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X-10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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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SX-10AE
  • 김남
  • 승인 2023.05.10 15:16
  • 2023년 05월호 (61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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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가성비로 눈길을 끄는 스테레오 리시버

보통의 가격대로 일반 음악 재생은 물론 라디오와 블루투스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일본제의 범용 앰프가 등장했다. 특별히 내세울 장점은 없지만 이 가격대의 제품으로는 신기할 정도로 내부 부품과 설계가 좋고 해상력과 펀치력이 상당하다. 해외의 여러 리뷰에서도 해상도와 광대역에서 발군이라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세계의 오디오 제품 중에서도 일본제만큼 내부가 마치 전방 사단 공병 창고처럼 부품이 가득 들어차 있는 제품은 없다. 싸구려 부품으로 눈속임을 하는 경우가 없으며 돈값을 한다는 표현이 잘 들어맞는 제품들인 것이다.

근래 일본 책을 꽤 많이 읽었다. 소설이 가장 많지만 읽을수록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심산이 복잡해진다. 선망과 시기, 질투 같은 것인가? 문화만 따지더라도 각 지역에 널려 있는 신화와 전설이 빠짐없이 현대 문화로 연결되어 있으며 일본인이면 누구든지 하이쿠라는 짧은 시구를 읊을 줄 알아서 직장마다 하이쿠 모임이 왕성하다. 그들의 고전 문학을 보면 과연 그리스 로마 문학에 필적할 만하다. 그래서 벌써 노벨 문학상 작가가 2명이나 나왔다. 정치적으로도 우리와는 상당히 다를 뿐더러 지금도 공공 기관에서 공문서 연락은 팩스가 일상적이다. 아날로그가 그래도 강력하게 존재하는 국가인 것이다. 해외여행보다도 국내 여행을 더 즐겨 한다. 해외여행을 따지자면 인구 비례 한국이 무척 많다. 일본의 거의 2배에 가깝고 미국보다도 더 많다.

이런 것들의 비교는 일반적인 것이지만, 왜 일본이 세계에서도 최고의 오디오 강국이 되었는지는 얼른 해답이 안 나온다. 2차 세계 대전 패망 후 미군이 일본을 통치한 것도 몇 년에 불과한데, 그때부터 재즈와 록이 국민 음악이 되어 버렸고, 오디오의 발달도 그때부터 들불처럼 일어났다. 중학생 이상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오디오를 장만하는 것이 1순위 목표가 되었고 소년 시절에 익힌 록 가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사람이 많다. 소설을 읽으면 그런 인물들이 넘쳐난다. 일본의 중·저가 오디오 제품의 탄생은 그런 학생들을 위한 배려였는데, 이제는 마치 일본 제품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수많은 복잡한 연결 단자, 혼란할 정도로 많은 스위치, 그런 것은 그러한 일본 사회를 이해해야 납득이 된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지금은 헤드폰 장만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아직은 휴대폰의 소리를 듣기 위한 수준이 대다수이니 그 세대들이 본격 오디오 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그러면서도 아직 오디오의 세계적 명기는 얼른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그 대신 저가품은 물론이고 중간 가격대 이상에서도 가격 대비 걸출한 기종들을 수많이 만들어 냈고, 일본의 오디오 제품은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보통 가정용 제품은 미국이나 유럽을 막론하고 자국산보다도 일본제가 더 많다고 한다. 이런 일본 오디오에 대항하기 위해 어떤 나라에서는 국책 사업으로 오디오 분야에 지원이 이루어졌다. 유럽의 보급형 제품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같은 가격으로 일본제를 능가해야 한다는 것이 은연 중 세계 오디오 시장의 모토가 되어 버린 지 오래된다.

시청기 SX-10AE는 그런 일본 제품의 특색을 대부분 담고 있는, 상세하고 원만한 제품이자 당당한 100W 출력의 스테레오 리시버다. AM/FM 튜너가 포함되어 있고, 4개의 RCA 아날로그 입력만 있어 아날로그적인 음악 재생을 중점으로 하면서도 블루투스 기능도 갖춰져 있다. 그리고 전면에 6.3mm 헤드폰 잭이 있고, 프리 아웃, 서브우퍼 아웃 단자와 A/B 스피커 전환 기능도 있다. 저음(100Hz)과 고음(10kHz)을 ±10dB 조절할 수 있는 톤 컨트롤과 좌우 밸런스 기능이 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전원이 꺼지는 오토 스탠바이 기능도 있다. 섀시 마감 처리가 일류 제품 못지않게 매끈하며 외관에서 약간 빈티지한 느낌이 나지만 그것도 매력의 하나. 명확하고 읽기 쉬운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여러 스위치, 대형 컨트롤 노브는 일본제답다. 물론 리모컨이 있다.

소리를 울려 본 것은 클립쉬 R-605FA 스피커로 감도가 96dB, 임피던스는 8Ω이다. 그러니 이 스피커는 그런 높은 감도 때문에 앰프의 성향을 민감하게 감별해 내는 특성을 지녔다. 본 시청기의 특성은 앞에서 간단히 밝혀 놓은 것처럼 해상력이 뛰어나다. 저가품으로는 드문 능력이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총 합주에서 진군하는 기마대의 발굽 포효가 뭉개지지 않고 섬세하게 잘 갈라진다. 강렬하게 시청실을 휘감는 능력도 뛰어나다. 넓고 깨끗하며 중립적인 사운드이며, 중음도 단단했고 저음과 고음에 특별한 약점은 없다. 매끈한 감촉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 부분은 케이블로 조정할 수 있을 듯하다. 블루투스 재생이나 보통 음악 재생을 문제없이 소화시키는 저가격대의 롤 모델 같은 기종으로, 과거 일본의 젊은 세대처럼 록이나 재즈를 공부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종. 이 가격대에 이런 제품을 내놓는 파이오니아가 경외스럽기도 하다. 


가격 55만원   
실효 출력 100W(6Ω)   
아날로그 입력 RCA×4   
아날로그 출력 RCA×1   
프리 아웃 서브우퍼 지원   
스피커 A/B 지원
주파수 응답 10Hz-100kHz(+1dB, -3dB)   
S/N비 100dB   
THD+N 0.08%   
톤 컨트롤 ±10dB(100Hz, 베이스), ±10dB(10kHz, 트레블)
블루투스 지원(Ver4.2, AAC)   
튜너 지원(FM/AM)   
헤드폰 출력 지원(6.3mm)   
크기(WHD) 43.5×14.7×32.1cm   
무게 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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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3년 05월호 - 6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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