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SCA-7511 M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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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SCA-7511 MK3
  • 서기석
  • 승인 2015.06.01 00:00
  • 2015년 6월호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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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kg의 기적

일본 최남단의 규슈 지방에 위치한 구마모토현은 일본 3대 성이라 불리는 구마모토성, 활화산인 아소산, 마스코트인 구마몬, 그리고 말고기 등으로 유명하다. 또한 오디오 애호가라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는데,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바쿤 프로덕츠의 본사가 바로 이곳 구마모토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마모토가 일본의 중심지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바쿤 또한 에소테릭이나 어큐페이즈 같은 일본의 메이저 브랜드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쿤은 브랜드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제품 본연의 완성도와 음악성을 추구하는 데 주력하는 것 같다. 특히 바쿤은 매우 독창적인 회로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그 기본 틀은 유지하되 회로와 부품의 세부적인 개량을 통하여 회로의 정밀도를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음질과 음악성을 모두 향상시키는 노력을 창업 이후로부터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바쿤이 자랑하는 SATRI 회로는 이러한 노력을 지속한 결과로 현재 V11.4까지 진화한 상태이다. 이번에 소개할 SCA-7511 MK3만 하더라도 2000년대 초 국내에 KR 버전으로 소개되었다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현행 MK3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디오 업계가 사상 유례없는 불황을 맞아 신제품을 쏟아 내며 이벤트성 공동 제작으로 애호가들을 유혹하는 세태에 비추어 보면, 이와는 전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는 바쿤의 정책은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기본과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장인의 자존심이 느껴져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오디오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은 ‘제품에 제작자의 혼(魂)이 느껴질 것’이다. 제작자의 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장인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 넘는 제작자의 정열과 오디오 제품 자체가 한데 어우러져 피어나는 일종의 ‘아우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도(日本刀) 장인 집안의 후손인 고 스가노 요시아키가 제작한 ‘고에츠’ 카트리지에서 그러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데, 70년대 초 마크 레빈슨이 방일했을 때 고에츠의 오닉스 플래티넘을 듣고 감동하여 그 후 마크 레빈슨 제품의 시연회에 항상 고에츠 카트리지를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오디오계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바쿤의 SCA-7511 MK3을 한참 들여다보면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흡사 옻칠을 한 것 같은 은은한 광택의 프런트 패널과 엷은 오렌지색 베이클라이트 노브의 색감이 조화롭다. 공들여 크리스털 분체 도장을 한 상판 커버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련되고 트렌디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오랜 세월을 거쳐 정제된 우아한 품격이 느껴진다. 바쿤의 모든 제품은 주재자인 나가이 아키라 씨와 그의 아들을 포함한 몇 명의 숙련공이 직접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SCA-7511 MK3의 디자인은 대량 생산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높은 품위를 지니며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품의 외관을 꼼꼼히 살펴보면 나가이 아키라 씨가 제품의 디자인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촉감까지 고려하여 매우 세심하게 재질을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상판 커버를 열고 앰프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오디오 애호가라면 누구나 앰프의 상판을 열기 직전에 묘한 흥분을 느끼며 숨을 죽이게 된다. SCA-7511 MK3의 내부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부품들이 질서정연하고 아름답게 정돈되어 있어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바쿤의 SCA-7511의 MK3 버전의 내력을 간단히 살펴보자. 본 MK3 버전은 2012년에 탄생하였다. 그런데 2013년부터 바쿤매니아가 국내에 공식 수입을 시작하면서 수입품에는 전류 전송 방식인 SATRI-LINK가 기본으로 추가되고 회로 정밀도 향상을 위한 부품이 추가되면서 회로 기판에 SCA-7511 MK3-2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국내 수입용 제품은 일본 내수용과는 다른 일종의 특주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편의상 제품의 프런트 패널 등 외부에는 SCA-7511 MK3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수입원 바쿤매니아는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내 시장에 판매된 일본 내수 사양을 모두 회수하였다고 한다.
이제는 SCA-7511 MK3의 소리를 들어 볼 차례이다. SCA-7511 MK3은 바쿤의 라인업 중 엔트리 레벨에 속하지만 동시에 판매량이 가장 많은 주력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조사 측에서는 본기에 고급 기술과 부품들을 아낌없이 투자하였다고 하는데, SCA-7511 MK3이 어떤 레벨의 소리를 들려줄지 몹시 기대가 된다.
