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llaton Reference MKⅡ
상태바
Zellaton Reference MKⅡ
  • 김남
  • 승인 2023.07.06 14:54
  • 2023년 07월호 (612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한 폼 다이어프램으로 완성된 스피커의 이상향

시청기의 첫소리를 듣다가 움찔했다. 마치 반짝거리는 신품 글러브를 낀 펀치로 라이트 한 발을 강타 당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형 스피커이기 때문에 음장감은 당연히 물밀듯이 새벽녘 물결처럼 눈앞을 채운다. 마치 음악의 바다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시청기 레퍼런스 MKⅡ는 제작사 젤라톤의 플래그십인 클래식(Klassik) 시리즈의 2번째 제품인데, 아마 크기로 볼 때 앞으로 가장 대표 모델이 될 것 같다. 더 윗길로 가려면 스피커를 위해 새로 집을 지어야 하는 수준이 될 터.

이 스피커는 무게가 135kg이나 된다. 게다가 가격대 또한 천문학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따라서 홍보 소개서를 보면서 용비어천가 타령을 할 수준은 아닌 것이다. 이 독일 제작사는 크게 유명하지도 않고 규모도 작다. 당연히 제품을 핸드메이드로 소량을 만들기 때문에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다. 국내 수입상도 시장성은 별로이지만 그래도 이런 제품을 몰라서야…, 판단이 들어 다소 뒤늦게 수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체 왜 이렇게 비싼 제품을 만들었나? 이 제품은 익숙한 보통의 다이내믹 스피커처럼 들리지가 않는다. 본지의 시청실이 아닌 숍에서 들어 생소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듣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 스피커는 마치 앰프의 색상만 있는 무채색 소리처럼 울린다. 실제로 최상의 상태에서는 전혀 스피커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청음실의 공기와 거의 같은 무채색이며 비정상적으로 중립적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인데, 3차원적이고 보통 음량 수준에서 재생되는 목소리와 악기 연주가 마치 현장 음처럼 생생하며 만져질 듯한 느낌인 수준. 그 최대의 이유는 유닛 진동판의 재질이다.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페이퍼, 금속, 플라스틱, 세라믹, 다이아몬드 또는 탄소 섬유 그런 것이 아니고 특수한 것이다.

대부분 이 작은 독일 브랜드(뮌헨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겠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혈통은 1930년대부터 이어져 왔으며 설립자이자 엔지니어, 물리학자인 에밀 포드주스(Emil Podszus) 박사에서 출발한다. 그는 100개 이상의 발명 특허 보유자인데, 그 당시 페이퍼 콘 일색이었던 스피커 시장에 최초의 샌드위치 콘 드라이버를 발표하고 역시 발명 특허를 받았다. 자료를 인용하자면, 1930년대는 재료 과학이 초기 단계였던 만큼 요즘은 흔한 폴리에틸렌 등이 그 당시로는 기술 발전의 최전선에 있었고, 그 시절 독일은 플라스틱 개발의 탁월한 중심지였다고 한다. 이 시기에 에밀 포드주스 박사는 새로운 소재를 도입해 오디오와 전화기 등의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그 후 그의 아내가 달걀흰자로 만든 거품을 굽는 것에서 창안, Zellaton이라고 불리는 폼 다이어프램을 개발하게 된다. 지금의 제작자는 그 박사의 손자이다. 조부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특수한 폼 진동판 재질, 그 노하우를 전수받아 제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 고려자기 명인들은 절대로 기법을 전수하지 않고 혼자 숨겨 놓은 채 죽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동사의 폼 다이어프램은 의심할 여지없이 매우 고성능의 설계지만,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오디오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은 기술이었으며, 당연히 주류 오디오 세계에서 신비의 기술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상업용 제품을 내놓기 힘들어 오랜 공백을 거치다가 젤라톤 브랜드로 재탄생한 셈. 재탄생된 폼 다이어프램은 아주 얇은 알루미늄 호일, 중심부의 속을 채우는 리지드 폼, 그리고 특수하게 코팅된 페이퍼까지 완벽한 3개의 층으로 이루며,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 모두 전면의 알루미늄 호일의 두께가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숙련된 장인이 각 드라이버의 콘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매우 힘들고 정밀한 과정을 통해 여전히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으며, 모든 재료는 몇 달 동안 테스트 및 최적화를 거친다고 한다. 그래서 기계적 생산은 하지 못하고 마치 수억원대에 달하는 손목시계를 만드는 방식으로 다이어프램을 만든다는 설명. 이런 과정을 알고 나니 왜 이렇게 가격이 고가인가에 대해 다소 의문이 풀리는 것 같다.

시청기는 1.6인치 트루 콘 트위터(돔 또는 인버티드 돔이 아닌), 7인치 미드레인지, 3개의 9인치 우퍼가 독특하고 멋지게 마감된 다층 구조의 오픈 백 인클로저에 내장되어 있다. 여기에 듀런트 코히런트의 최고급 커패시터, 코일 및 저항을 사용한 네트워크와 최고급 슈너징어 케이블이 연결된다. 시청평은 거의 이상적인 사운드에 도달했다는 한 줄로 소감을 줄이고자 한다. 확실히 이상적이다. 더 이상의 스피커는 만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만의 생각일까? 


가격 3억8,000만원   
구성 3웨이   
사용유닛 우퍼(3) 22cm, 미드레인지 18cm, 트위터 4cm   
재생주파수대역 22Hz-40kHz 
출력음압레벨 90dB/W/m   
임피던스 4Ω   
크기(WHD) 45×131×71cm   
무게 135kg

612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23년 07월호 - 612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