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is Audio Fortino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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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ris Audio Fortino 88
  • 김남
  • 승인 2022.08.12 03:22
  • 2022년 08월호 (60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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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88 진공관을 위한 최고의 설계로 완성하다

어리스 오디오는 2013년에 설립된 신진 오디오 메이커인데, 우리나라와는 다소 생소한 편인 동남유럽 중앙의 발칸반도에 위치하는 신생 공화국인 세르비아에서 다양한 오디오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진공관 앰프 전문인 동사는 현재까지 모노블록 파워 앰프를 비롯해 프리앰프, 6기종의 인티앰프를 만들었고, 헤드폰 앰프는 5기종이나 된다. 그 외에 스피커, D/A 컨버터, 턴테이블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이어맨이라는 자회사에서 모바일 기기와 연결하는 다양한 포터블 헤드폰 앰프·D/A 컨버터까지 출시하고 있다. 이런 다양성은 이 제작사가 이미 디지털 제품을 오랫동안 생산해 왔던 전력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진공관 앰프는 반도체 제품에 비해 다소의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그중에서도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누가 보더라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세련되었다. 화이트(또는 블랙) 색상의 가죽과 호두나무 원목을 사용해 진공관 앰프를 이렇게 우아하게 만들 수 있는 제작사는 현실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제작사의 트랜스는 현재 세계 최고 제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데, 당연히 앰프의 전원부 역시 동사의 트랜스 기술의 노하우가 그대로 투입되어 있는 명품. 일반적으로 앰프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부단히 설계를 변경하고 부품을 업그레이드시키지만, 강력한 전원부로 보강해 소리의 근본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 사실 일반 앰프 전문가와 전원부 전문가는 전문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청기는 한국의 수입상인 SP-오디오가 발주한 특주품이다. 수입상에서는 어리스 오디오의 포르티노 6550을 수입한 뒤 국내에서는 6550보다는 약간 소리가 투명한 KT88을 선호하는 인구도 많다고 판단, 좀 단순한 생각으로 KT88 제품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사실 거의 같은 5극관이기 때문에 그냥 관을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많다. 그러나 그 부탁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동사의 기술진은 상당 기간 동안 종래의 모든 KT88 앰프들을 검토하고 분석한 끝에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로 작정, 회로와 부품부터 신 설계를 해서 주문자 측에서 볼 때는 배가 산으로 가 버린 제품이 깜짝 등장했다고 한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놀랄 만한 신제품이 나온 사연이다.

종래의 일반적인 KT88 앰프와 전혀 다른 이 시청기는 KT88을 채널당 2알씩 투입하며 70W의 출력을 낸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다. 그러면서도 종래 제품들보다는 기본이 다른 차별성을 가지는데, 가장 특이한 점은 대형 전원부를 별도의 섀시에 담아 분리시켰다는 점이다. 때문에 두 덩어리를 합하면 무게가 30kg을 훌쩍 넘는다. 프리앰프에서 독자적으로 분리된 전원부를 가진 제품은 그동안 여러 기종을 봤다. 그러나 시청기처럼 인티앰프의 전원부를 독립시킨 제품은 몹시 희귀하다. 출력관은 KT88로 평범한데 이처럼 고급 전원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제품 가격은 당연히 비싸다.

제작사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공급하면서 정확한 내부 데이터를 노하우로 잡고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측의 주문에 의한 것인 만큼 초기에는 홈페이지에 제품을 올리지도 못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도 시청기는 몹시 흥미롭고 대견스러운 제품이기도 하다.

기분 좋은 또 하나 이유는 이 제작사는 이미 뛰어난 전원, 출력 트랜스 제작의 본 고장인데도 공치사를 전혀 하고 있지 않으며, 전원 트랜스 용량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포괄적으로 뛰어난 부품을 투입했다는 간략한 설명만 하고 있다. 자신감이 없는 메이커의 구구절절한 공치사를 벗어던진 그 한 차원 높은 자신감도 부럽다.

이 제품은 KT88 출력관 외에 ECC83, ECC99 진공관을 각각 2개씩 사용하며, 각 KT88 진공관에 대한 바이어스 조정이 가능하다. 주파수 응답은 17Hz-30kHz이며 70W 출력이면서도 소비 전력은 300VA에 그친다.

이 앰프의 소리를 처음에는 다인오디오의 이보크 10(6Ω, 84dB), 그리고 이번 시청에는 스펜더 A4(8Ω, 86dB)로 구동해 봤으며, 이 밖에도 또 하나의 소형기 등 그동안 세 기종의 소리를 들어 본 셈인데, 스피커에 따라 소리의 해석이 약간씩 달라지지만 공통점은 마치 찬물로 헹궈 내듯 소리가 맑다는 점. 당연히 매끄럽고 고역이나 저역의 표현력도 일급이다. 3극 연결이나 싱글 A급 등의 소리가 최고라고 공치사할 일이 아니다.

이 앰프는 보통의 KT88 제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상쾌함과 맑음, 나긋함과 미려함이 모든 곡을 지배한다. 소형 스피커가 중대형 기기로 달라지는 펀치력도 물론이다. 감도가 낮은 어떤 스피커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괴력(?)도 지녔다. 스피커의 진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운드의 극치에 달한 듯한 느낌, 압도적인 박진감과 무게감, 입체적인 음장감 등에서 나무랄 데를 찾기 힘든 사운드의 쾌거라 할 만하다. 현재 시장에서 이 이상의 KT88 앰프를 만나기는 상당히 어렵겠다는 판단, 그것이 정직한 생각이다.


가격 1,200만원   
구성 클래스A(입력 스테이지)/클래스AB(출력 스테이지), 푸시풀 사용   
사용 진공관 KT88×4, ECC99×2, ECC83×2 
아날로그 입력 RCA×4   
실효 출력 70W   
주파수 응답 17Hz-30kHz(±1.5dB)   
입력 임피던스 100㏀   
출력 임피던스 4, 8Ω
크기(WHD) 45×27×40cm, 45×16×40cm(전원부)   
무게 17kg, 14kg(전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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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2년 08월호 - 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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