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AMP-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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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AMP-5521
  • 김편
  • 승인 2016.10.01 00:00
  • 2016년 10월호 (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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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W에 담긴 바쿤의 오리지널리티

 

지난해 초 필자는 일본 바쿤 프로덕츠(Bakoon Products)의 수장 나가이 아키라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큐슈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이 천재형 제작자는 지난 2007년 ‘일본에서 앞서가는 사람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청색 LED’로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였다. 당시 주로 AMP-5521(이하 5521)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가이 아키라 씨가 들려준 몇 대목을 그대로 소개한다.

“5521은 SATRI-IC의 발열을 억제하기 위해 최대 출력을 35W로 했다. 100W 앰프보다 이 앰프가 더 좋을지도 모른다. 이 앰프의 솔직함에서 오는 거대한 정보량 때문이다. 정보값이 많기 때문에 같은 출력의 다른 메이커 앰프와 비교할 때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생각한다.”

“바쿤이 앰프를 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바이어스의 안정도다. 5521은 바이어스 전류와 신호 전류가 완전히 떨어져 있다. 신호 전류에 따라 바이어스 전류가 바뀌지도 않고 그 역도 없다. 주위 온도나 전압 전류에 따라 변동되지도 않는다.”

“5521은 리드선이 없는 표면 실장 부품을 채용했다. PCB에 부품을 표면 실장했기 때문에 인덕턴스와 부유 커패시턴스가 감소해 음악 신호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아졌다. 기존 리드선 부품을 사용한 앰프에 비해 50배 정도 고정밀 앰프를 실현했다.”

“5521의 가장 큰 캐릭터는 핀 포인트 정위다. 정밀도는 이번 회로가 훨씬 우수하다. 20년 이상에 걸쳐 회로의 정밀도를 추구했지만 아직까지 그 한계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정확도를 높이면 명확하게 소리가 나온다.”

당시 이 말을 들을 때는 사실 제대로 이해도 못했을 뿐더러 그저 ‘제작자의 자화자찬’ 혹은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 발언’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최근 10여 일 5521을 집중 시청하면서 비로소 그 말들의 의미를 실감했다. 필자가 감탄한 이 앰프의 덕목 하나하나가 바로 그 말들의 진정한 속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1년 넘게 바쿤 SCA-7511 MK3(15W, 이하 7511)을 쓰고 있는 ‘유저’ 입장에서도 5521은 바쿤의 오리지널리티가 고스란히 담긴 ‘역작’이라 할 만했다.

샘물처럼 맑고 투명한 재생음의 세계
5521을 듣는 순간 ‘역시 사트리 회로답고, 역시 바쿤 앰프답다’ 싶었다. 재생음이 하나같이 샘물처럼 맑고 투명하고 깨끗했던 것이다. 일체 왜곡이나 착색이 없고, 리니어(Linear)한 증폭이 이뤄졌으며, 조금치의 시간 지연도 없다는 뜻이다. 필자가 파악하기에 이러한 순수한 재생의 일등공신은 역시 SATRI-IC와 이 사트리 회로가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출력을 제한한 점, 그리고 바쿤 증폭의 불문율이기도 한 ‘논 네거티브 피드백’이다.
사트리 회로는 사실 증폭이 아니라 ‘시간 정밀도’를 위해 탄생했다. ‘앰프에서도 100억분의 1초에 달하는 정밀도가 가능할까’라는 나가이 아키라 씨의 궁금증이 시초였다. 일단 진공관은 탈락이었다. 열전자가 음극으로부터 플레이트에 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시간 정밀도’는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피드백도 불합격이었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출력으로 입력을 보정하는 회로인데, 이를 통해 낮은 왜곡과 저 잡음, 높은 댐핑 팩터는 가능해지지만, 입력 신호가 출력 신호로 나올 때까지 100만분의 1초 이상 딜레이된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나가이 아키라 씨는 깨달았다. ‘지연 시간이 0초인 증폭 소자는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저항의 비율로만 증폭이 이뤄지도록 한 사트리 회로이고 이를 집적 회로(IC)에 담은 것이 SATRI-IC다. ‘증폭의 왕자’ 트랜지스터는 사트리 회로에서 ‘입력 신호의 전류값 = 출력 신호의 전류값’(커런트 미러 회로)을 위한 존재로 격하됐다. 증폭이 선형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이 트랜지스터를 증폭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 않아도 됐다.
5521의 경우 나가이 아키라 씨의 말 그대로 SATRI-IC의 발열을 억제하기 위해 출력을 35W로 제한한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 말은 마음만 먹으면 입력 저항과 출력 저항의 비율을 조정해 출력을 높일 수도 있었지만, 사트리 회로가 발열 문제로 인해 본연의 ‘정밀도’가 훼손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5521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재생’은 그저 말만 화려한 수식이 아니다. 최적의 조건에서 작동하는 사트리 회로와 논 네거티브 피드백 설계가 이룩해낸 ‘극한의 정밀도’였던 것이다.

