 우리는 슈어를 매킨토시, JBL, 클립쉬 등 1950년 내외에 태동된 미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중 하나로 기억하게 됐을 테지만, 1930년대 내놓은 55 시리즈 마이크가 수십년간 슈어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로 등극하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애용하는 마이크는 물론, 케네디 대통령, 맥아더 장군의 명연설 등 역사의 순간에 함께 한 마이크로 명성이 높아지면서 슈어는 자연스럽게 마이크 시장에만 전념하게 되며, 수십년간 정상을 놓치지 않는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슈어의 미국 기업답지 않은 우직한 엔지니어링 정신을 좋아한다. 그들의 제품은 언제나 허세나 과장이 없고 정직하며, 가격에 걸맞은 성능을 보여주는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높은 빌딩, 그리고 비행 중에 제품을 자유낙하시키는 내구성 테스트 비디오를 보노라면 슈어의 집요한 장인정신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러한 행보는 이어폰·헤드폰에서도 같았다. 슈어 정도면 여타 경쟁자들처럼 화려한 라인업, 그리고 고가의 제품을 내놓아도 충분히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팟·아이폰의 글로벌 히트 이후에도 제품 라인업 수에도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우직함을 넘어서 헤드폰의 경우에는 가장 고가의 제품이 50만원도 넘지 않아 하이엔드 제품을 원하는 팬으로서는 다른 메이커의 제품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경쟁자 젠하이저의 끝을 모르는 성장 행진에 자극을 받았는지 올해부터 동사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사 최초의 하이엔드 헤드폰이자 동사 최초의 오픈형 헤드폰인 SRH1840을 발표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곧 열릴 2013년 CES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또 다른 하이엔드 헤드폰 및 100만원 내외의 이어폰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슈어의 잠재된 능력을 가감 없이 세상 앞에 선보일 작정인 것이다. 90년 가까이 소리에 대한 노하우를 켜켜이 쌓아온 슈어인만큼 여느 메이커도 선보이지 못한 수준을 보여주리라 몹시 기대된다. 다시 돌아와 그들의 역작, SRH1840을 이야기해 보자. 그간 슈어의 이어폰은 빼어날 정도의 스타일을 자랑했지만 반면 헤드폰은 지나치게 레코딩 엔지니어를 의식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소리는 동급 제품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 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이 닥터 드레가 횡행하는 시대에 이를 밖에서 가지고 나가 듣기에는 부끄럽다는 평가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SRH1840의 디자인은 확실히 환골탈태했다. 세련된 이중 구조의 헤드레스트, 그리고 항공기에 쓰이는 6061-16이라는 알루미늄 합금을 쓴 프레임 구조는 만족스러움 그 자체. 10Hz-30kHz의 재생주파수 대역을 자랑하는 40mm 유닛은 동사 다이내믹 마이크에 쓰이는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슈어가 만들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동급 최강의 만듦새를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여전히 경쟁자의 2/3 수준밖에 되지 않는 슈어의 겸손함은 여전하다. 그리고 호평받았던 분리형 케이블 구조는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져 온다. 헤드파이 시장이 큰 일본에서는 이미 SRH1840을 위한 전용 케이블이 오야이데 등 전문 제조사를 통해 여럿 나와 있다고 한다. 혹시 케이블을 통한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이라면 이에 관심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시청에는 퓨어 뮤직이 설치되어 있는 15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에 에이프릴 뮤직 DP1과 오디오퀘스트 다이아몬드 USB 케이블을 연결해 진행했다. SRH1840이 들려주는 사운드는 단연 동급 No.1 클래스라 할 만하다. 65Ω의 임피던스는 구동이 크게 어렵지 않아 DP1은 물론, 오디오퀘스트 드래곤플라이로도 제법 들을만한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다만, 앰프에 따라 배경이 정숙해 지지 못하고 각 악기의 분리도 및 정위감이 매끄럽지 않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어 주변 기기의 매칭이 중요할 듯싶다. 린 레코드에서 구매한 캐롤 키드의 음원을 SRH1840으로 들어보면 나긋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컬의 특성을 잘 표현하며, 특히 록 장르에 강해 딥 퍼플, 본조비를 들을 때 강렬한 저역의 어택에 놀라게 된다. 특히 이런 아티스트들이 평소 슈어의 마이크를 애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슈어의 헤드폰이 이들의 음악을 가장 정확하게 들려주는 제품일지도 모를 일이다. SRH1840은 창립 90주년을 앞둔 슈어의 사운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작으로, 슈어의 사운드를 제대로 체감하고 싶은 팬이라면 꼭 일청해 볼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앞으로 슈어가 선보일 새로운 하이엔드 세계가 몹시 기대된다.  

 수입원 삼아프로사운드(주) (02)734-0631가격 97만원  임피던스 65Ω주파수 응답 10Hz-30kHz  음압 96dB  무게 26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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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12월호 - 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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