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새로운 헤드폰·이어폰 브랜드가 특유의 경쟁력으로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뛰어난 가격대 성능비를 앞세우기도 하고, 유려한 디자인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또 BA 유닛을 여러 개 채용하여 스펙을 강조하기도 한다. 더 나가가서는 플래그십 모델을 먼저 선보이며, 하이엔드 퀄러티의 높은 음악성으로 주목받기도 하는데, 이번에 소개할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이 그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은 사실 아날로그와 앰프 제작으로 출발한 회사로, 벌써 4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성을 가진 일본 제조사인데, 최근 헤드폰과 이어폰을 출시하면서 또 하나의 레퍼런스 브랜드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피아노 포르테 시리즈부터 최근의 헤븐, 아다지오, 그리고 판도라 시리즈까지 히트하며,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만의 매력과 사운드 성능을 그야말로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가격대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어, 유저층을 두텁게 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사운드 성향을 모든 라인업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번에는 이들의 정점, FI-BA-SS 이어폰을 받아들었다.
고급스러운 악어 가죽을 연상케 하는 직각 케이스 속에 또 하나의 캐링 케이스가 들어 있다. 납작한 복주머니를 닮은 모습인데, 확실히 유니크하고 고급스럽다는 인상. 캐링 케이스의 줄을 풀어내면 눈부신 크롬 하우징의 FI-BA-SS 이어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단순히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다소 심플하고, 평범한 모습이었는데, 실제 받아들면 정말 고급스러운 크롬 광택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이런 광택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마를 거쳤는지 자연스레 짐작할 수 있을 정도. 덕분에 기스 같은 흉터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일단 그 아우라는 대단한 것이다.
하우징 재질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저가의 플라스틱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며, 후면에는 공기의 흐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덕트가 원형으로 여러 개 뚫려 있다. 마치 스피커의 덕트처럼 저역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보이는데, 파이널 사운드 디자인이 자랑하는 BAM(Balancing Air Movement) 메커니즘과 맞물려 높은 퀄러티의 사운드를 보장한다. 하우징 상단에 파이널이라고 새겨진 마크가, 이들의 자존심처럼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높은 가격의 제품이지만, 과감하게도 싱글 BA 유닛이다. 사실 다수의 BA 유닛으로 전 대역을 분리해놓은 제품들이 낮은 가격에도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스펙만으로 평가절하 당할 수도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의 제품들을 여러 기종 들어보면서 느낀 것은 단순히 BA 유닛을 여러 개 투입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최종적으로 얼마나 잘 설계했고, 또 완성도 있게 튜닝하고 마무리했는가에 대한 차이인 것이다. 단순히 유닛 개수로 퀄러티를 판단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이야기. 마치 잘 설계된 풀레인지 스피커처럼 말이다.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의 주력 제품들은 지금도 싱글 BA 유닛으로 설계되고 있고, 싱글 BA 유닛으로 가장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줄 아는 업체라는 것이다.
음압 레벨은 112dB이고, 임피던스는 16Ω으로 어떤 소스 기기에도 아주 좋은 능률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밖에서도 한동안 청음해 보았는데, 좋은 착용감과 차음성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좋은 사운드 퀄러티를 보여주었다.
본격적인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이전 헤븐 6과 비슷한 느낌으로, 첫 사운드부터 엄청난 밝음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한참을 들어보며 이것과 비슷한 사운드의 제품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 그만큼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만의 사운드를 굉장히 어필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재미있게도,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청명한 느낌이 강조되어, 피아노 음악과 현악기에서 특유의 질감과 공간감으로 엄청난 장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중·고역에 대한 매력을 언급하고 싶은데,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 제품들이 대부분 비슷한 성향이긴 하나, FI-BA-SS에 와서는 그야말로 정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조금은 심심하게 들렸던 모든 음악들이 이 제품과 만나면, 음악 본연의 재미와 느낌을 강조해준다. 레퍼런스 모델답게 수준급의 해상력이 각 소절마다 부각되며, 타이트한 저역들이 굉장히 다이내믹하게 전해져 온다. 무대를 전체적으로 감싸는 저역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며, 좀더 집중되게, 그리고 빠르게 몰아치는 것이 꽤 인상적이다. BAM 메커니즘 덕분인지 공간감에 있어서도 장기를 보여준다. 특히 솔로 피아노곡들이 울려 퍼질 때는 하나하나의 감각들이 모두 살아나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들으면 들을수록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마력의 레퍼런스 제품. 오직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에서만 들을 수 있는 값진 매력이 아닌가 한다.
수입원 소리샵 (02)3272-8791
가격 121만9천원 하우징 스테인리스 스틸 유닛 타입 커스텀 메이드 BA 유닛
임피던스 16Ω 음압 112dB 무게 20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