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dac d1-direct 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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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dac d1-direct DAC
  • 차호영
  • 승인 2021.05.11 11:07
  • 2021년 05월호 (58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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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이뤄낸 아날로그의 리얼 소릿결

프랑스의 하이엔드 제조사 토탈DAC(Totaldac)는 늘 깜짝 놀랄 만한 성능의 기기를 만들어낸다. 앰프와 스피커도 생산하지만 역시 주 종목은 회사의 이름과도 같이 DAC와 DAC 관련 액세서리다. 그리고 DAC를 제조하는 방식은 R2R 래더 방식만을 고집한다. 토탈DAC의 창업자 뱅상 브리앙(Vincent Brient)이 제작한 제품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철저히 오디오 마니아며,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과 오디오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도 없고 시간을 소비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전형적인 아티스트의 생활 양식이다. 그가 처음 선보인 DAC는 상품이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제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제품화하기로 했으며 초기의 제작 방식이 이어져 현재의 토탈DAC 제품을 만들고 있다.

d1-direct DAC는 토탈DAC의 플래그십 DAC d1-twelve-mk2의 바로 아래 모델이다. 토탈DAC의 DAC는 d1-core, d1-single-mk2, d1-tube-mk2, d1-six, d1-seven, d1-direct, d1-twelve-mk2 이렇게 7종류가 있는데, 모든 DAC가 같은 케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겉만 봐서는 구별이 되지 않는다. 다만 플래그십인 d1-twelve-mk2는 좌우 모노블록과 리클로커 이렇게 3개의 박스로 구성되어 있어 구별될 뿐이다. 제품의 외형에 차이가 없다는 점은 디자인보다는 성능이라는 토탈DAC의 제품 철학을 알 수 있게 해준다.

36×11×29cm(WHD)의 크기와 7kg의 무게를 가진 d1-direct DAC는 R2R 래더(Ladder) 방식의 상징인 사다리꼴 모양의 알루미늄 케이스에 노란색 폰트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가 전면에 탑재되어 있다. 본체에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으며, 외부 전원 장치에 달린 전원 스위치가 전부이다. 모든 조작은 리모컨으로 가능하다. 후면에는 RCA 1조, XLR 1조의 아날로그 출력이 있고, AES/EBU, 코액셜, 옵티컬, USB B의 디지털 입력과 전원을 공급받는 DIN 단자가 있다.

다이렉트라는 이름은 출력단에 별도의 보상 회로 없이 R2R DAC에서 다이렉트로 출력된다는 의미이다. d1-direct를 제외한 토탈DAC의 모든 DAC 기기에는 DAC 회로 이후에 별도의 증폭단이 있으며, 언밸런스 RCA 단자와 밸런스 XLR 단자를 가지고 있고, 출력 전압은 엔트리급인 d1-core DAC에서 RCA 3.0V, XLR 6.0V이다. d1-direct에는 RCA와 함께 XLR 출력이 있지만, 밸런스 회로가 아니며 출력 전압도 두 단자 모두 1.6V에 불과하다. 토탈DAC에서 2번째로 비싼 상급 기종이지만 스펙상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1.6V의 출력 전압을 가진 이유는 소리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플래그십 d1-twelve-mk2에서도 토글스위치로 다이렉트 출력을 선택할 수 있는데, 출력단을 거치면 RCA 3.2V, XLR 6.4V이지만 다이렉트 출력은 역시 두 단자 모두 1.6V이다. 결국 DAC 회로에서 다이렉트로 출력할 수 있는 기종은 d1-twelve-mk2와 d1-direct뿐이다. 소스기에서 1.6V의 출력 전압은 약간 낮은 값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앰프에서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앰프의 볼륨을 좀더 올려주면 되지만 더 높은 출력값을 원한다면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d1-driver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먼저 다이렉트로 출력되는 소리를 들어본다면 다른 어떤 것도 연결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d1-direct DAC는 채널당 3개씩 총 6개의 R2R DAC가 사용되었고, R2R DAC의 성능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저항에는 정밀도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인 비샤이(Vishay) 사의 VAR(비샤이 오디오 저항) 벌크 메탈 포일 288개가 사용되었다. Z-foil로 불리는 비샤이 저항은 업계 최고 수준인 ±0.01%의 절대 허용 오차와 -40dB 미만의 전류 잡음을 가지고 있고, 부하 수명 안정성 역시 70°C에서 2천 시간에 ±0.00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비동기식 XMOS USB 칩을 사용하여 24비트/192kHz의 포맷과 DSD를 지원하며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았다.

청음은 SPL의 프리앰프 디렉터 2와 SPL의 모노블록 파워 앰프 퍼포머 m1000, 스피커는 스펜더의 클래식 200과 올드스쿨 라이프를 이용하였다. d1-direct DAC는 극사실적인 소리를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섬세한 느낌으로 재현해 냈다. 마치 연주의 대가처럼 강한 부분은 강하면서 약한 부분을 최고로 부드럽고 약하게 재생하여, 여타 DAC가 내는 소리를 투박하고 시끄러운 소리로 느껴지게 했다. 에바 캐시디의 ‘Ain't No Sunshine’에서 일렉 기타의 현을 터치하는 손가락의 다이내믹 변화를 마치 미세한 바람이 나뭇잎을 살짝 터치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표현했다. d1-direct에서 듣는 에바 캐시디의 목소리는 강약의 표현만으로도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인 DAC에서 듣던 노랫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는데, d1-direct와 비교하면 그냥 큰 소리를 지르는 정도였다. 저스틴 비버의 ‘Deserve You’에서는 넓게 펼쳐진 무대가 그려질 만큼 깊은 음장을 표현했고, 중음의 분리도 덕분에 개별 악기의 음장이 넓게 펼쳐졌다. 벨체아 콰르텟이 연주하는 베토벤 현악 4중주 6번을 들으면 각 악기의 분리도가 매우 섬세하고 사실적이며, 평소 듣던 소리보다 더 여유 있게 연주하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눈앞에서 연주하는 것 같았다. 넓은 음장과 섬세한 다이내믹의 표현력에서 d1-direct DAC는 지금까지 들어본 모든 DAC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가격 2,500만원   
디지털 입력 AES/EBU×1, Optical×1, Coaxial×1, USB B×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크기(WHD) 36×11×29cm, 12.2×6.5×18cm(전원부)  
무게 7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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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5월호 -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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