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c BS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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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c BS72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5.04.01 00:00
  • 2015년 4월호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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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장인 정신의 승리를 경험하다

엘락이 자사의 기술력을 자랑할 때 대개 두 개의 용어를 쓴다. 하나는 장인 정신이고, 또 하나는 내구성이다. 사실 우리에게 ‘Made in Germany’는 그리 새로운 용어는 아니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이후 하이엔드 오디오를 이끈 세력 중에 단연코 독일을 빼놓을 수 없다. mbl, 부메스터, 아방가르드 등 널리 알려진 브랜드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지 말자. 이번에 만난 엘락은, 실제로 독일 지역에서 판매량 2위에 해당하는 스피커 메이커로, 그 역사는 상당히 깊다. 개인적으로 동사의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에, BS72라 명명된 본 기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내구성이다. 방문 당시, 동사의 직원이 어느 테스트 룸에 데려갔다. 우퍼의 내구성을 측정하는 공간이었다. 해당 드라이버를 설치하고 여기에 빠른 템포로 움직이는 사인파를 넣었다. 놀랍게도 엄청나게 빠른 피스톤 운동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그 진동이나 진폭은 거의 상상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작동하는 드라이버의 성능에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다른 회사의 유닛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 이게 바로 독일 생산의 저력인 것이다.

공장을 돌면서 경탄을 자아낸 것이 한 두 대목이 아니기에 더 이상 언급은 피하겠다. 단, 자사에서 드라이버를 직접 제조해서, 인클로저 및 숱한 공정을 모두 인 하우스로 제작하는 것은, 최근의 트렌드 중의 하나다. 남이 만든 드라이버를 가져다 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단, 동사가 자랑하는 리본 트위터가 본 기에 투입되지 않은 것은 좀 아쉽지만, 실제로 기본적인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여타 경쟁사를 제압하는 뭔가가 있다. 바로 그 뭔가를 지금부터 추적해보기로 하겠다. 사실 라인 70으로 명명된 본 시리즈는 그리 새롭지 않다. 왜냐하면 디자인을 볼 때 종래의 북셀프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는 엘락이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처음 엘락을 주시한 것은 약 20년 전으로, 거의 영한사전 크기의 스피커를 만나면서다. 이때 오디오 업계의 테마는 음장, 이른바 스테레오 이미지로서, 처음으로 무대 연출이 뭔지를 알게 되었고, 가수나 악단의 위치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한데 엘락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런 3D 이미지를 연출했다. 그것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만이 아닌, 스피커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공간감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세운상가의 작은 숍에서 처음 이 소리를 듣고 얼마나 충격에 사로잡혔는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본 기는 바로 그런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라인 70 시리즈로 출시된 것은 현재까지 총 네 종이다. 맨 위로 FS78이 있고, 그 밑에 FS77이 있다. 두 모델 모두 플로어스탠딩의 3웨이 타입이다. 그 밑으로 BS73, 그리고 본 기인 BS72가 있는 것이다. 한데 개인적으로 예전의 기억 때문인지 몰라도, FS보다는 BS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이런 심정은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처음 본 기를 봤을 때 솔직히 한숨만 푹푹 나왔다. 스펙을 봐도 한심하다. 고작 56Hz에서 28kHz 정도니까. 저역을 조금만 더 줬으면 어떨까 싶지만, 본 기의 사이즈를 보면 마냥 어리광만 부릴 수는 없다. 대신 BBC의 3/5 계열에 비할 때 더 풍부한 저역을 내주는데 감지덕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무게는 3.2kg에 불과하고, 미드·베이스의 구경이 11.5cm에 불과하니, 무슨 홈시어터의 리어 스피커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음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앤썸의 신작 225, CDP는 뮤지컬 피델리티의 M6SCD이다.
첫 곡으로 얀센 연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과연 예상대로 멋진 음장이 연출된다.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이 정도 사이즈의 스피커가 내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의외로 저역의 표정도 당당해서, 이런 협주곡을 감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빼어나고, 얀센의 개성이 잘 살아있는 바이올린 음색의 재현이 눈에 띈다.
이어서 정명훈 지휘의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엄청 화려하거나 정신없이 몰아치는 음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잡히고, 개개 악기들이 서로 뭉치는 법이 없다. 기본 품성이나 실력이 준수하다는 의미다. 특히 몰아칠 때의 기세가 좋아서 충분히 몰두할 수 있는 에너지와 해상력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조수미의 ‘도나 도나’, 이렇게 담담하고, 소탈한 표현은 오히려 조수미의 노래에 잘 어울린다. 일체 꾸밈없이 민낯의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저역이 그리 과하지 않고, 클라리넷도 너무 나대지 않으며, 청아하면서 환각적인 목소리는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여성 보컬에 관한 한, 화장기 없는 순수한 모습이 잘 드러나 계속 듣게 만든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68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1.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56Hz-28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600Hz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권장 앰프 출력 20-100W   파워 핸들링 40W 
크기(WHD) 14×24×19.4cm   무게 3.2kg

513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4월호 -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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