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sound HIN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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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sound HINT 6
  • 김남
  • 승인 2021.03.10 16:25
  • 2021년 03월호 (58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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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사운드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진정한 인티앰프

하이엔드라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오디오 제품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이지만 어디서부터 하이엔드란 말인가? 스피커의 경우 2천만원 이상인가? 인티앰프라면 최하 1천만원이고, 분리형이라면 3천만원 정도? 애매하기 짝이 없는 숫자이다. 심지어 하이엔드가 아니라면 리뷰를 사양한다는 단호한 리뷰어도 있으니 더욱 궁금해진다.

음식점도 작은 식당에서는 주방장으로 불리지만 큰 식당이나 호텔 급이라면 셰프라고 불리는 이상한 현상도 사실 우습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호텔에서 오랫동안 셰프로 불리던 한 노년 요리사가 퇴직해 을지로에서 1만원대 맛있는 횟집을 열었는데 그를 부르는 명칭도 당연히 셰프에서 주방장으로 달라졌다. 하이엔드라고 한다면 당연히 최고의 제품이고, 셰프가 만드는 먹거리라면 당연히 최고일까? 돌아가신 친구 모친이 끓여 주시던 호박잎 된장국을 나는 잊지 못한다. 평생의 명 요리인 셈이다.

앞으로 오디오 리뷰에서 하이엔드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셈이다. 하이엔드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스피커를 20년 가까이 써 오다가 고장이 났는데 지금 냉정히 평가해 보면 2, 3백만원짜리 소형 스피커의 수준에서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인클로저가 근사하고 평가가 근사했고 가격이 비쌌다는 이유 때문에 오래 들었을 따름이지 지금 그 돈으로 그 제품을 재구입하라고 한다면 단박 고개를 흔들어 버릴 것 같다. 오디오 한두 기종을 천상의 제품이라고 감읍해 봐야 조금만 지나가면 ‘결혼 후 3년 지난 마누라’ 격이라는 것을 건방지게 충고하고자 한다.

요즈음 상당히 관심을 끄는 제품이 있다. 바로 미국의 파라사운드 제품이다. 이 제작사의 인지도는 북미 지역에서 최고. 매킨토시의 뒤를 이어 미국 오디오의 새로운 대표 주자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에서는 오디오 회로 설계의 전설적인 테크니션 존 컬이 참여한 브랜드로 통한다. 그래서 정식 수입되기도 전에 개별 수입 제품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가격도 그렇게 높지 않다. 디자인도 세련된 것이 아니고 마치 옛날 제품처럼 여러 가지 연결 단자가 있어 신구 풍정을 아우르는 듯하다.

수입된 이 제작사의 제품을 거의 들어 봤는데, 얼른 들어 보면 특이한 개성이 없었다. 북구의 제품들이 다소 냉정한 음색으로 청량하게 울려 주는 경우가 많은데, 여름철에는 그런 음색이 쉽게 귀에 들어온다. 단박 좋아할 만한 음색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매킨토시의 음색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소 덜 세련된 청바지를 입은 대륙 남자의 분위기인 것이다. 그래서 처음의 감동은 덜하지만 어떤 곡에서도 중용 이상을 유지하며 펀치력, 순수함과 자연스러움, 대범함 같은 그런 장점이 서서히 우러나오기 때문에 세계 오디오 시장을 풍미했을 것이다. 파라사운드의 소리는 바로 그 시절을 이어받은 듯하다. 어떤 스피커를 걸어도 흔들리지 않는 기묘한 중용감과 안정감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들을수록 편안해지는 사운드.

A/B 테스트를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청량하고 다소 날카로운 신선한 음색에 한 표를 던지기 쉽다. 그래서 고역을 중시해서 슈퍼 트위터라는 것도 개발되었지만 음악의 감동은 절대로 고역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진정으로 가슴을 치는 음색은 중·저역대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바로 그 중·저역을 특징으로 한다. 어디에서 그런 특징들이 오는 것일까?

내부를 보면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가 듬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용량은 1.1kVA. 커패시터 용량도 40,000㎌로 인티앰프의 수준을 넘는 수치이다. 방열판은 내부에 들어 있고, 특이한 점 한 가지는 입력단에는 J-FET을 사용하고 드라이브단에는 MOSFET이 사용되었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출력단에 고전압·고전류 바이폴라 TR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조합은 설계의 마술사 존 컬의 작품이다. 그 외 잘 설계되었다는 느낌을 확연히 주는 내부 부품들의 배치나 고급 부품을 쓴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프리부의 마법 같은 설계를 보면 이 제품에서도 상위 모델의 분리형 프리앰프의 장점이 그대로 이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안정적이고 힘이 넘치는 파워부와 2.1채널이 가능한 프리부의 절묘한 조합이 바로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더 나아가 놀라운 성능 두 가지는 포노단과 DAC 부분이다. MM과 MC 카트리지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 해외 리뷰어들의 평가. DAC에는 ESS 사브레32 ES9018K2M이 사용되었고, USB B 입력으로 PCM 32비트/384kHz, DSD 256까지 재생하며, PCM 24비트/192kHz까지 지원하는 옵티컬, 코액셜 입력도 갖춰 놓았다.

특별한 고급스러움은 볼륨 노브의 조작감이다. 고가 제품일수록 볼륨 노브의 조작감은 묵직하고 부드럽기 짝이 없다. 톤 컨트롤도 장착되어 있으며, 양질의 헤드폰 앰프, 홈시어터용 바이패스 입력, 크로스오버 기능이 포함된 프리앰프 아웃·서브우퍼 아웃 단자, 밸런스 입·출력, 베이스와 트레블, 서브우퍼 레벨 조절 장치도 있다. 이쯤 되면 충분히 진정한 인티앰프라 할 수 있겠다. 잘 만들고 자상하며 아메리칸 사운드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가격 479만원  
출력 160W(8Ω), 240W(4Ω)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2, USB B×1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DSD 64/128/256  
DAC ESS Sabre32 레퍼런스 ES9018K2M  
아날로그 입력 RCA×5, Phono×1(MM/MC), XLR×1, Aux(3.5mm)×1  
프리앰프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10Hz-100kHz(+0, -3dB)  
입력 임피던스 24㏀(RCA), 100㏀(XLR)  
THD 0.01% 이하  
인터채널 크로스토크 70dB 이상(20kHz)  
S/N비 -103dB, -106dB(Digital)  
댐핑 팩터 800 이상  
서브 출력 지원  
헤드폰 출력 지원(TI TPA6120A)  
크기(WHD) 43.7×15×41.3cm  
무게 1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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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3월호 - 5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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