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ipsch KD-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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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ipsch KD-400
  • 김남
  • 승인 2023.06.09 14:57
  • 2023년 06월호 (61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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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한 시절을 장식할 매력적인 액티브 스피커

이런 제품을 만나면 다소 맥빠진다. 이 사이즈에, 더구나 앰프가 내장되어 있는 액티브라니…. 이 제품에 그냥 노트북이나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음악이 해결되는데, 그냥 ‘어이 상실’이라고 말해야 하나? 오디오가 이렇고 저렇고 따지는 그런 세계에서 갑자기 할 말이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가격에 이런 만듦새, 그리고 거기에서 들려 나오는 이런 소리…. 

이런 제품에서는 마치 철학적인 분위기마저 떠오른다. 모든 종교의 해답은 오래전에 나와 있다. 암만 공부하고 기도해 봐야 종교의 가르침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착하게 살라는 것이다. 단순하다. 오디오 제품이라고 해서 무엇이 다를 것인가. 오디오의 목적은 그저 들을 만하게 음악이 재생되면 된다.

부쩍 클립쉬라는 제작사의 제품들을 많이 들어 보면서 새삼 오디오의 철학이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왜 이렇게 제품이 다양하며 어떤 기술로 이런 가격대가 가능한 것인지 궁금증도 생겼다. 지금 클립쉬는 어쩌면 세계 오디오 제품들에게 중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도 같다.

예전 오디오에 목매달았던 시절의 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표현이 있었다. 기기 업그레이드를 위해 돈을 모은다는 것이다. 버스비를 아껴서 라는 내용을 읽으면서 좀 갸웃거려졌다. 음반을 사기 위해 교통비를 아끼느라 걸어 다녔다는 그런 표현은 납득이 가는데, 비싼 오디오 기기를 사기 위해 교통비를 아꼈다? 10년쯤 아끼면 염가 CD 플레이어 한 대는 살 수 있으려나? 그런 심통 난 나쁜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 이 시청기를 보니 그 시절의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고등학생 정도라고 해도 교통비를 절약하면 몇 달 지나지 않아 이 시청기 정도는 마련할 수 있겠다, 아니 방학 때 알바를 두어 주일만 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겹친다. 기가 막힌 제품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액티브 스피커가 이 가격대라니, 거듭거듭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그런 감탄은 당연히 소리를 울려 보고 난 후의 소감이다. 설사 이 가격의 절반 수준이라 해도 찌그러진 빈 깡통 같은 울림을 들려준다면 단박 고개를 돌려 버렸을 것이다. 저가품 중에는 그런 제품도 많았다. 마치 녹슨 함석지붕 같이 부풀리고 소란한 소리가 나와서 특정 곡 한두 개만 제외하면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는 제품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우퍼 사이는 크고 통도 크기만 하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제품들이 태연하게 매장에 나와 있었다. 아마 단순 확성 장치 기능만을 노렸을 수가 있다. 영업장 같은 데서는 그런 정도로도 별 탈이 없을 테니까.

이 시청기는 시청실에서 스테레오로 스탠드 위에 거치하고 정식으로 울려 봤다. 고가의 스피커와 동일하게 세팅했다. 가격도 모르고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놀랐다. 이런 정도의 가격대 제품 중에는 듣고 나면 오히려 불쾌해지는 터무니없는 제품도 있기 마련인데, 이 제품은 불쾌감 같은 것은 손톱만큼도 없다. 만듦새가 정통 클립쉬 스타일 그대로이며, 돔 트위터에 디호름(Dhorm)이라는 맞춤 설계된 클립쉬의 혼이 적용되었고, 4인치의 우퍼도 동일한 콘 재질로 제작되었다. 크기는 미니멀하지만 소리는 놀랍게도 우퍼가 8인치 정도 사이즈라고 착각을 일으킬 만큼 광대역이다.

내부에 채널당 24W, 총 48W의 파워 앰프가 내장되어 있으며 블루투스, 옵티컬 디지털 입력 외에도 RCA 입력도 된다. 그리고 서브우퍼 출력이 있고 서브우퍼를 연결해 사용하라는 권장이 있지만 꼭 그래야 할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음장감이 넓고 저역도 상당하다. TV와 연결을 해도 어지간한 사운드 바를 능가할 것 같다.

소리는 실로 대단하다. 가격 고하를 상관하지 않고 들었을 때의 메모 내용이다. ‘사이즈는 작으나 표준 사이즈의 시청실을 꽉 채우는 음장감, 두께와 자연스러움이 있고 팝 보컬은 단연코 상 등급.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윤기가 잘 배합되어 있다. 조지 윈스턴의 ‘September’는 근사하기 짝이 없고, 실내악의 해상력도 대단하다. 이만하면 별 5개의 수준이다.’ 그랬으니 나중에 가격을 알고 얼마나 놀랐으랴.

해외의 평가를 보니 미처 몰랐던 사항들이 있다. 작은 사이즈이기 때문에 책상 위에서 컴퓨터 양쪽에 놓고 얼굴 곁에서 바짝 들으면 소리가 포화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최소한 1.5m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좁은 방이라면 벽에 걸어도 되고 스테레오 같은 것 따지지 말고 방 끝 여기저기에 그냥 거치할 것, 그러면 거의 불만이 없을 뛰어난 기종이다. 학생이라면 아마 청춘의 한 시절을 이 스피커와 함께했다고 훗날 회고할 수도 있겠다. 새삼 요즈음 오디오 두렵기 짝이 없다. 


가격 38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액티브   
실효 출력 24W×2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0.2cm IMG, 트위터 2.5cm 소프트 돔   
디지털 입력 Optical×1   
아날로그 입력 RCA×1   
서브 아웃 지원   
재생주파수대역 69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800Hz(패시브)   
블루투스 지원   
크기(WHD) 15.2×27×17.4cm   
무게 4.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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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6월호 - 6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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