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원시원하게 고역으로 치솟는 테너의 음역이 강력하게 사로잡는다. 비극적인 반주와 서사적인 보컬. 이탈리아 오페라의 명장면이 눈을 감으면 멋지게 펼쳐진다. 특히 보컬의 잔향이나 떨림 등 여러 부대음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그 압도하는 맛에 기분이 짜릿짜릿해진다.
퀘스타일(Questyle)이란 브랜드가 요즘 들어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회사임에도 다소 늦게 우리에게 소개된 감이 없지 않다. 이 회사는 미국에 정식으로 엔지니어 팀을 두고 있고, 세계 유수의 하이엔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도 작년 광저우 헤드폰 쇼에서 오너 겸 디자이너를 만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바 있는데, 매우 합리적이고, 도전적인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리라 본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몇 가지 기술적인 업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전류 증폭 방식을 도입한다거나, ‘True DSD’ DAC를 개발하거나, 심지어 멀티채널을 와이어리스로 전송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에 만난 CMA600i란 모델도 그런 점에서 몇 가지 언급할 만한 특별한 기술이 돋보인다.
본 기의 콘셉트는 헤드폰 앰프지만, 정확히는 DAC, 그것도 PCM과 DSD 모두를 최신 사양으로 아우르는 스펙을 갖고 있다. 참고로 PCM은 32비트/384kHz까지, DSD는 256까지 커버한다. 또 아날로그부는 단순한 증폭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프리단을 장착하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그 내용을 차근차근 소개하겠다.
우선 전류 증폭 방식인데, 이 경우, 리니어리티가 좋고, 왜곡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헤드폰 앰프가 큰 출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접근은 매우 유용해 보인다. 본 기에는 4핀짜리 헤드폰 단자가 제공되는데, 이것은 다시 말해 네 개의 증폭단이 있는 밸런스 회로가 특효약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본 기는 전류 증폭으로, 클래스A 방식을 고수하면서, 네 개의 밸런스 증폭단을 이룩하고 있다. 이 경우, 전압은 일반 증폭 방식에 비해 2배가 되며, 총 4배에 해당하는 출력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임피던스가 극단적으로 높은 헤드폰도 여유 있게 구동할 수 있는 것이다.
본 기에 투입한 칩은 AKM의 AK4490이다. 그러나 가져다가 그냥 쓰지 않고, 일종의 개량을 했다. 고전압에도 견딜 수 있게 특별히 별도의 전원부를 설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다이내믹 레인지가 무척 높도록 설계한 것이다. 참고로 본 기에는 10개의 독립적인 전원부가 투입되어 있다. 사실 DAC, 프리앰프, 파워 앰프 등 여러 섹션을 가진 기기인 만큼, 이렇게 전원부를 철저하게 나누는 것은 음질상 이점이 상당히 많다. 말하자면 정공법으로 승부한 셈이다.
한편 프리단을 보면 제일 중요한 볼륨단을, 알프스에서 나온 모터 방식의 아날로그 볼륨으로 처리했다. 즉, DAC에서 나온 아날로그 정보를 역시 전류 증폭 방식을 통해 일체의 로스나 왜곡이 없이 프리단으로 보내면서, 정확한 아날로그 앰프의 장점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기술적 내용도 놀랍지만, 음질에 대한 퀘스타일의 집념은 꼭 소개할 만하다. 본사 디자이너들이 합심하면, 본 기는 대략 3개월 정도면 설계가 완성된다. 그러나 튜닝 기간이 통상 1년이 넘게 걸린다. 본 기만 해도, 메인 서킷을 5번이나 교체했고, 50여 개가 넘는 부품을 계속 반복 청취하며 선별했으며, 10종의 헤드폰을 동원한 비교 청취는 물론 5조의 액티브 스피커에 연결해서 또 테스트했다. 그 과정에서 무려 500회가 넘는 리스닝 세션이 벌어졌다. 게다가 본 기는 무려 72시간 동안 과격한 고전압, 고온 테스트를 거쳐 패키징이 이뤄진다. 퀘스타일이 해외에서 짧은 시간에 널리 알려진 데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한편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헤드폰은 데논의 AH-D7200을 동원했다.
첫 곡은 야니네 얀센 연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과연 중역이 포실하면서, 빠른 반응의 음이 나온다. 바이올린의 경우, 적절한 두께감을 갖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귀를 즐겁게 한다. 약간 까칠까칠한 부분도 음악적으로 잘 처리하고 있다. 아무튼 해상도가 대단해서, 마치 현미경으로 관찰한다고나 할까? 이런 음을 하이파이에서 구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까?
이어서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른 푸치니의 ‘E Lucevan le Stelle’. 일단 시원시원하게 고역으로 치솟는 테너의 음역이 강력하게 사로잡는다. 비극적인 반주와 서사적인 보컬. 이탈리아 오페라의 명장면이 눈을 감으면 멋지게 펼쳐진다. 특히 보컬의 잔향이나 떨림 등 여러 부대음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그 압도하는 맛에 기분이 짜릿짜릿해진다.
제임스 갱의 ‘Funk #49’는, 트리오 구성으로, 화려한 기타 연주가 일품이다. 역시 베이스 라인이 깊고 풍부하게 깔리면서, 신명난 리듬이 펼쳐진다. 천의무봉, 화려하게 핑거링하는 기타는 손가락 움직임이 다 보일 정도. 중간에 가미된 이펙트 음향도 일절 누락이 없다. 록의 거친 맛도 해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귀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기술력과 튜닝, 두 마리의 토끼를 당당히 포획한 것이다.
수입원 (주)소리샵 (02)3446-7391 가격 187만원 헤드폰 출력(Unbalanced) 220mW(300Ω), 950mW(32Ω) 헤드폰 출력(Balanced) 630mW(300Ω), 1900mW(32Ω) 헤드폰 출력단 6.3mm×2, 4pin Balanced×1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1, USB B×1 USB 입력 PCM 32비트/384kHz, DSD 64/128/256 디지털 출력 Coaxial×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THD+N 0.00057% S/N비 113dB 주파수 응답 DC-100kHz(+0, -0.7dB) 감도 1.7V 게인 13.4dB 크기(WHD) 33×5.5×30cm 무게 3.2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