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reaux 25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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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reaux 255i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11.01 00:00
  • 2017년 11월호 (54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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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국민 앰프의 화려한 귀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일단 중후장대한 스케일이 펼쳐진다. 250W라는 출력은 절대 허수가 아니다. 스피커를 꽉 움켜쥐고, 다이내믹스를 제대로 그려낸다. 폭발할 때의 에너지와 디테일한 표현이 양립하고 있다. 다소 포근하고, 부드러운 음색은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계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 대회가 열리면, 1990년대 이전에는 완전히 우리의 관심권 밖이었다. 스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스키장이 얼마나 될까? 피겨? 채 무용도 정착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피겨 스케이팅? 대략 이런 형국이었는데, 어느 날 쇼트 트랙이라는 게 나타나고, 메달권에 우리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판세가 바뀌었다. 이제는 쇼트 트랙의 강자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김연아와 같은 불세출의 스타를 만들어냈고, 어느새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는 작은 틈, 작은 분야를 집중 공략해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대해야 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하계 올림픽에서 양궁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제 남태평양에 홀로 고립된 뉴질랜드로 시선을 돌려보자. 와인의 경우, 특히 아이스 와인이라는 장르를 말할 때, 마치 우리의 쇼트 트랙처럼, 뉴질랜드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 장르만 두고 말하면 구대륙의 기라성 같은 브랜드를 능가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특히, 클라우디 베이와 같은 메이커는, 수많은 애호가들의 상찬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남극에 가까운 기후에 항상 서늘한 상황. 그러므로 정상적인 포도 재배가 아니라, 최대한 수확을 늦춰 당도를 높이고, 디저트용의 달콤하면서 디테일한 맛이 살아 있는 분야에 눈을 돌린 것이다. 디저트 와인으로도 불리는 이쪽 분야에서 이 나라는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페록스(Perreaux) 앰프도 마찬가지. 사실 뉴질랜드의 여건을 보면, 오디오 산업이 활발할 수가 없다. 인구라고 해봐야 고작 450만명. 뭘 하나 만들어서 내수를 기대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아예 국력을 모으는 형태로 한두 가지 품목에 집중해서 세계 시장을 개척하자는 캐치프레이즈가 등장할 만하다. 바로 그런 발상으로 성공한 브랜드가 페록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마틴 반 루엔이 이끌고 있는 설계 팀은, 225i라 명명된 본 기에 최대한의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티앰프의 형태지만, 하이엔드 제품의 퀄러티와 기능을 추구하면서, 여러 옵션을 더해 확장성을 높인 점 등은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즉, 본 기를 구입하면서 시스템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작한다고 봐도 좋다. 한편으로 별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구태여 덧붙일 수 없다는 방침을 가진 분들에게도 어필할 내용이 아닐까 한다.
본 기의 테마는 미니멀리즘이다. 외관을 보면 알겠지만, 무척 단순하다. 중앙에 달린 커다란 노브와 오른쪽의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끌고, 듬직한 방열핀이 양쪽 사이드에 가지런히 배치된 점이 믿음직스럽다. 그러나 기능을 살펴보면 상당히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우선 신호 경로에 있어서 일체의 커패시터가 통하지 않게 했다. 짧고 깨끗한 신호의 전송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프리와 파워가 한 몸체를 이룬 인티앰프의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 볼륨 컨트롤에 투자를 많이 해서, 조정 시 음질 열화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정확성을 한껏 높여서, 원하는 볼륨을 그때그때 얻을 수 있게 했다. 출력단에는 MOSFET를 채용하면서, 마치 진공관 앰프를 듣는 듯한 따뜻함과 온기를 아울러 갖추고 있다. 단, 출력은 8Ω에 250W. 어지간한 스피커는 모두 제압할 수 있다.
한편 이렇게 심플한 신호 경로를 추구하면, 자칫 프로텍션 쪽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본 기는 이 부분에 만전을 기해, DC 퓨즈가 나가거나 과도 전류가 들어올 때 즉각즉각 방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편 포노와 DAC 모듈을 별도 옵션으로 제공하는 점도 흥미롭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소스기는 노르마 오디오의 레보 DAC-1을 중심으로 했고, 스피커는 PMC의 최신작을 동원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일단 중후장대한 스케일이 펼쳐진다. 250W라는 출력은 절대 허수가 아니다. 스피커를 꽉 움켜쥐고, 다이내믹스를 제대로 그려낸다. 폭발할 때의 에너지와 디테일한 표현이 양립하고 있다. 다소 포근하고, 부드러운 음색은 고급스러운 질감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어서 듀크 엘링턴의 ‘The Star-Crossed Lovers’. 전설적인 파리 공연 실황으로, 간결하면서 매혹적인 피아노 인트로에 이어서 화려한 브라스 섹션이 터져 나온다. 정말 다양한 악기가 스윙 리듬을 따라 출렁인다. 그러다 호지스의 테너 색소폰이 출현할 때면, 스포트라이트가 자연스럽게 비춰진다. 멋진 앙상블에 자연스러운 울림, 그리고 깊은 저역. PMC의 상급기를 걸어도 충분히 제 실력을 발휘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카우보이 정키스의 ‘Southern Rain’. 가볍고, 기분 좋은 기타 인트로에 이어서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펼쳐진다. 전체 멤버들의 호흡이 딱딱 들어맞는 가운데, 보컬의 지적인 뉘앙스가 조용히 마음을 사로잡는다.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긴 숨을 내쉬고, 편하게 눈을 감게 된다. 이런 릴렉스한 기분. 이 밴드의 별명이 ‘3a.m. Band’. 새벽에 작은 볼륨으로 들어도 충분히 어필해올 것 같다. 역시 뉴질랜드의 국민 앰프다운 솜씨다.

 

수입원 다담인터내셔널 (02)705-0708
가격 950만원(포노/DAC 옵션)   실효 출력 250W(8Ω), 500W(4Ω)   주파수 응답 20Hz-20kHz(+0dB, -0.1dB, Amplifier)   출력 전압 52V(Amplifier)   채널 분리도 105dB 이상(Amplifier)   디스토션 0.001%(8Ω)   S/N비 95dB   댐핑 팩터 800   게인 28.8dB   크기(WHD) 42.5×14.3×36.3cm   무게 19.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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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1월호 - 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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