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oco TERRA 6L6PP Integr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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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oco TERRA 6L6PP Integrated
  • 김편
  • 승인 2022.03.11 15:17
  • 2022년 03월호 (59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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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 애호가들이 지금도 6L6을 찾는 이유

월간오디오에서 부르노코(Brunoco)의 진공관 앰프 테라(TERRA) 리뷰를 의뢰해왔을 때 ‘설마’했다. 필자가 10년전 PC 파이 용도로 DiVA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풀 디지털 앰프를 쓴 적이 있는데, 그 브랜드 이름이 부르노코였던 것이다. 40W 출력에도 불구, 찰진 소리를 들려줬던 그 앰프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부르노코는 2009년 캐나다에서 설립되었고, 첫 제품으로 DiVA를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2015년부터 진공관 회로 및 트랜스포머 설계, 제작에 착수해 6550을 푸시풀로 구동하는 모노블록 파워 앰프 타이탄을 선보였다. 그리고는 2018년에 대한민국으로 본거지를 옮겨 진공관 앰프의 심장이라 할 출력, 입력, 인터, 전원 트랜스포머를 직접 설계·제작해오고 있다. 

시청기 테라는 5극관 6L6을 푸시풀로 구동하는 인티앰프. 제작사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차린 부르노 뮤직바에서 1937년산 RCA 포토폰 극장용 혼 스피커를 울리고 있는 바로 그 주인공이다. 듀얼 모노 구조에 전원부만 공유하며, 출력은 클래스A 구동에 울트라 리니어 모드로 20W를 낸다. 

외관을 보면 가운데 입력 선택 노브를 사이에 두고 양옆에 좌우 채널 어테뉴에이터 노브가 각각 마련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되면 진공관 2개씩만 채널별로 짝을 맞춰도(Matched Pair), 좌우 밸런스를 맞출 수 있어 비용 절감이나 튜브 롤링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후면에는 언밸런스 입력 단자 5조에 스피커 커넥터를 채널당 2페어씩 마련해놓고 있다. 

진공관 구성은 쌍3극관 12AU7이 채널당 2개씩 투입돼 전압 증폭 및 위상 반전/드라이브 역할을 하고, 채널당 5극관 6L6 2개가 푸시풀 출력관으로 나섰다. 6L6은 5극관답게 플레이트 손실은 높지만, 내부 저항이 높은 편. 테라 6L6PP가 울트라리니어 모드를 선택하고 싱글 대신 푸시풀로 설계한 것은 출력을 보장하면서도 3극관처럼 내부 저항을 낮추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제작사에 따르면 테라는 RCA 포토폰을 최적으로 드라이브하기 위해 빈티지/현대 진공관 앰프의 장점만을 취했다. 대표적인 것이 모든 진공관 히터가 진공관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AC 점화라는 것과 과도 응답 특성에 방해가 되는 네거티브 피드백을 일절 걸지 않았다는 것. PCB 대신 하드와이어링만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밖에 20W 출력임에도 불구하고 300W급 전원 트랜스를 투입했고, 전원부에 코일 대신 초크 트랜스를 채택해 정전압 및 내구성 확보에 만전을 기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핵심인 출력 트랜스는 CNC 권선기로 정확하게 감고 크게 만들어 초 저역에서 초 고역에 이르는 광대역을 달성했다. 

제작사에서 추천하는 테라 매칭 스피커는 6L6 진공관 전성기인 1930-70년대 활약한 JBL, 알텍, 탄노이 등 빈티지 스피커. 여기에 영국계 로하스(로저스, 하베스, 스펜더)의 전 기종은 물론 윌슨 오디오나 다인오디오, 프로악, 베리티 오디오 같은 현대 스피커도 포함된다. 

테라 6L6PP 시청에는 제작사 추천대로 공칭 임피던스 8Ω, 감도 89dB의 스펜더 클래식 100 스피커를 동원했다. 피아노 가이즈의 ‘Titanium/Pavane’를 들어본 첫인상은 초기 볼륨값이 상당히 높다는 것. 음이 두텁고 알갱이 큼직큼직하다는 점도 특징. 이런 앰프가 12인치 우퍼를 채용한 스펜더 스피커를 만나니 더할 나위 없이 푸근하고 따뜻한 소리가 나온다. 피아노 고음이 잘 빠져나오고 저음이 묵직한 것은 출력 트랜스 공이 크다. 

제니퍼 원스의 ‘Rock You Gently’는 유화처럼 진하고 풍성한 저음의 잔치. 확실히 직열 3극관 300B나 빔관 KT150, 아니면 같은 5극관 EL34와는 계열이 다른 소리다. 3극관보다는 배음 정보가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더 다이내믹하고 똑 부러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도 배어 있다. 바로 이 맛에 6L6 애호가들이 그렇게나 많은지도 모른다. 

투첼로스의 ‘Oh Well’은 그동안 약간 아쉬웠던 무대의 두께감을 크게 맛본 곡. 보컬과 첼로가 각각 위아래에 위치하는 모습도 잘 그려졌는데, 이는 그만큼 테라 6L6PP 앰프의 좌우 채널 편차가 작다는 증거다. 이어 같은 앨범에 수록된 ‘We Found Love’를 들어보면 무대를 점점 넓게 쓰는 모습이 확연하며 체감상 S/N비도 매우 높다. 이 앰프를 쓰면서 파워가 부족할 일은 없어 보인다.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 1번 프렐류드’에서는 모시 조개국처럼 맑은 피아노 음이 나온다. 어디 뭉치거나 생략되는 음이 일절 없다. 각 악기들이 제 자리를 잘 잡고 있는 것은 전압 증폭단 역할이 크고, 음에서 기분 좋은 탄력감이 느껴지는 것은 울트라리니어·푸시풀 조합의 공이 크다. 확실히 스펜더와 궁합이 잘 맞는 앰프다. 6L6 애호가나 진공관 앰프 소리가 궁금한 분들의 진지한 시청을 권한다. 


가격 360만원   
구동 A클래스   
사용 진공관 6L6×4, 12AU7×4   
실효 출력 20W   
출력 임피던스 4, 8, 16Ω
특징 제로 NFB, 듀얼 모노 구조, 울트라 리니어 출력 트랜스포머, 포인트 투 포인트 와이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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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3월호 - 5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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