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I 1710W 진공관 릴 녹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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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I 1710W 진공관 릴 녹음기
  • 김기인
  • 승인 2013.03.01 00:00
  • 2013년 3월호 (48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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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 74
 나무상자 하나가 필자에게 배달되었다. 그것은 지인으로부터 온 선물이었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일본제 녹음기인데, 이사 중에 버리려다가 필자에게 물어보고 버린다며 우송된 폐품이다. 나무 박스에 수납된 릴 녹음기는 언뜻 보아 TR인 것 같았는데, 내부는 모두 진공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입력 전압을 110V에서 220V로 절환 후 전원을 넣어 보았다. 릴을 걸고 플레이 레버를 돌리자 돌기 시작했고, 잠시 후 소리가 났다. 테이프는 루이 암스트롱의 'Hello, Dolly!'라는 오리지널 KAPP 릴 테이프다. 우선 그 생생한 재생에 놀람을 금치 못했는데, 선명한 고역과 중·저역이 밀도감 있게 양쪽 스피커에서 퍼져 나왔다. 



모든 동작 기능이 완벽했다. 월남전에서 삼촌이 가지고 들어왔다는 릴 녹음기는 그 장시간 동안 창고에서 썩고 있었지만, 기본 동작에 이상이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진 내구성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 놀라웠다.우드 박스를 들어내고 내부 청소부터 하고 싶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먼지로 뽀얗게 내려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모든 부품들과 진공관들은 원래 출시 상태 그대로 있었다. 6.5인치 알니코 풀레인지 타원형 스피커가 양쪽 옆에 장착되어 있고, 저항과 콘덴서들도 신품같이 반짝이며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견고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질서 정연하게 하드와이어링된 사이로 거미집과 벌레집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진공관은 일본 NEC 사 제품으로 12AT7 1개, 6AR5 3개, 정류관 6CA4 1개로 구성되어 있다. 출력관은 6AR5 싱글로 양옆에 아웃 트랜스가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다. 1개의 6AR5는 아마도 발진관으로 쓰는 것 같다. 싱글 앰프의 단아하고 정결하면서도 디테일이 선명한 특징이 잘 살아난다. 투명도도 훌륭한데, 사용된 저항이나 콘덴서류의 동작 상태가 매우 좋다는 인상이다. 


 양옆으로 장착된 스피커는 직접 사용자의 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금속 반사 패널을 튕겨서 소리를 낸다. 금속 반사판의 각도를 조정해서 음의 확산 각도를 넓힐 수 있는데, 직접 듣는 것보다 한층 부드럽고 사실적으로 재생되는 느낌이다.뒷면의 기능은 상당히 다양하다. 전용 덱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뮤트 스위치가 있고, 또한 앰프 기능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별도 스피커 단자가 55 플러그로 마련되어 있다. 레코딩 인, 플레이 백 아웃 단자가 RCA로 장착되어 있고, DIN 단자로도 동일 기능을 수행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릴 덱으로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다. 진공관 교체는 뒷면 스틸 망만 제거하면 쉽게 이루어진다. 


 전압 조정은 외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볼트 2개만 풀면 누구라도 조절 가능하다. 단 퓨즈는 100V에서는 1.5A, 220V에서는 1A를 사용해야 한다. 전압 조정 패널 아래에는 전기 사이클을 조절하는 스위치가 있다. 국내에서는 물론 60 사이클로 절환되어야 하며, 이 사이클이 맞지 않으면 테이프 재생 스피드가 맞지 않는다.


 정면의 기능도 사용자 편의가 손색없게 마련되어 있는데, 우선 덱을 눕히는 경우는 테이프 고정 패킹이 없어도 사용 가능하지만, 덱을 세우면 테이프 이탈을 막기 위해 고정 패킹을 장착해야 한다. 상부 중앙에는 7½ips와 3¾ips의 테이프 스피드 컨트롤 스위치가 있으며, 그 하부에 50·60 사이클 조절용 레버가 있어 뒷면과 함께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 핀치롤러와 캡스턴은 쉽게 교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고, 스페어 캡스턴이 전면 중앙 헤드 커버 위에 있다. 






 하부에 마이크 입력 잭과 헤드폰 잭이 마련되어 있어 전면에서의 모니터링이나 마이크 녹음이 가능하다. 헤드는 일반적인 철심 헤드의 소거·녹음 + 재생 헤드의 2헤드 구성이며, 헤드 아래에 톤 컨트롤과 볼륨 노브가 듀얼 모노로 구성된다. 아날로그 모니터링 미터가 스테레오 세트로 놓여 있어 동작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테이프 주행이 끝나면 자동으로 전원 오프되는 기능과 그 기능을 제거하는 선택 스위치가 있고, 녹음 시 순간 스톱을 할 수 있는 간편 레버도 있어 녹음 시 스톱 레버로 편리하게 녹음 소스를 선택·정리해 녹음할 수 있다. 기본 기능이 매우 충실하고, 소리의 완성도나 내구성이 훌륭한 릴 덱이다. 음의 투명도로 볼 때 웬만한 TR 덱보다도 우수한 점이 있으며, 시각적으로도 매력이 있어 장식용으로도 한몫하는 재미있는 덱이다. 현재 거래되기도 하며, 가격이 저렴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한 아날로그 소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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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3월호 - 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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