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난 달리의 제품은 북셀프 타입이다. 실물을 보면 매우 작다. 영어 사전 크기만큼은 아니지만, 아무튼 왜소하게 보인다. 하긴 스펙을 보면, 겨우 5.2kg 정도에 320mm의 높이를 가진 제품이다. 아무리 달리라 하더라도, 이런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지 약간 걱정이 될 정도다.
사실 오디오 애호가들의 상당수가 북셀프를 사용한다. 공간이나 예산의 문제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놀랍도록 성능이 진화한 부분도 있다. 잘 만들어진 2웨이 북셀프는 어지간한 3웨이 톨보이를 능가한다. 이것은 이제 상식이 될 정도다. 그런 점에서, 본 기가 갖고 있는 특별한 퍼포먼스는 매우 인상적이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본 기가 멘토(Mentor) 시리즈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 라인업은 사실 달리의 대표라 할 정도로, 빼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투입되는 유닛이나 마무리 등에서 일체 타협이 없이 만들었다. 동사의 간판 시리즈인 만큼, 여기에 가미된 각종 노하우와 설계 사상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트위터. 통상의 트위터는 하나의 유닛으로 이뤄져 있다. 방식은 여러 가지인데, 그 각각이 장단점을 갖고 있다. 달리는 리본과 돔이라는 아주 상이한 성격의 트위터를 믹스해서, 양자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콘셉트인데, 이 부분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넓은 방사각과 직진성을 아울러 갖춘 바, 이런 고역에 맛이 들면, 다른 스피커에서 만족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커플링되는 중역 혹은 중·저역 드라이버의 우수성도 아울러 짚고 넘어갈 만하다.
본 기의 경우, 멘토 시리즈의 첫 발을 내딛는 형번 ‘1’을 달고 있다. 작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내용을 가진 것은, 그만큼 1이라는 숫자가 가진 상징성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유닛 구성을 보면, 5인치 구경의 미드·베이스에 하이브리드 트위터가 더해진 형식이다. 자세히 보면 트위터부는 별도의 쳄버에 수납되어 인클로저에 삽입되었다. 미드·베이스에 나오는 진동을 일차적으로 차단한다는 의미도 있고, 트위터 자체의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뜻도 된다.
아무튼 무척 작은 구경의 미드·베이스이긴 하지만, 저역 재생은 45Hz까지 가능하다. 이보다 더 큰 사이즈의 북셀프가 대개 50Hz에 머무는 것을 보면, 드라이버 자체에 대한 달리만의 독자적인 R&D가 가미되었으리라. 한편 고역의 경우, 34kHz까지 커버한다. 이렇게 대역이 넓은 것은, 아무래도 리본 트위터의 역할이 큰 것일 테고, 덕분에 사이즈를 훨씬 상회하는 와이드 레인지를 구축했다. 그러면서 전 유닛이 마치 하나의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듯, 일체감을 갖고 움직이는 것을 보면, 역시 오랜 기간 스피커 제조에 전념해온 달리의 내공을 살펴볼 수 있다.
본 기의 뒷면에는 포트가 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다. 그러나 포트의 사이즈나 길이에 따라 저역의 재생력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본 기의 경우, 주파수 대역을 밑으로 내리면서 적절한 양감을 가질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숱한 시행착오가 반복되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한편 사이즈가 작은 만큼, 벽에 설치할 수 있는 브래킷도 제공되는 모양이니, 이 점도 구매에 있어서 좋은 옵션이 아닐까 싶다.
멘토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숙련되고, 믿을 만한 조언자’라고 한다. 사실 그냥 학식만 높거나, 나이만 먹었다고 해서 멘토가 될 수는 없다. 세상만사 두루두루 경험하고, 자기만의 지식도 갖춰서 이른바 지혜를 얻은 자만이 멘토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다. 그 첫 걸음을 내딛는 제품인 만큼,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음을 밝힌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나드의 신작 C375BEE를 사용했고, CD 플레이어는 오라의 비비드 MK2를 동원했다. 첫 곡으로 이자크 펄만이 연주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었는데, 깜짝 놀랄 만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요즘에는 사이즈 갖고 스피커의 가능성을 절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새삼 깨달을 정도였다. 일단 와이드 레인지로, 거의 전 대역의 음성 신호가 재현되고 있다. 주가 되는 바이올린은 하이브리드 트위터의 장점이 잘 투입되어, 선명하고 깨끗하면서 풍부한 질감을 보여준다. 빼어난 잔향까지 더해져서 사실적인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아론 네빌이 부른 ‘Stardust’는, 오로지 더블 베이스의 반주만으로 이뤄져 있다. 한데 이 작은 사이즈에서 딥 베이스가 나온다. 참 신기할 따름이다. 기적의 팔세토 보이스로 진행되는 보컬의 매력은 그렇다 치고, 그 뒤를 병풍처럼 감싸 안고 펼쳐지는 코러스의 존재감이라니. 음장감이 뛰어난데다가 보컬의 매력이 한껏 살아나 깊은 감동을 연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조네 퍼커션 그룹이 연주하는 ‘Jazz Variants’. 드럼과 타악기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트랙인데, 당연히 대구경 우퍼를 장착한 스피커만의 특권이다. 그러나 이 작은 사이즈의 우퍼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 북을 때리는 타격감이나 잔향도 잘 살아 있고, 다양한 악기들의 배치도 일목요연하다. 심벌즈의 파괴적인 고역이나 킥 드럼의 어택감이 전혀 무리가 없다. 잘 만들어진 북셀프의 장점을 만끽할 수 있는 모델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210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재생주파수대역 45Hz-34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400Hz, 12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6dB
권장 앰프 출력 40-120W 크기(WHD) 16×32×24cm 무게 5.2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