소스기기로 루민의 D1, 스피커로는 국내 스피커 업체인 칼라스의 피에스타와 렉스 2를 사용하여 시청에 임하였다. 우선 르네 레보비츠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민둥산의 하룻밤’과 ‘전람회의 그림’을 들어 본다. SCA-7511 MK3의 출력은 15W에 불과하고 시청에 사용한 스피커들의 능률은 87dB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량이나 출력의 부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권위를 제시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또한 연주회장의 홀로그래픽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매우 탁월하게 그려낸다. 시청에 사용한 스피커가 앰프의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피에스타와 렉스 2는 현대 소형 북셀프의 미덕인 정확한 포커싱, 정교한 음장, 민첩한 저역 등을 갖추어 가격대 성능비가 매우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데, SCA-7511 MK3가 피에스타와 렉스 2의 이러한 장점들을 극대화시켜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청에 사용한 스피커들이 소위 ‘Cool & Clear’한 성향이긴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색채감과 밀도감의 표현에도 부족함이 없다. 이는 바쿤 제품군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한 자연스러운 질감 표현력에 기인한 것인데, 선예한 해상력과 자연스러운 질감이라는 서로 모순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절묘하게 통합하여 고도의 음악성을 창조하는 것이 바쿤 사운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SCA-7511 MK3로 이 음반을 들으면서 가장 놀라게 되는 부분은 저음의 표현력이다. 매우 깊이 있으면서도 잘 통제된, 그러면서도 양감도 부족하지 않은 마치 대형기의 저음을 듣는 듯한 매우 기분 좋은 저음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코케츠 아유미라는 일본 색소폰 연주가의 <LIVE@Motion Blue Yokohama>라는 재즈 앨범을 들어 본다. 라이브 연주를 얼마나 생생하게 재생하는지가 감상의 포인트이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베이스, 드럼, 색소폰, 피아노의 위치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이 공연장은 청담동의 ‘원스인어블루문’처럼 식사를 하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SCA-7511 MK3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은 이러한 공연장 특유의 홀 톤과 잔향을 상당히 자연스럽게 재현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내가 요코하마의 공연장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베이스의 통울림과 심벌즈의 실체감 넘치는 재생은 소형 스피커가 소화하기 어려운 난제라고 할 수 있는데, SCA-7511 MK3은 마치 소형 스피커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듯이 베이스와 심벌즈의 음을 매우 경쾌하고 실감나게 드라이브해주는 것이다. 피아노의 경우에도 순도 높고 투명한 재생을 보여주는데, 결국 이러한 리듬 섹션 재생의 충실성이 재즈 특유의 스윙감을 매우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글스의 앨범 중에서 ‘Hotel California’를 들어 본다. 전주 부분의 너무나 익숙한 기타 리프가 지나가고 이내 그 유명한 킥드럼이 무대의 정중앙의 약간 뒤쪽에 등장한다. 뒤이어 등장하는 관객의 환호성과 돈 헨리의 보컬의 재생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 음반의 체크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킥드럼의 재생 능력이다. SCA-7511 MK3는 스피커의 사이즈의 한계를 초월하여 킥드럼의 깊게 떨어지는 저음을 실체감 넘치게 재생한다. 대형기의 압도적인 박력에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니어 필드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여담이지만 2년 전에 SCA-7511 MK3와 윌슨오디오 소피아의 조합으로 데이브 브루벡의 앨범 중 ‘Take Five’를 듣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었다. 채널당 15W의 출력으로 소피아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실력도 놀라웠지만 조 모렐로의 드럼 솔로 부분에서 흡사 거대한 암석처럼 단단하고 압도적인 저음의 반응은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충격적인 체험으로 남아 있다. 불과 2.9kg에 불과한 SCA-7511 MK3의 몸체에서 어떻게 이렇게 육중하고 강력한 저음이 재생될 수 있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SCA-7511 MK3는 파워 앰프로도, 인티앰프로도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의 상황에 따른 변용이 가능하다. 또한 현대적 성향의 저능률 북셀프뿐만 아니라 대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도 무리 없이 구동하는 범용성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로더와 같은 혼형 스피커와의 매칭도 매우 우수하며, AR, 탄노이, JBL 등 빈티지 스피커와의 궁합도 매우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결론적으로 SCA-7511 MK3는 뛰어난 에너지 밸런스를 바탕으로 저역의 민첩한 응답 특성과 디테일한 중·고역을 겸비한 우수한 앰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전자공학 분야에는 문외한이지만, 측정 장비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정밀도와 네거티브 피드백의 배제를 통한 리니어리티의 추구, 수작업 공정의 고수, 20년 이상의 제품 라이프 사이클 등 바쿤 프로덕츠의 특징을 열거하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스위스의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FM 어쿠스틱스이다. 9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뮤지컬 피델리티의 A1 인티앰프를 일컬어 ‘가난한 자의 크렐 앰프’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바쿤의 SCA-7511 MK3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FM 어쿠스틱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298만원   실효 출력 15W(8Ω)   입력 RCA×1, Satri-Link(BNC)×1 
출력 헤드폰 출력×1   크기(WHD) 23.5×7.8×29.5cm   무게 2.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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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6월호 -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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