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닉(Allnic)의 새 인터 케이블들이 출시되었다. Mu-8Rs라는 이름의 RCA 케이블과 XLR 케이블인데, 이번 시청으로는 XLR 케이블 쪽을 사용했다.
Mu-8Rs XLR 케이블은 뮤 메탈(Mu-metal)을 실드로 썼고, 선재로는 은선을 투입했다. 예전 실버 선재를 쓴 올닉의 ZL-8000S 스피커 케이블과 뮤 메탈 실드가 베풀어진 Mu-7R 인터 케이블 소리에 워낙 감탄했던 만큼 올닉의 신작 Mu-8Rs도 기대가 컸다.
각설하고 마이텍의 맨해튼 Ⅱ DAC와 심오디오 문 340i X 인티앰프 사이에 투입하고, 기존에 필자가 쓰던 XLR 케이블과 비청에 들어갔다. 스피커는 드보어 피델리티의 오랑우탄 O/96.
세상에. 소리가 달라져도 이렇게 많이 달라질 수가 없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 오귀스탱 뒤메이, 지안 왕이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 1악장이 흘러나오자마자 ‘우아!’ 감탄사를 내지르고 말았다. 음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배음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무대 스케일 자체가 커진 것이다. 두 케이블의 가격 차이를 고려해도, 이 나긋나긋한 소릿결과 풍성해진 음수, 넓어진 무대는 비교불가였다.
파트리샤 바버의 ‘A Taste of Honey’(Cafe Blue)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기타 소리가 더 촉촉해지고, 보컬 목소리는 눈에 띄게 따뜻해졌다. 기타 현과 연주자 손가락의 마찰음도 더 많이 들렸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 필을 지휘한 베르디 레퀴엠 중 ‘Dies Irae’에서는 여린 음과 센 음 사이가 더 촘촘하고 매끄럽게 채워졌다. 힘과 디테일, 투명도, S/N비, 필자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레벨이 급상승했다.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박강수 올닉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Mu-8Rs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박 대표에 따르면 Mu-8Rs는 Mu-7R의 업버전이며 s는 당연히 실버(Silver)의 약자. 실버 선재에 뮤 메탈로 실드를 2번이나 하니 S/N비가 좋아지고 중음의 해상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실버 선재가 중·고음이 빠르기 때문에 저음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최적의 두께를 찾아 해결했다고.
뮤 메탈은 전자기장 차폐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니켈 계열 합금. 1923년 영국 텔레그라프 컨스트럭션 사가 대서양 해저통신 케이블에 끼는 각종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개발했다. 실제로 뮤 메탈은 전자기장을 최대 98%까지 차폐시켜 MRI 장비나 전자현미경 등에 사용되고 있다. 올닉 인터 케이블 이름에 ‘Mu’가 붙는 것도 여린 음악 신호를 전송하는 인터 케이블에서는 무엇보다 차폐가 중요하고, 이를 뮤 메탈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Mu-8Rs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단자라고 한다. 암놈/숫놈 단자를 탄성이 동 계열에선 최고인 베릴륨 동을 일일이 깎아 만들어 ‘백년이 지나도 안 풀어지게끔’ 했다. 이를 통해 ‘접촉저항=0’에도 도전했다. 자세히 보니 숫놈 플러그 핀 끝이 열십자 모양으로 4등분돼 약간 벌어진 상태. 따라서 기기 소켓에 삽입되면 좀처럼 빠지기 힘든 구조다. 암놈 단자 역시 파이프 모양으로 말려 있어서 기기 플러그 핀이 들어오면 꽉 잡아준다.
이러한 박 대표의 설명을 듣고 시스템을 바꿔 다시 들었다(패스 XP-12,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매지코 A1). 안드리스 넬슨스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의 맛이 평소와 다르다. 음 하나하나가 술술 스피커에서 빠져나오며 여린 음들은 더욱 명확하게, 센 음들은 더욱 다이내믹하게 들린다. 온몸으로 느끼는 이 기분 좋은 음의 압력! ‘올해의 케이블’로 미리 점 찍어둔다.
ZL Technology Mu-8Rs RCA Cable
ZL Technology Mu-8Rs XLR C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