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A-50TP 6L6
상태바
Cayin A-50TP 6L6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6.09.01 00:00
  • 2016년 9월호 (530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L6 진공관의 진정한 매력을 알고 싶다면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프렐류드 1번. 바흐의 작품을 재즈로 만든 것인데, 의외로 당찬 더블 베이스에 놀랐다. 킥 드럼의 펀치력도 수준급. 거기에 찰랑거리는 심벌과 영롱한 타건이 어우러져, 우아하면서 기품 있는 재즈가 펼쳐진다. 중립적이면서 음악의 핵심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지난 호에 무려 3개의 형제군으로 구성된 케인 진공관 제품들을 리뷰한 바 있다. KT88, EL34, 그리고 6L6이라는, 진공관 애호가라면 가슴이 설레는 출력관들을 중심으로 서로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러모로 뜻 깊은 시청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개인적으로 6L6에 흥미를 가졌던 바, 이번에 따로 들어보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덕분에 6L6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KT88, EL34에 비해, 6L6은 그 존재감이 약하기는 하다. 이 관을 쓴 세계적인 명기도 드물고, 처음 들어보는 이들도 상당수다. 당연히 명관이라는 것도 별로 없어서, 아무래도 소유욕이라는 점에서 불리하기는 하다. 그러나 지난 번 시청 때 무척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이 6L6이라는 녀석이, KT88, EL34라는 유명관과는 다른, 그러면서 독자적인 음의 세계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그 특징이 과연 뭘까?
바쁜 분들을 위해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우선 음이 매우 현대적이라는 점이다. 잘 만들어진 솔리드 스테이트와 통하는, 일체 군더더기가 없고, 해상력과 다이내믹스가 출중하면서 또 중립적인 음색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진공관 하면 부드럽고, 포실한 음을 연상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전혀 진공관답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아주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직진성이 좋은 고역을 잘 살리려면, 오히려 약간 애매하거나 혹은 부드러운 고역을 가진 스피커와 매칭했을 때 좋은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 싶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브리티시 계열의 스피커들이 인기가 있거니와, 이런 제품에서 재즈나 팝까지 아우르고자 한다면, 본 기는 좋은 대안이 되리라 본다.

각설하고 좀더 스펙을 알아보자. 일단 본 기에 투입된 모든 관은 슈광제를 사용했다. 그러나 단순히 꽂아 넣지 않고 정확하게 선별해서 페어 매칭을 기본으로 꼼꼼하게 배치한 점이 주목된다. 워낙 정평 있는 메이커의 관인 만큼, 케인의 로고가 찍힌 관들은 높은 신뢰감을 준다.
진공관 앰프 하면, 관뿐 아니라 트랜스포머도 무척 중요하다. 여기서는 자체 제작의, 오랜 기간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 감겨진 제품들이 쓰이고 있다. 단, 전원 트랜스는 토로이달로 하되, 출력 트랜스는 자기 누설이 낮은 EI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 트랜스라는 것은 감는 회수에 따라 음이 천차만별로 바뀌는 만큼, 이에 대한 기술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가성비가 좋은 케인의 진짜 실력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추측해보기도 한다.
한편 중요한 볼륨단은 일본 알프스 사의 전동 볼륨을 사용했고, 전해 콘덴서도 일제 니츠콘을 썼다. 즉, 요소요소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리얼캡이라는 미국제 필름 콘덴서를 사용한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단, 필름 콘덴서는 해상도가 좋지만 약간 음이 강한 기질이 있다. 사용하다가 나중에 좀더 부드러운 음을 원하면 오일 콘덴서로 교체하는 것도 본 기를 사용하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밖에 보호 커버를 교체해서, 진공관의 은은한 불빛을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라던가, 완전 하드 와이어링, 수제 방식을 고집한 점 등 칭찬할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초단관에서 발생하는 미세 진동을 잡기 위해 열에 강한 실리콘을 소재로 한 댐퍼링을 장착해서, 음을 더 명료하게 만든 점은, 역시 오랜 기간 진공관 앰프를 만든 메이커다운 지혜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본 기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트라이오드 방식으로 구동하는 것인데, 그 경우 16W밖에 나오지 않지만 디테일과 뉘앙스가 풍부한 음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울트라리니어 방식을 채택하면 35W로 바뀌면서 다이내믹스가 더 좋은 음을 들을 수 있다. 매칭되는 스피커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포칼의 아리아 905를 사용했고, 소스기는 마란츠의 SA-14S1 SE를 동원했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율리아 피셔 연주, 슈베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D장조 1악장. 역시 일체 과장 없이 차분하고 유려한 음을 만난다. 슈베르트의 경우, 마냥 감미롭지만 않다. 심지가 곧고, 에너지도 충분하다. 악기를 둘러싼 공간감도 풍부하게 연출되고, 피아노의 단아하면서 강력한 타건도 인상적이다. 이어서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프렐류드 1번. 바흐의 작품을 재즈로 만든 것인데, 의외로 당찬 더블 베이스에 놀랐다. 킥 드럼의 펀치력도 수준급. 거기에 찰랑거리는 심벌과 영롱한 타건이 어우러져, 우아하면서 기품 있는 재즈가 펼쳐진다. 중립적이면서 음악의 핵심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빅토리아 토카의 ‘Dark Waltz’. 지난 번 홍콩 쇼에 갔다가 우연히 가수를 만나서 음반을 구매했는데, 꽤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클래시컬한 발성이지만, 반주나 분위기가 구슬프고 또 처연하다.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여성이 동양적 정서로 다가온다. 그 점이 특이하다. 일체 가식이 없고, 일부러 예쁘게 꾸미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무뚝뚝하거나 건조하지도 않다. 6L6, 역시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수입원 케인코리아 (02)702-7815

가격 158만원   사용 진공관 6L6×4, 12AU7×2, 12AX7×2   실효 출력 35W(8Ω, 울트라리니어), 16W(8Ω, 트라이오드)  
주파수 응답 10Hz-50kHz(-1.5dB)   THD 1%(1kHz)   S/N비 89dB   입력 감도 370mV, 3mV(포노)
입력 임피던스 100㏀, 47㏀(포노)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5×18.5×30cm   무게 13kg

53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호 - 530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