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tek Black Snake Power 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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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tek Black Snake Power Cable
  • 코난
  • 승인 2023.07.06 14:09
  • 2023년 07월호 (61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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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텍 전원 케이블, 치명적 감흥을 선사하다

전기에 대한 진심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전기의 질에 대한 담론이 시작된 건 아주 오래된 건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기가 오디오를 포함해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하이파이 오디오의 음질적인 부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가 관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는 다양한 전원 관련 장치를 선보였다. 해외에선 PS 오디오 등 전원 관련 기기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메이커가 있으며 최근엔 iFi 같은 브랜드가 AC, DC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원 관련 필터를 개발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떤가? 이 대목에서 파워텍을 빼놓을 수가 없다. 필자가 오디오 입문하던 시절엔 그렇다할 전원 장치가 많지 않았고 몇몇 의식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만 해외 브랜드 제품을 찾아서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너무 값비싼 가격대에 구하기도 쉽지 않았던 상황. 그때 발견한 제품이 바로 파워텍이었다. 특히 오래된 가옥에서 전압 불균형을 잡아주는 AVR의 성능은 신통방통했다. 동호인 집에 오디오 청음을 위해 놀러가면 어김없이 시스템 한편을 자리 잡고 있던 제품이 파워텍이었다.

세월이 흘러 여러 국내·외 메이커들이 전원 관련 제품을 내놓았고 전원 케이블도 춘추 전국 시대를 이루었다. 그런 면에서 1990년대 초반 오디오용 전원 장치의 불모지 같은 국내 시장에서 태어난 파워텍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할까? 파워텍 이후 해외에서 출시된 여러 형태의 전원 장치나 케이블이 있었지만 여전히 파워텍 제품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증이 생겼다.

블랙 스네이크

최근 다시 파워텍을 상기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평론가로 활동하며 늘 전용 시청실이 아쉬웠던 차 생애 처음 전문 청음실을 만들기로 계획한 후 맨 처음 한 일은 옥내 배전반과 접지 등 전원 관련 환경이었다. 그리고 오디오 전용 배선재 및 벽체 콘센트 등을 수배했는데, 이때 파워텍이 만든 벽체 콘센트를 발견했다. 역시 신뢰의 베커 콘센트를 선정한 것부터 달랐다. 그런데 파워텍 콘센트를 구입해 나오려던 찰나 파워텍 대표님이 새로 출시하는 파워 케이블이라면서 테스트를 의뢰하시는 게 아닌가?

파워텍은 최근 전원 케이블 부문에서 간만에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바로 파워텍 설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도 파워텍은 AVR이나 차폐 트랜스 등 다양한 전원 장치 외에 전원 케이블을 출시해 많은 오디오 마니아뿐 아니라 스튜디오, 연구실 등에서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필자 또한 오래전 일이지만 외산 대비 매우 합리적인 가격대에 파워텍 케이블을 한동안 만족스럽게 사용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 출시했던 실버 라이너에서 다시 한번 파워텍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버 라이너는 PC-OFC 5N 선재에 특별한 은도금 선재를 배합한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은도금 선재는 은 함유율이 상당히 높다. 한편 페라이트 코어를 사용해 전자기장을 억제하는 한편 OFC 도체로 편조 실드 처리했다.

흥미로운 것은 케이블과 단자의 단말 처리 방식이다. 대체로 케이블과 단자를 서로 조립해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몸으로 몰딩 처리한 것이다. 사실 이런 몰딩 처리의 경우 이유가 있다. 전기용품 안전 인증 때문이다. 이번 블랙 스네이크도 당연히 몰딩 처리한 단자를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일체형으로 만들었을 경우 해체나 개조, 재조립이나 내구성 등 여러 면에서 안전한 건 사실이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적인 오디오용 전원 케이블은 이 전기용품 안전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아마도 와이어월드나 PS 오디오 정도가 통과 가능하며 여기에 파워텍이 추가되는 셈이다.

