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펜드래곤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무대
글 | 장현태

덴마크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그리폰은 바이킹 후예답게 엄청난 규모와 스펙으로 무장된 제품을 선보이며, 종종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특히 동사의 앰프와 스피커는 독보적인 위상을 보여주며, 그리폰의 제품 철학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최근 출시된 코도 스피커는 과거 포세이돈을 이은 후속기로 소개되어 그 규모 면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그리폰의 또 다른 야심작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펜드래곤 스피커다.
펜드래곤은 플레밍 라스무센이 그의 오랜 절친인 스틴 듀런드와 야심차게 의기투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모델은 그리폰에서 독자적인 의미를 지닌 특별한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펜드래곤은 코도와 마찬가지로 플래그십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엄청난 거함의 포스인데, 2m가 넘는 큰 키를 가진 베이스 타워와 미드·하이 타워가 페어로 구성된 총 4개 덩어리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펜드래곤의 위엄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리본 드라이버와 AMT 슈퍼 트위터가 돋보이는 미드·하이 타워이다. 펜드래곤의 중·고역부는 내용적을 갖춘 별도의 캐비닛이 없이 평판 프레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는 우선 75인치 높이의 리본 타입 미드·하이 드라이버가 장착되어 있다. 평판 구조로 이루어진 일체형 리본 시스템은 3중 프레임 내부에 장착되어 공진 없는 견고한 구조를 지닌다. 대형 리본 진동판의 양쪽으로 세라믹 자석이 부착되어 있으며, 250Hz-18kHz의 주파수 영역을 책임지고 있다.
별도로 18kHz-32kHz까지의 초고역 부분은 슈퍼 트위터 영역으로 채널당 4개의 AMT(Air Motion Transformer) 트위터가 담당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AMT의 경우 주름 방식의 멤브레인이 마치 코일의 역할을 하듯, 전극이 주름 패턴을 따라 움직여 수직축 방향 전방의 공기를 밀어내어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리본 트위터에 비해 주름 타입의 멤브레인은 더 깊고 더욱 강력하며, 에너지 전달이 좋고, 많은 전류를 동시에 흘릴 수 있다. 덕분에 더 높은 고주파 재생과 높은 SPL을 만드는 장점이 있다. 중·고역 타워부만 보아도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퍼포먼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실험 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도전이 아닐까? 하지만 그리폰이기에 이런 존재 가치를 만들어 냈다.
두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8개 우퍼의 위용을 만날 수 있는 베이스 타워이다. 206cm 높이에 장착된 드라이버는 8인치 타입으로, 3중 마그넷 베이스 드라이버로 제작되어 높은 SPL과 다이내믹한 사운드 재생이 장점이다. 여기에 내장된 액티브용 앰프는 18개의 하이 커런트 바이폴라 출력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클래스AB 방식으로, 1000W 출력과 4000W의 피크 출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폰의 앰프와 마찬가지로 DC 커플드 회로와 제로 글로벌 네거티브 피드백이 적용되었다. 전원부도 막강한데, 타워 블록마다 200,000㎌의 커패시터가 장착되어 있다. 여유 있는 홀름그렌 차폐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채용, 완전한 액티브 우퍼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밀폐형 베이스 타워 구조로 내부에는 견고한 보강 작업을 통해 캐비닛의 진동을 억제시켰고, 내부 흡음재는 고급 순수 양모로 채워져 있다. 견고한 캐비닛, 그리고 베이스 드라이버와 액티브 앰프의 조화를 통해 정확한 저역 재생 능력과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세 번째로 재생 주파수 능력과 다양한 세팅 지원 기능들을 살펴봐야 한다. 현재 펜드래곤의 주파수 재생 능력은 16Hz-32kHz 재생으로 이미 가청 주파수를 능가하고 있다. 참고로 또 다른 플래그십 모델인 코도가 16Hz-25kHz의 재생 능력인 점을 고려하면, 펜드래곤의 고역 해상력과 디테일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크로스오버의 경우 베이스와 미드레인지가 250Hz, 미드레인지와 트위터 영역은 18kHz, AMT가 담당하는 슈퍼 트위터는 32kHz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대형기인 만큼 다양한 세팅 환경을 고려하여, 저역 레벨과 룸 사이즈에 따른 Q 세팅, 로우 컷 등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그리폰 스피커의 대표적인 세팅 방식이며, 리모컨으로 간단히 세팅이 가능하다.
