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kyo A-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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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kyo A-9110
  • 김남
  • 승인 2023.09.08 16:16
  • 2023년 09월호 (61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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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기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특별한 가성비

일본 온쿄의 A-9110은 보급형 가격대의 제품이긴 하지만 몹시 우아하고 고급기 못지않은 만듦새를 과시하는 인티앰프다. 이만하면 외양만으로도 지불한 가격을 보상받을 수 있겠다. 아무 차등이 없어 보이고 오히려 단아한 분위기는 이쪽이 더 윗길이라 할 수도 있겠다.

어린 시절부터 추리 소설 마니아로 자라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는데, 가장 많이 읽은 것이 일본 소설이다. 신경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는 추리 소설이 가장 좋다는 근래 한 전문가의 글을 읽은 뒤 더욱 분발, 부지런히 읽어가다 보니 이제 읽을 만한 책이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이나 대만의 추리 소설도 있지만 좀 격이 떨어지고 영미 쪽으로 가면 그 장황한 수식어 때문에 쉽게 읽히지 않는다. 프랑스 쪽도 추천할 만한 책이 드물고, 그러다 새삼 깨달은 것이 일본 책에 대한 고마움이다. 왜 그들은 그렇게 오만 가지 문학이 발달했을까? 지금 지구상에서 읽을 만한 문학은 일본이 최고이다.

문학이 발달하면 음악이 동시에 따라온다. 한쪽만 발달한 국가란 없다. 그리고 음악이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오디오 기기도 발달하게 된다. 국민성을 개조하려면 클래식 음악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정론이지만, 우리나라는 문학부터 시들어 가고 있으니 우려된다. 문학 대신 웹 소설이나 웹툰만 종횡무진이고 음악은 아이돌 노래가 대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클래식 지망 인구는 이어지고 있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비롯한 다양한 오디오 기기 구입 인구도 이어지고 있으니 그런 데에서 희망을 볼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시청기 같은 보급형 인티앰프 제품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이제 뒤늦게나마 책을 좀 읽어 보려는데 추천 좀 해 달라는 사람에게 카프카, 프루스트의 책을 권하고, 음악이 대체 뭔지 들어 보려는 사람에게 오디오 제품 하나를 추천한다면서 진공관이 어떻고 하면서 고가의 분리형 3극관 앰프 세트에 3웨이 대형 스피커를 사야 한다고 열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점에서 시청기 같은 기종이 그 해답이 될 만하다. 몇 해 동안 이런 제품으로 귀를 익히고 이윽고 돈을 좀 들여 상급기로 올라가면서 주변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참 아름다운 오디오 순환이 될 터이다.

A-9110은 채널당 50W(4Ω) 출력을 제공하며, MM 포노 입력과 4조의 RCA 입력, 전면 패널에 헤드폰 잭이 있는 아날로그 전용 인티앰프다. 특징은 ‘Phase Matching Bass Boost’라는 기능이다. 타사의 제품의 경우 중·저역 사운드를 강화시키는 기능을 사용하면 위상 변이가 발생하는데, 이 제품은 300Hz 이상의 저음역과 중음역 주파수 대역 사이의 위상 변화를 제거해 보컬 선명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베이스 응답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다이렉트 모드도 있는데, 이는 톤 컨트롤과 Phase Matching Bass Boost 회로를 우회해 짧은 신호 경로로 음악을 재생해 정확하고 충실한 음질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본 기는 낮은 볼륨에서도 선명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보통 낮은 볼륨으로 음악을 재생하면 일반적으로 신호는 부품의 노이즈 플로어에 가깝게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신호가 잡음을 포착하고, 증폭하기 때문. 이를 방지하기 위해 A-9110은 일반적인 감쇄량의 절반 미만을 요구하는 최적의 게인 볼륨 회로를 갖춰 신호가 절대로 노이즈 플로어에 접근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동사 고유의 WRAT(Wide Range Amplifier Technology)를 적용해 낮은 네거티브 피드백 회로를 기반으로 주파수 범위 전체에서 신호 잡음과 왜곡을 줄이고 있고, 개별 회로 잡음을 제거하고 접지 전위를 왜곡 없이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폐쇄형 접지 루프 회로와 각 회로에 전원 공급 장치에 대한 별도의 링크를 적용했다.

일본 제품은 공통적으로 부품이 건실하다. 시청기도 전원부에 고전류 El 트랜스포머 및 대형 오디오급 커패시터를 투입해 고전류 안정성을 대폭 높였다. 그리고 고품질 오디오 기기에 사용되는 니치콘의 파인 골드 커패시터를 포노 스테이지를 포함한 신호 경로 전체에 사용하고 있다. 또한 전작인 A-9010보다 1.3배 더 두꺼운 견고한 섀시를 적용해 진동을 최소화했다. 명확하고 심플한 디스플레이도 매력적이다. 투명한 손잡이가 있는 비자성 바인딩 포스트도 튼튼해 보인다.

시청을 위해 하베스의 소형기 P3ESR XD를 연결했는데, 스피커의 우수성을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그 특성을 유감없이 끌어내는 데 놀랐다. 그리고 고음과 중음은 지극히 강렬하고 스피디하기 짝이 없다. 어떤 고급기에 지지 않을 해상력은 감동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팝 보컬은 온화하고 미려하기 짝이 없다. 타악기의 깨끗한 음장감, 미세한 음의 입체감도 두드러진다. 보급형대의 제품 수준을 대강이 아니라 훨씬 뛰어넘는 내공이 들어 있는 그야말로 실력기이다. 


가격 55만원   
실효 출력 50W(4Ω)   
아날로그 입력 RCA×4, Phono(MM)×1   
WRAT 지원   
프리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10Hz-100kHz(+1dB, -3dB)   
S/N비 103dB   
THD+N 0.05%   
댐핑 팩터 95   
톤 컨트롤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3.5×12.9×33cm   
무게 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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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9월호 - 6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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