역시 동생은 따라갈 수 없는 핀 포인트 정위감
‘동생’인 7511보다는 확실히 몇 수 위라고 느꼈던 5521의 특징은 ‘핀 포인트 정위감’이다. 양 스피커에서 음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와 성큼성큼 가운데로 모여들더니 오밀조밀 음상이 핀 포인트로 맺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아예 음들이 양 스피커 정중앙에 놓인 5521 상판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정위감이 좋다는 얘기인데, 과연 5521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5521과 관련해 제작자가 ‘바이어스 전류의 확실한 고정’과 ‘표면 실장을 통한 인덕턴스와 부유 커패시턴스의 감소’, ‘훨씬 우수해진 회로의 정밀도’를 그렇게나 강조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즉, 트랜지스터에 들어가는 바이어스 전류가 입력 신호에 따라 출렁이지 않으니까 (그 결과물로서) 출력 신호가 정확하게 빠져나온다는 것이고, 리드선이 달린 전자-전기 부품들이 일으키는 각종 저항값을 대폭 줄인 만큼 음악 신호 또한 어떠한 장애물 없이 증폭 회로를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사실 고정 바이어스 전류 공급은 바쿤 앰프가 초정밀 재생이 가능토록 한 중요한 팩터(Factor)다. 일반적인 바이어스 회로에서는 출력 트랜지스터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바이어스 전류를 제어하기 때문에 전원 전압이 상승하면 바이어스 전류는 감소시키고 출력 트랜지스터의 온도가 떨어지면 바이어스 전류를 증가시킨다. 이렇게 되면 바이어스 전류는 늘 변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전체 동작 또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바쿤 앰프는 변동률 10만분의 1 수준으로 바이어스 전류를 고정시켜 공급한다. 이는 결국 정밀한 증폭 재생을 가능케 했고 이는 다시 핀 포인트 이미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35W가 믿기지 않는 여유 있는 구동력
이번 5521을 모니터하면서 새삼 절감한 것은 바쿤 앰프가 묘하게 진공관 앰프를 닮았다는 것이다. 7511이 출력 15W라는 수치가 무색할 정도로 KT150 2발을 푸시풀로 구동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5521은 300B라는 직열 3극관 2발을 패러럴 싱글로 구동하는 느낌이다. 스피커를 밀어붙이는 쪽은 오히려 7511, 스피커를 여유롭게 어루만지는 쪽은 5521이다. 7511에서는 푸시풀 진공관 특유의 똘망똘망하고 호방한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이, 5521에서는 병렬 싱글로 구성된 직열 3극관 특유의 넉넉한 출력과 섬세한 표현력이 느껴진다.
그러면 왜 바쿤 앰프에서는 진공관의 향이 느껴지는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는 트랜지스터를 증폭 소자로 활용하지 않은 데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트랜지스터는 잘 알려진 대로 3극 진공관에 비하면 증폭의 선형성(Linearity)이 확실히 뒤떨어지는 증폭 소자다. 바쿤 앰프에서 트랜지스터는 아까 언급한 커런트 미러 회로를 비롯해 임피던스 변환 회로, 온도 보상 회로, 입력단, 출력단에 투입됐을 뿐 증폭에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5521 출력 트랜지스터에는 P형과 N형 MOSFET이 채널당 한쌍씩 들어갔다.
그러나 5521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역시 35W라는 출력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일 만큼 출중한 구동력과 볼륨을 낮췄을 때 더 빛나는 대역 밸런스와 신호대 잡음비(SNR)다. 바쿤 앰프의 구동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 5521에서는 바이어스 전류를 좀더 확실하게 고정시킴으로써 일종의 지렛대 효과를 가져와 체감상 구동력은 더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입력 저항과 출력 저항의 비율로 증폭도(게인)를 결정하는 사트리 회로의 특성상, 어테뉴에이터가 출력 저항값만을 조절할 뿐 입력 신호는 일체 건드리지 않는 점도 대역 밸런스와 SNR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청음
청음은 바쿤 5521을 탄노이 3웨이(동축+15인치 우퍼) 스피커에 물려 진행했다. 청음 메모는 평소 듣던 7511과 125W짜리 인티앰프와 비교 위주로 썼다.
 빌 에반스 앨범 - ‘My Foolish Heart’에선 기침하는 관객이 여성임을 알겠다. 확실히 음 입자들이 커지고 단단해졌다. 드럼의 심벌즈 터치는 힘이 붙고 이미지가 넓어졌다. 리듬감도 더 살아났다. 재즈 클럽의 공간감이 더 쉽게 느껴진다. 볼륨을 올렸을 때 SNR의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현 시스템의 정숙도가 매우 높은 것 같다. 관객들이 뭐라 슬쩍 속삭이는 소리까지 다 잡아낸다. ‘Waltz For Debby(Take2)’에서는 양 사이드 스피커에서 출발한 음들이 가운데에 홀로그래픽하게 모여드는 그런 느낌이다. 베이스와 피아노의 높낮이 차이가 장난 아니다. 베이스 현들을 건드리는 마찰음이나 연주 테크닉이 생생하게 들린다. 각 악기의 포워딩과 리세싱이 대단하다. ‘Depth’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빌 에반스의 피아노는 명료하고 샤프하게 들린다.
 브라이언 브롬버그 ‘Come Together’(Wood 앨범) - 300년 됐다는 우드 베이스의 질감과 통울림이 대단하다. 그야말로 강력한 저음이 쏟아져 나온다. 실물 사이즈의 베이스다. 베이스 4개 현으로 비틀즈 멜로디를 내려면 진짜 손가락 힘이 장난 아니게 세야 할 듯하다. 이러한 기세와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진다. 태핑, 클리핑, 핑거링…, 하여간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음들의 표정과 텍스처가 하나하나 까발려진다. 그것도 무대 중앙, 완전 핀 포인트로, 실물 크기로….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아다 메이니크 ‘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DG) - 에너지감과 공간감에 슬쩍 압도당한다. 본격적으로 음의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앞벽이 마침내 사라지기 시작했다. 스피커는 진작 사라졌다. 악기와 음들이 더욱 입체적이 됐다. 비올라는 전체적으로 위에, 피아노는 밑에. 그런데 이게 따로 노는 듯하면서도 서로 정교하게 직조돼 있다. 그 직조된 결이 곱게 느껴진다. 7분 30초 비올라의 고음 파트, 상당한 에너지감이다. 색채감이 빛난다. 포워딩, 위력, 고자세, 위엄, 흰색, 야만, 원시…. 많은 이미지들의 단어가 솟구친다. 이때부터 비올라 연주자가 코로 숨 쉬는 게 포착된다. 이 대목이 연주자가 그만큼 에너지를 싣고 집중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 12분 28초, 아쉬케나지가 페달에서 발을 떼는 소리까지 포착된다.
 다이도 앨범 - ‘Don't Believe In Love’는 킥 드럼의 파워가 그야말로 업됐다. 앞벽 정가운데 보컬의 음상 정위도 확실하다. 이중 녹음으로 들어간 허밍 소리가 비로소 확실히 들린다. 여러 악기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특히 킥드럼은 앞벽 약간 오른쪽 깊숙이에서 폐부를 찔러온다. 탬버린의 짤랑거리는 금속성 소리가 귀를 기분 좋게 찌른다. 전체적으로 홀로그래픽해졌다. ‘Quiet Times’에서는 이 곡에 원래 우주 유영 느낌의 사운드가 3초가량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이도의 숨소리, 특히 들이마시는 소리가 잘 들린다. 애기 잠 잘 때처럼 아주 살짝, 새근새근, 이런 느낌. 보컬과 여러 악기가 레이어를 여러 겹을 둔 채 울린다. 물론 그 레이어 자체는 투명해서 막이 낀 듯한 느낌은 전혀 없다.

