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렌스 TD-124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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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렌스 TD-124 Ⅱ
  • 김기인
  • 승인 2014.10.01 00:00
  • 2014년 10월호 (50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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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턴테이블의 쌍벽은 가라드 301과 토렌스 TD-124라는 것은 아날로그 마니아라면 이미 다 알고 있다. 124가 스위스 정밀 부품 산업의 발로라면, 301은 영국 실용주의 내구성 정신을 극대화한 턴테이블의 대표라 말할 수 있다. 특히 두 모델 모두 현역기로도 빈티지 마니아들의 최정상 선호 품에 올라 있는 제품이다.
301이 방송국용으로 제작된 프로 턴테이블이라면, 124는 순수하게 가정용으로 개발된 당시로서는 하이엔드 턴테이블이다. 따라서 내구성 면에서는 301이 앞서지만 내부 정밀도 면에서는 124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124가 좋다, 301이 좋다 말이 많은데, 301을 좋아하는 필자 입장에서도 사운드의 선호가 갈릴 뿐이지 결코 어느 것이 낫다고 말 못 할 박빙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호에는 124의 개량형인 124 Ⅱ에 대해 알아본다. 124에서 124 Ⅱ로의 개량은 모든 메커니즘은 동일한 상태에서 플래터만 자성체인 메탈 합금에서 비자성체인 두랄루민 합금체로 변경한 것이다. 그 근본 이유는 카트리지의 자기 회로에 쓰이는 자석과의 상관관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플래터 중량 자체는 124가 더 무거워 관성 토크에서는 유리한 점이 있다. 또한 그 울림 자체도 자연스러운 점이 있어 일반적으로 Ⅱ보다는 Ⅰ이 소리가 좋다. 특이하게 Ⅱ로 바뀌면서 가격도 다운되어 신제품이면 가격이 오르는 여느 제조사들에 반해 토렌스 사 자체의 양심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124의 메커니즘은 그 유명한 벨트 아이들러 타입으로, 301의 아이들러 타입에 비해 벨트로 진동 전달을 극소화시키면서도 아이들러 타입의 강한 토크 전달을 목적으로 한 정밀 턴테이블 메커니즘이다. 모터는 4극 히스테리시스 싱크로너스로 주파수 동기이며, 역기전력에 의한 정속 회전 컨트롤에 의해 항상 정속 유지를 하게끔 설계되었다. 그러나 노화로 (대부분 모터 내부 베어링과 슬리브 마모, 그리고 그리스 노화에 의한 저항 상승) 스타트 때와 시간 경과 시 회전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불편한 점도 있다. 유럽에서는 모터를 완전히 분해해 경년 변화된 부품을 교체하고 청소하며 제 성능을 발휘하도록 해 주는 전문 보수 업체가 있기도 할 정도인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 정도로 수리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아쉽다. 또 토렌스 사에서 모터 시스템을 더 정밀한 24극 싱크로너스 모터 등으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는 모터 업그레이드 키트도 판매되었는데, 필자가 사용해 본 경험으로는 확실히 S/N비가 상승되고 디테일도 좋아진다. 최근 들어 다시 구매해 보려고 하니 이미 그 프로젝트는 취소되어 없고, 대신 타 업체에서 주관해 모터 체인지를 해 주는데, 모터만 팔지 않고 턴테이블 전체를 보내야 된다고 해서 포기한 상태이다.

국내에서는 플래터 스핀들 하부 베어링을 사파이어로 교환하는 키트가 판매되는데, 회전력은 저항 없이 좋아지나 소리 면에서는 본래의 따뜻한 촉감을 잃는 것 같아 호불호가 나뉜다. 실제 124의 사운드는 301에 비해 온도감이 처지는 부분이 있어 디테일을 좋게 하려다 온도감 특성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그밖에 124 벨트나 하부 댐핑 고무인 머시룸은 따로 판매되며, 정품과 큰 차이가 없어 애호가들이 선호한다.
124의 플래터는 2중으로, 내부 플래터와 위에 스테핑 플래터를 올려놓아 퀵 스톱을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러나 이 플래터가 정밀도가 떨어지고 공진에 의한 음상 손상의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스테핑 플래터를 제거하고 별도의 무공진 아크릴 플래터를 올려놓으면 음상이 깨끗해지는 현상을 알 수 있다. 물론 퀵 스톱은 안 되지만 사용상 큰 불편이 없어 이렇게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124는 턴테이블 모터 단품으로 판매되어 톤암은 보통 사용자가 선택해 장착하는 것이 상례였다. 덴마크의 B&O에서는 그들의 Beogram 3000 시스템에서 B&O 톤암을 장착해 상품화하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그라도 우드 암을 장착하거나, 일본에서는 마이크로 MA-77(숏암), MA-88(롱암)을 장착해 판매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SME 3009, 3010, 3012를 장착했다. 물론 암 일체식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일체식 암으로 대부분 오토폰의 SMG-212, RS-212, RMG-212이고, 가끔 동사의 TP-14 암이 장착되기도 했지만 인기가 없어 판매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TD-124 턴테이블에 가장 좋은 암은 롱암보다는 숏암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필자의 경험으로 일본의 암 중에서는 FR-64, 영국의 암 중에서는 3009 구형, 덴마크의 암 중에서는 오토폰의 RS-212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SMG-212도 심플하면서 124와 잘 어울린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구형 SMG-212 정도가 124에 가장 적절한 암이라고 생각하는데, 124 특유의 질감을 살려 주면서 단점인 온도감을 상승시켜 주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잘 튜닝된 124는 최근 수천만원짜리 현대 턴테이블도 따라올 수 없는 매력과 음악성을 소유하고 있다. 가격 면에서 무난한 장점이 있고, 아직까지 내구성 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명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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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10월호 - 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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