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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우진
  • 승인 2014.05.01 00:00
  • 2014년 5월호 (50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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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를 위협하는 출중한 마이너리거의 장타

전형적인 마이너 레이블로 위치를 다져 가는 오디오가이, 마이너리거답게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음반들, 그중에서 이번에는 재즈풍의 세 장의 음반을 소개한다.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음반은 <스윙잉 경성>. 경성이라는 식민지 시대의 서울의 명칭을 사용한 것처럼 1930년대 당시 유행하던 코믹송, 만요의 작곡가 김해송의 작품들이다. 내가 음악사를 연구하지도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소위 뽕짝이라는 왜색가요 이전부터 시작해 해방 이후 미군 부대 중심의 연주로 이어진 이 음악들이 한국 재즈의 원류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노예 같은 삶 속에 탁주에 취해 담배 한 대 물고 읊조릴 그런 노래들이다. 원래 재즈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처음 듣는 것 같지만 언제 들었던 것 같은 그런 음악들로, 축음기판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그런 노래를, 그리고 김해송의 유명한 곡에만 집착하지 않은 선곡도 마음에 든다. 가수 김난영의 남편인 작곡가 김해송이 우리에게 다시 알려진 것은 10년 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삽입된 그의 곡 ‘오빠는 풍각쟁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이지만, 김해송의 음악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가 잊을만하면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다. SP판 같은 분위기와 짧은 연주 시간이지만 녹음은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또 다른 두 장의 음반은 웨스트 코스트 계열의 재즈 느낌이 강한 음반들이다. 지난해 말 타계한 재즈의 거장인 짐 홀의 추모 앨범인 은 마치 그냥 짐 홀이 빌 에반스와 함께 음반 한 장을 낸 듯한 느낌이다. 흔히 ‘Interplay’라 말하는 모던재즈의 주고받는 듯 대화하는 듀오의 조화를 안재진과 김지훈이 완벽하게 재현해 낸 듯하다. 직접 작곡한 곡들을 연주하고 있는 이 앨범은 마치 언젠가 짐 홀도 연주했을 법한 느낌이 들도록 만든다. 추모와 모방, 독창성과 창작의 경계선에 선 명연이다. 뒤늦게 재즈계의 거장 짐 홀의 명복을 빌며, 덕분에 이렇게 품위 있고 차분한 재즈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게 됨에 감사드린다.
또 한 장의 주목할 만한 연주는 양왕열의 음반이다. 재즈 드러머로 국내 목원대학을 거쳐 University of the Arts in Philadelphia(UArts)에서 공부한 연주자이다. 동 대학의 교수진인 비브라폰의 거장 토니 미셀리, 그리고 마이카 존스, 맷 데이비스와 함께 빼어난 연주를 들려준다. 제자를 위해 참여하면서 그의 금의환향을 돕고 있지만, 들을수록 이들의 연주는 보통이 아니다. 양왕열의 드럼은 전혀 뒤처짐 없이 이들을 리드해 나가면서 독특한 엇박의 절묘한 타이밍을 드럼으로 들려준다. 각 악기의 위치와 드럼의 강렬한 펀치력이 아주 잘 녹음되어 있는 음반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세 장 중에 가장 음질이 뛰어나고, 구성도 잘 짜진 것 같다. 5곡뿐인 수록곡이지만 모두 명연주이고, 특히 ‘Cut The Corner’는 근래 보기 드문 명곡이다. 오디오가이의 녹음은 이전에도 말했듯 점차 향상되며 최근 흠잡을 데가 없지만, 특히 드럼 녹음에 있어서는 매우 빼어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김국찬과 귀재들 <스윙잉 경성>
김국찬(보컬), 유하라(보컬), 윱 판 라인(트럼펫, 플뤼겔호른), 김예중(트럼펫) 외
AGCD0055  연주 ★★★★☆  녹음 ★★★★☆


김지훈(피아노포르테),안재진(기타)
AGCD0058  연주 ★★★★  녹음 ★★★★

양왕열 쿼텟
토니 미셀리(비브라폰), 맷 데이비스(기타), 마이카 존스(베이스), 양왕열(드럼)
AGST003  연주 ★★★★☆  녹음 ★★★★★

502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5월호 -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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