네 번째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듀런드의 영향력이다. 그리폰은 ‘듀런드가 없었다면 그리폰 스피커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그와의 오랜 친분과 제품에서 그의 존재감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결과물은 지금의 드라이버와 네트워크부로 이어진다. 여지없이 내부 크로스오버는 역시 듀런드 사의 최고급 부품이 아낌없이 적용되어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사운드 퍼포먼스이다. 시청은 그리폰 메피스토 솔로 모노블록 파워 앰프와 판도라 프리앰프와 매칭하고, 케이블은 모두 노도스트 오딘 2 시리즈로 청취가 이루어졌다. 또한 소스기기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소노마 시스템을 사용, 모든 구성은 한마디로 초 하이엔드의 조합이다.
첫 사운드부터 넓은 스테이지의 압도적인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다. 단순히 스테레오의 이미징을 넘어서 무대를 청취 위치 바로 앞까지 만들어 내는 입체감까지 갖추고 있다. 주목하게 만드는 부분은 예상대로 중·고역의 표현력인데, 엄청난 규모의 리본과 AMT를 중심으로 한 중·고역의 성향은 탁월한 투명도와 해상도를 통해 존재감을 알려주고 있으며, 높은 고역 재생 능력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재생은 더욱 빛을 발휘한다. 워낙 대형기이다 보니 각 악기의 윤곽도 큼직하게 그려낸다. 또한 고역은 슈퍼 트위터까지 장착되어 있지만, 실제 고역 사운드는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리본과 AMT 특유의 매끄럽고 유연한 질감을 고스란히 전달하여, 풍부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대편성과 팝의 라이브 무대는 실제 공간을 뛰어넘는 위엄을 느끼게 만들 정도이다.
그리폰 펜드래곤은 서두에 언급했듯이 규모, 스펙, 사운드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대형기이며, 기존 제품의 연속성과 별도로 특별한 의미로 탄생한 듯한 플래그십 스피커이다. 설립자인 플레밍 라스무센이 강조했듯이, 펜드래곤은 최고만을 위해 완성된, 차별화된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초대형기로 기억된다.

그리폰 스피커의 새 시대를 여는 제2의 출발점
글 | 성연진

펜드래곤은 그리폰 스피커 2세대를 알리는 그리폰 스피커 2기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1세대 플래그십인 포세이돈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점은 미드·하이 타워의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이다. 일반적인 다이내믹형 스피커 구조의 전작과 달리 펜드래곤의 미드·하이 타워는 문도르프가 만든 AMT 트위터와 2m 높이에 달하는 리본형 미드레인지에 있다. 오픈 배플 타입으로 별도의 인클로저 없이 유닛 자체의 소리가 앞·뒤로 방사되는 다이폴 형태의 이 미드·하이 타워는 실질적으로 펜드래곤의 모든 소리를 담당하는 주인공이다. 3웨이로 설계된 이 스피커는 우퍼 타워가 소화하는 250Hz 이하 대역 외의 모든 소리는 이 대형 미드레인지 리본 드라이버가 담당한다. 그리고 AMT의 다이폴 타입의 리본 트위터는 슈퍼 트위터로 18kHz 이상의 초고역 영역만 커버한다. 사실상 이 스피커의 모든 소리는 미드·하이의 리본 미드레인지가 전체를 커버하는 셈이다. 250Hz 이하 저역을 커버하는 우퍼 타워는 크게 8개의 8인치 우퍼 구성과 1,000W 출력의 클래스AB 앰프 등은 전작의 것과 같은 스펙이다. 또한 여기에 함께 장착된 액티브 크로스오버와 Q 컨트롤 기능도 전작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우퍼 유닛과 새로운 미드·하이 타워의 사운드 퍼포먼스에 맞춘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튜닝으로 새로운 밸런스를 갖춘 우퍼 타워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변화로 인해 전작인 포세이돈의 스펙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미드·하이 타워의 감도이다. 전작이 94dB 정도의 높은 감도로 비교적 울리기 쉬웠던 사양이라고 한다면, 펜드래곤은 약 89dB로 현저하게 낮은 감도를 갖는다. 그만큼 리본 미드레인지의 구동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가 이 스피커를 다루는 키포인트이자 스피커 펜드래곤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테스트를 위해서 그리폰의 플래그십 모델들인 판도라 프리앰프와 메피스토 파워 앰프를 준비했다. 