블랙 스네이크는 실버 라이너의 커다란 성공을 바탕으로 개발한 상위 플래그십 모델이다. 우선 은도금 선재를 사용했고 차폐의 경우 페라이트 코어를 사용한 것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일단 은도금한 선재를 사용한 것은 동일하지만 굵기를 증가시켰고, 뿐만 아니라 은도금 선재를 기존 20%에서 30%로 더 증가시켜 전도도를 향상시켰다. 그리고 이 도체를 HDPE, 즉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사용해 절연시켰다. 이 외에 차폐의 경우도 세심하다. 5N OFC로 편조 차폐를 했고 그 사이에 PVC를 밀어 넣었다. 외부 마감도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PVC를 사용했으며 그 외부에 다시 고광택 나일론을 사용해 마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파워텍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필터가 케이블 중간에 장착되어 있다. 페라이트 코어를 내장해 약간의 전자기장도 억제하겠다는 것인데, 실버 라이너가 단 한 개의 페라이트 코어를 사용한 반면 블랙 스네이크는 무려 세 개를 투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자를 몰딩 방식으로 케이블과 완전히 일체화시켰다.

막강한 힘과 질감의 조화

음질적인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몇몇 곡을 새로 세팅한 전용 청음실 및 자택 시스템에서 들어보면서 테스트에 들어갔다. 스피커는 윌슨 오디오 사샤, 프리앰프와 DAC로 MSB 아날로그 DAC를 사용했고, 파워 앰프는 패스 랩스 XA60.5 모노블록 파워 앰프를 사용했다. 약 일주일 정도 에이징을 시키며 들어 보면 시시때때로 특성이 조금씩 바뀌는데, 어느 정도 에이징이 되면 초반의 다소 억센 특성이 사라지면서 좀더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본래의 개성은 계속 살아 있다.

우선 보컬 트랙들에서 블랙 스네이크는 음상이 정확하게 맺히는 편이며 밸런스 또한 흐트러짐이 없다. 특히 보컬의 음상이 두루뭉술하지 않고 에지 있게 그려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안네 소피 폰 오터의 ‘Baby Plays Around’를 들어 보면 매우 부드러운 메조소프라노지만 분명하고 선명한 포커싱과 뚜렷한 음정, 마치 자로 잰 듯 선이 뚜렷한 느낌이다.

모든 곡에서 블랙 스네이크는 자신의 존재를 뽐낸다. 궁금해서 집에서 사용하는 오라 노트, KEF LS50 메타 같은 심플한 입문 시스템에서 테스트해 보기도 했는데, 전원 케이블을 바꾼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전원 케이블 등 케이블은 어느 정도 상위 시스템으로 가야 그 성능을 체감할 수 있지만 블랙 스네이크는 입문기에서도 개성이 뚜렷하다. 예를 들어 마커스 밀러의 ‘Trip Trap’에서 강력한 일렉트릭 베이스의 힘과 강력한 무게감이 한층 증가된 사운드가 음악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블랙 스네이크는 마치 파워 앰프를 저출력 클래스A에서 대출력 클래스AB 앰프로 바꾼 느낌과 비유할 수 있을 만큼 힘과 입체감의 상승에 도움을 준다. 각 음표들이 더욱 또렷하게 그 존재를 알려 주며, 피치카토 표현도 빠르고 선명해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오스모 벤스케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로 말러 교향곡 6번을 들어 보면 전체적인 무대를 크게 그리면서도 각 악기 위치를 또렷하게 응시하게 만들어 준다.

총평

파워텍에 대한 나의 기억은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하지만 과거의 파워텍에 대한 기억은 잊고 오직 현재의 파워텍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테스트하는 도중 객관화를 위해 총 두 개의 시스템에서 테스트했는데, 하이엔드 시스템과 입문용 시스템에서도 그 개성을 가감 없이 펼쳐 보여 주었다. 모든 음악에 펀치력과 리듬감, 중·저역 어택의 강력한 힘 등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한 쾌감을 더해 주었다. 모든 케이블은 메인 기기 세팅 따라, 그리고 매칭에 따라 호 불호가 나뉠 수 있다. 파워텍 블랙 스네이크 같은 경우 생동감, 리듬감, 중·저역 타격감이 부족한 시스템만큼은 그 이름처럼 오디오 시스템에 치명적인 감흥을 선사해 줄 것이다. 


가격(VAT 별도) : 60만원(1.5m), 70만원(2m) / 비고 : 1m 추가 시 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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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7월호 - 6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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