총평
바쿤 앰프는 ‘트랜지스터 = 증폭’이라는 통념을 통쾌하게 깨버린 앰프다. 사트리 회로를 통해 증폭의 비선형성을 제거한 결과는 부유물을 고운 채로 걸러낸 맑은 샘물을 처음 마셨을 때와도 같았다. 5521은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갔다. 1998년 처음 개발된 사트리 회로는 5521에서 커런트 미러 회로를 자신의 품에 끌어들였을 정도로 크게 진화했다. 바이어스 전류를 신호 전류로부터 완전히 떨어뜨린 것도, 표면 실장 부품을 사용해 리드선으로 인한 각종 저항값을 없앤 것도 이번 5521이 처음이었다. 그 결과는 음악 신호의 순수하고 정밀한 재생으로 이어졌다.
맞다. 바쿤 앰프는 일체의 왜곡이나 착색 없이, 또한 일말의 시간 지연도 없이, 한없이 맑고 투명한 재생음의 세계다. 또한 통쾌할 정도로 빠르고 서늘할 정도로 정확한 초 스피드, 초 정밀 증폭의 세계다. 그리고 5521은 제작자가 앰프 출력을 35W로 제한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바로 그 세계, ‘바쿤의 오리지널리티’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생명체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659만원(스테레오), 1,318만원(모노)   실효 출력 35W(8Ω, 스테레오), 97W(8Ω, 모노)   입력 RCA×3, Satri-Li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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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10월호 - 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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