소스는 칼리오페 D/A 컨버터와 지금은 단종이 된 미카도 CD 플레이어가 사용되었다. 음악을 틀자마자 펜드래곤의 성향을 바로 알 수 있었다. 2m 높이의 초대형 리본형 미드레인지와 채널당 4개의 AMT 슈퍼 트위터는 하나도 막이 씌워져 있지 않은 듯한 엄청난 투명도와 현미경 같은 디테일, 그리고 세련된 섬세함을 보여 준다. 마치 레이저로 투사해 그림을 공간에 그려 내는 듯한 사운드다. 그런데 그 그림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음의 이탈감도 뛰어나 소리가 공간에 쉽게 울려 퍼진다. 일반적인 다이내믹형 스피커들과 다른 자연스러운 울림으로 음에 일체의 스트레스나 억압감 같은 것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음색 또한 달라졌다. 기존 그리폰 시스템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약간은 다크한, 전매특허 같은 진한 톤 컬러의 색채감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음장이 훨씬 더 강조된 사운드가 우세하다. 울림, 스테이징, 입체감 등의 공간 표현적 능력은 전작에서 커튼을 몇 겹 걷어 낸 듯한 홀로그래픽적인 무대 재현을 선사한다. 리본형 미드레인지와 다이폴 타입의 슈퍼 트위터가 만들어 내는 변화는 실로 놀라움 그 자체다. 마치 지금까지의 그리폰이 진한 라테를 마시는 기분이었다면 펜드래곤은 진한 에스프레소로 만들어 낸 쿨한 아이스커피 같은 느낌이다. 소리는 분명 전작의 느낌과는 상당히 다르지만 그리폰스러운 컬러가 어느 틈 속에 숨겨져서 그리폰의 풍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새롭지만 전통마저 걷어 내거나 지워 버린 것은 아니다. 물론 그리폰의 앰프 시스템과 소스가 뒤를 받치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펜드래곤은 그 단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소스에서 음의 출구까지 모두 라스무센이 추구하는 사운드 철학이 그대로 배어 나와야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운드와 이런 결과는 지극히 당연하다.

저음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만한 것이 없다. 우퍼 타워에 장착된 액티브 Q 컨트롤 기능으로 제공되는 3개의 모드 중 리스닝 룸에 맞는 타입을 직접 들어 보고 결정하면 되며, 저역의 양감적인 부분은 우퍼 타워의 위치와 우퍼 레벨 조정으로 손쉽게 리스닝 룸 음향 특성에 저역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같은 곡을 들어 보면 이 대형 우퍼가 지닌 놀라운 깊이감과 전혀 흐트러짐 없는, 빠르고 정확한 저역의 힘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저음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스피커에게 레퍼런스 베이스 퍼포먼스는 기본인 셈이다.
펜드래곤은 그리폰 스피커의 새 시대를 여는 제2의 출발점이다. 더할 나위 없는 투명도와 해상력, 그리고 놀라운 스테이징의 홀로그래픽적 사운드 이미지는 레퍼런스 스피커의 기준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준다. 엄청난 위용의 대형 레퍼런스 스피커지만 설치와 셋업은 어렵지 않고, 어느 공간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레퍼런스 성능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해 준다. 스트레스와 위화감이 하나도 없는 새로운 그리폰 사운드에 경의를 표한다. 참고로 이 강렬한 리본 유닛의 새로운 그리폰 사운드는 이미 트라이던트 2와 판테온, 그리고 모조 S에 이르는 2세대 스피커들로 전이되었으며, 2세대 스피커들 모두 새로운 그리폰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가격 2억7천만원   구성 3웨이   재생주파수대역 16Hz-32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50Hz, 18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9dB/W/m   실효 출력(Bass) 1000W, 클래스AB   게인(Bass) +32dB   파워 서플라이 커패시터(Bass) 180,000㎌×2   액티브 Q 컨트롤 지원   크기(WHD) 53×206×48cm(미드/하이 타워), 52×206×77cm(베이스 타워)   무게 132kg(미드/하이 타워), 285kg(베이스 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