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피커 시장에서 퍼리슨 오디오(Perlisten Audio)는 참 흥미롭다. 오디오계의 기린아, 신흥 세력, 스타 탄생, 돌풍의 주역, 혜성 등 표현이 한두 가지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에서 2016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2020년부터 자신들의 스피커로 스피커 시장에 돌연 등장, 단숨에 일세를 풍미했다. 천천히 인정을 받았다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등장 즉시 돌풍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데뷔작이 등장한다 해도 출시 즉시 돌풍처럼 화제를 모은다는 것은 암만 홍보를 잘 한다 해도 어렵다. 제품 자체가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며, 영화에서 신인 감독이나 배우가 첫 작품에서 작품, 감독, 주연상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퍼리슨은 그런 기록을 세운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 제작사는 첫 제품이 단숨에 THX Dominus 인증을 받는 것으로도 신기록을 세웠는데, 일반 스피커에서 THX 인증을 받는다는 것도 어렵고 더구나 거기에 Dominus 인증까지 받은 것은 세계 최초. 세계적으로 대형 극장용 시스템에 이런 인증서가 더러 발부되기도 하지만 극장용이 아닌 홈 스피커가 이런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단숨에 첫 작품으로 받고 만 것이다. 탁월한 대사 명료도와 거대한 음장감, 듣는 이를 휘감아 도는 청량한 입체감은 그야말로 경이롭다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 당시의 일치된 평가.

그런 플래그십 S 시리즈의 후속으로 R 시리즈가 출시되었는데, 그 역시 대등한 성능이었지만 다만 한 가지 약점은 두 시리즈 모두 고가 라인업에 머물러 있다는 애정 섞인 불평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보다 시장성을 높이기 위해 만듦새를 다소 간소화시키고 그만큼 가격대를 낮춘 새로운 A 시리즈가 이제 등장했는데, 어떤 제작사를 막론하고 시간이 지나면 상급기의 기술을 이어받는 보급기가 등장하기 마련. 아마 그것을 기다리는 인구도 꽤 많은 듯하다.

A 시리즈는 퍼리슨이 출시한 스피커 중 가장 저렴한 제품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능이 대폭 떨어지거나 타협된 제품은 아니며 디자인 철학, 제작 품질,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집중을 그대로 이어받은, 세심하게 설계된 제품군이다. A4t, A3t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A3m 북셀프 스피커, A2s 서라운드 스피커 모델이 포진, 시청기 A3t는 딱 중간에 위치하며,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기 가장 좋은 사이즈.

이 시리즈 역시 OEM 같은 외주 제작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캐비닛 설계부터 트랜스듀서 개발, 소재 선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사에서 직접 하는데, 3년 이상의 개발 시간이 소요되었고, 스피커가 가정에서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필요한 3가지 음향 원칙, 즉 디테일, 다이내믹스, 그리고 낮은 왜곡을 실현하기 위해 클리펠 측정과 청취 테스트를 모두 적용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이 스피커는 정확한 클리펠 측정 이미지를 공개, 기술적 배경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A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새로운 복합 소재인 합성 테테론(Teteron)을 사용하는 35mm 돔 트위터를 커스텀 웨이브가이드에 장착해 사용한다. 이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돔에 폴리에스터 섬유의 한 종류인 테테론을 사용했으며, 웨이브가이드는 단순히 외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트위터에서 방사되는 소리를 제어하도록 정밀하게 설계되어 더 넓은 청취 영역에서 음색 균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웨이브가이드가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를 살짝 가릴 정도로 크며 약간 앞쪽에 위치해 스피커를 포인트 소스에 더 가깝게 했고, 매우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구현하고 있다. 따라서 최적의 위치에 앉아 있든, 측면에 앉아 있든 매우 자연스럽고 고른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미드·베이스 드라이버는 215mm 크기의 매우 단단하면서도 초경량의 카본 파이버 다이어프램을 사용했고, 모터 구조는 리니어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크로스오버는 스피커의 핵심 부품으로 모든 음향 신호를 적절하게 드라이버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고가의 공심 인덕터를 사용한 것이 특징.

캐비닛은 견고한 브레이싱과 댐핑 처리를 했고, 일반적으로 스피커에서 사용하는 MDF보다 35% 더 밀도가 높은 HDF를 사용했다. 아름다운 전면 배플은 두께가 50mm로 매우 두텁다. 캐비닛 내부에 특수 설계가 적용된 전면의 수직 직사각형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도 이채롭다. 새틴 블랙 마감은 절제되면서도 우아하여 세련된 거실에도 잘 어울이며 겉모습이 꽤 멋지다. 그릴은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다. 기본 제공되는 조절식 풋 구조도 튼튼하고 꽤 멋지다.

A3t 스피커의 음은 퍼리슨 특유의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와 함께 아주 섬세하고 해상력이 두드러지며 매우 섬세한 고역 확장이 탁월하다. 홈시어터에 잘 어울리는 특징적인 음색과 밸런스이며, 홈시어터의 절정감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실력기. 물론 하이파이로도 잘 어울리는데 어떤 음악에서도 매력적인 음을 들려주며 상급 시리즈보다는 약간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 825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21.5cm 카본 파이버, 트위터 3.5cm 컴포지트 테테론 돔
재생주파수대역 33Hz-27kHz(-6dB), 24Hz-27kHz(-10dB)
출력음압레벨 88.4dB/2.83V/m
임피던스 4Ω, 3Ω(최소)
권장앰프출력 50-300W
크기(WHD) 28×128.5×39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