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Chatsw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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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oy Chatsworth
  • 김기인
  • 승인 2014.11.01 00:00
  • 2014년 11월호 (50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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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동안 사실 구형 탄노이 스피커들에 대해 깊은 맛을 못 느꼈었다. 그러다가 약 4년 전 탄노이 오토그라프, 미국 인클로저에 실버 15인치 유닛이 장착된 스피커를 영국으로부터 들여오면서 탄노이의 깊은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들어왔던 소위 국내 제작 코너형 인클로저와는 비교도 안 되는 풍성함과 자연스러운 음악성을 몸소 실감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자주 들었던 모든 알텍을 접어 버리게 할 만큼 큰 충격이었다. 사람들이 제대로 된 탄노이 스피커의 깊이를 모른 채 이렇다저렇다 말만 많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탄노이는 극도로 단순화된 라인업에서 운영되어야 하며, 앰프나 스피커 케이블, 인터 케이블 등에 예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총괄적인 토털 음향 밸런스가 안 맞으면 탄노이 고유의 깊은 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리스닝 룸의 룸 어쿠스틱, 스피커 케이블, 관의 종류, 인터 케이블 등의 토털 밸런스는 탄노이가 추구하는 음의 깊이를 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론 오리지널 인클로저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잘 매칭된 탄노이의 울림은 가장 실제 연주회장에 근접한 음악성과 스테이징을 보이며, 자극적이지 않게 각 악기의 디테일을 전달해 주는 특징이 있다.
오토그라프를 들여놓자 그동안 들었던 모든 음악 레코드를 새롭게 듣는 듯한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특히 국내 리스닝 룸에서는 코너 오토그라프보다는 사각형의 미제 통 오토그라프가 유닛이 귀 높이로 정위되어 여러모로 유리하고, 음질도 좋았으며, 저역의 에지나 양감도 훌륭해 행복한 나날이었다.

미국제 스탠더드 오토그라프 이후 탄노이 전 스피커를 재해석하고 탄노이 순례에 들어갔다. 미국제 윈저(Winsor) G.R.F.도 좋았으며, 영국제 코너형 G.R.F.도 깊은 소리를 내 주었다. 그리고 소형 중에는 골드 10인치 유닛을 장착한 ⅢLZ가 맛깔스런 소리를 낸다. 물론 ⅢLZ가 61년부터 발매되었기 때문에 초기 버전은 레드 10인치가 장착되어 있다. 이 소리는 골드 버전보다 양감과 질감 면에서 한 수 위의 자리를 지키며 마니아들의 컬렉션 대상이 되어 있다.
ⅢLZ에 하부 길이를 더해 가정에 가장 적절히 적용시킬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채스워스(영국 지방 이름)다. 국내 소형 룸에 가장 적절한 적응력으로, 모양도 좋고 그리 가격도 비싸지 않은 베스트 탄노이 버전으로, 필자 개인적으로 선호도가 높다. 채스워스는 삼각형의 코너형과 일반 사각 통이 있는데, 1970년대에 발표된 제품으로, 대부분 12인치 골드 모니터가 장착되어 있고, 후반기로 오면 HPD315가 내장된다. 그러나 시중에는 이 유닛을 제거하고 레드 초기형 또는 실버 12인치 유닛을 장착한 채스워스가 가끔 보인다. 그만큼 이 채스워스 인클로저가 가치가 있다는 뜻이고, 잘 튜닝하면 질감과 음장감, 양감, 음악성을 한꺼번에 모두 건져 올릴 수 있는 월척 스피커가 될 수 있다. 내부에 레드 12인치 초기 버전을 장착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부 양모 흡음재는 골드보다 적게 하는 것이 필요 없는 저역 부밍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밀폐형 스피커이기 때문에 저역이 답답할 수 있는데, 이는 흡음재와 스피커 케이블, 파워 앰프의 특성으로 잘 커버해야 한다.

이 스피커에 마란츠 7C, 캐리 300B 싱글을 매칭시키고, 인터 케이블은 구형 실크 웨스턴, 스피커 케이블 역시 실크 웨스턴으로 매칭시킨 결과, 의외로 피아노 타건이 무게감 있어 탄노이의 단점을 잘 극복해 놀라웠다. 천성적으로 현들의 질감이나 현장감은 걱정할 것이 없었는데, 심지어 록 음악의 킥 베이스도 술술 울려줘 마치 정전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듯한 상쾌함과 시원함이 있었다.
혹자는 현의 질감에서 영국 여자 옷 벗는 소리가 난다고 해 박장대소한 적이 있는데, 중독성 있는 현의 울림은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이다. 실버가 들어가면 더 타이트해지고 긴장감이 올라가며, 반면 저역의 양감은 살짝 감쇄된다. 골드가 들어가면 사운드가 살이 쪄서 풍만한 영국 여자를 보는 듯하다. 레드 초기형이 가장 적절한 몸매로 영국다움을 잘 나타내 주며, 가능한 연결 선재를 심플하고 격조 있게 사용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선재에서 막힘이 있으면 탄노이 고유의 깊이가 손상된다. 이것은 탄노이 스피커 자체의 모든 표현력이 경계의 한계성에서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천성은 조율하지 못하고 그 능력을 제한 받으면 부족함이나 답답함으로 격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채스워스…. 끌어안고 이 깊은 가을 둘이서 술 한 잔 하고 싶은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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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11월호 - 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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