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rfedale Crystal-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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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rfedale Crystal-4.3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7.01.02 00:00
  • 2017년 1월호 (53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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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피데일의 역사를 품은 신작 크리스털 시리즈

아마도 영국에서 생산된 스피커 중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회사가 바로 와피데일이 아닐까 싶다. 탄노이 정도가 그런 긴 내력을 지니고 있다고나 할까? 특히, 동사를 주재한 길버트 브릭스로 말하면, 초창기에 스피커의 이론을 정립해서 후대에 깊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활동하던 1932~65년 사이의 와피데일은, 만드는 스피커마다 일종의 교과서와도 같았다.
그런 전통의 흔적은 당연히 지금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개인적으로 동사의 에어데일과 덴톤을 특히 좋아한다. 어딘지 모르게 고색창연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지만, 음은 무척 반응이 빠르고, 감촉이 좋다. 이런 전문적인 하이파이 제품을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성비가 높은 하위 기종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해가는 모습에서, 여전히 업계의 중요한 자리에 있음을 실감한다.

참고로 스피커 메이커 명인 와피데일은 아무리 사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브릭스가 스피커 작업실을 열 때, 와프(Wharfe)라는 강가 주변에 위치했다. 그 지역 이름이 바로 와피데일인 것이다. 나중에 브래드포드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작업장이라는 의미에서 아직도 이 이름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싸고 좋은 제품을 찾는 분들에게 와피데일의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여러모로 귀중하다. 2채널 하이파이와 홈시어터를 골고루 아우르는 분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바, 수려한 외모와 탁월한 성능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다. 아마 국내의 와피데일 사용자들은 주로 다이아몬드 시리즈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보다 좀더 저렴하고 또 알찬 성능을 보장하는 시리즈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크리스털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3이라는 버전이 나왔고, 최근에 4가 나왔다. 즉, 계속해서 진화중인 시리즈인 셈이다. 이번에 만난 것은 이 4 버전의 플로어스탠딩 타입, 즉, 4.3이란 모델이다. 전형적인 톨보이 스타일로, 6.5인치의 우퍼를 장착한, 당당한 포름을 자랑하고 있다. 요소요소에 원가를 절감하면서,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듬뿍 담은 제품이라 하겠다.
사실 본 기를 개발하면서 동사가 주력한 것은, 홈시어터뿐 아니라 하이파이 쪽도 함께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멀티채널을 구축하지 못하더라도, 오로지 본 기만 TV 옆에 놓고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홈시어터에도 대응한다. 방사각이 넓고, 다이내믹스가 뛰어나며, 특히 저역의 리스폰스가 발군이다. 통상의 하이파이용 스피커가 오로지 음악 감상용에 머물러 있다면, 본 기는 좀더 쓰임새가 다양한 편이다.

드라이버의 구성을 보면, 3웨이 3스피커 타입이다. 즉, 맨 위로 트위터 및 미드레인지가 있고, 그 밑으로 우퍼가 배치된 형상인 셈이다. 거기에 뒤편에 덕트를 뚫어, 일반적인 베이스 리플렉스 타입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외관상으로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 보강재를 사다리꼴로 정교하게 다듬고, 중·고역 쳄버와 우퍼부를 분리시키는 등, 음질에 대해서는 일체 타협이 없다. 특히, 공진을 다룸에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인 설계를 하고 있음은, 역시 메이커의 오랜 구력을 짐작하게 만든다. 음 역시도 충분히 그런 느낌이 배어 있다.
참고로 트위터는 1인치 구경의 소프트 돔. 미드의 경우, 5인치짜리인데, 케블라를 채용했다. 반면 우퍼는 165mm 사이즈의 파이버 콘이다. 내추럴 파이버라고 해서, 자연물에서 추출한 것으로, 더 중립적이면서, 반응이 빠르다. 8Ω에 88dB라는 높은 감도를 갖고 있는 점도 무척 인상적이다. 시청을 위해 케인의 A-88T MK2 테슬라 블루와 TDL 어쿠스틱스의 TDL-18CD를 각각 동원했다.
첫 곡은 앙세르메 지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행진. 일단 반응이 빠르다. 저역은 두툼하면서 임팩트가 분명하고, 고역은 결코 허약하지 않다. 진공관의 음색까지 가미되어, 부드럽고, 따스한 음이 나온다. 물결치는 바이올린군의 움직임은 진중하면서 또 아름답다.
이어서 치메르만 연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 가볍게 터치한 후 서서히 커지는 음의 임팩트가 대단하다. 고역은 상당히 투명하며, 중역의 밀도감은 인상적이다. 현악군의 살랑거리는 움직임에 강력한 피아노의 타건이 공존한다. 쨍하는 음은 결코 아니지만, 온후하면서 사려 깊은 내공이 숨어 있다. 진공관의 온기까지 더해져, 일체 자극이 없는 음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김인순의 ‘여고 졸업반’을 듣는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데, 최신 리마스터링의 효과가 여기서 발견된다. 목소리는 신선하고 풋풋하며, 약간 촌스러운 반주엔 인간미가 넘친다. 문득 하이틴 시절로 돌아간 듯한 설렘이 일어난다. 듣다 보면, 역시 보컬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음을 발견한다. 충실한 중역. 본 기의 미덕 중 하나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39만8천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미드레인지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50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500Hz, 2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권장 앰프 출력 25-120W   크기(WHD) 20.5×92×25cm   무게 14.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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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7년 1월호 - 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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