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gon EXXACT Integrated & Duevel Plan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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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gon EXXACT Integrated & Duevel Planets
  • 김남
  • 승인 2021.06.10 14:35
  • 2021년 06월호 (58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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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향 스피커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성공적인 매칭

이 스피커는 마치 피노키오의 목공소에 두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귀엽고 앙증맞으며 일종의 천재성이 보이는 제품이다. 마커스 듀에벨이라는 독일 엔지니어가 이 특이한 스피커를 발표했을 때 거의 전 세계의 오디오 전문지와 리뷰 단체들에서 평가서를 내놨는데, 그 이유는 그만큼 획기적인 모습과 아이디어가 단숨에 세상의 주목을 확 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스피커의 기본 형태는 무지향성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왕에도 무지향성의 스피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무지향 스피커들이 고가의 하이엔드 지향이었던 데 비해, 듀에벨의 이 제품은 좀더 간편한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파격적인 가격대의 보급기로 제작된 점이 특징이다. 당연히 기왕의 무지향성과는 설계가 다르다. 이 스피커는 평범한 유닛 위에 금속의 볼을 배치해 이 볼의 영향으로 소리가 자유롭게 확산되는 방식인데, 트위터에는 작은 볼, 우퍼에는 커다란 볼이 배치되어 있다. 얼핏 봐서는 과연 이런 형식만으로 무지향성의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되지만, 그 효과는 기대를 뛰어넘는다.

사실 스피커의 거치는 어렵기 짝이 없다. 고가의 하이엔드라 할지라도 핀 포인트가 아주 협소한 제품도 많아서 전면 의자에 앉는다 해도 고개가 조금만 틀어지면 소리가 삽시간에 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지향인 이 스피커는 그런 노파심이 많은 애호가들에게 일종의 복음이라 할 만하다. 아무 데나 놔도 거의 같은 음량의 소리, 같은 고역과 저역의 소리들이 공평하게 들려오니 이런 평등·박애주의자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이 스피커를 통해 구태여 시청 공간 전면 복판에 오디오 시스템을 거치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번잡스러움에서 분명히 해방될 수가 있겠다. 다만 로고가 있는 면을 전면으로 놔야 한다. 따라서 2개의 볼이 전면이 아닌 측면으로 보이게 된다. 그 외에는 아무 제약도 없다. 그냥 방안의 편리한 위치에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듀에벨의 플래닛츠는 15cm 크기의 케블라 콘 우퍼와 25mm 크기의 PE 진동판을 사용하는 혼 트위터로 구성된 2웨이 스피커다. 사각형 인클로저 어디를 봐도 덕트가 보이지 않아서 밀폐형인가 싶었는데, 스펙을 보니 베이스 리플렉스. 덕트와 케이블 연결 단자는 바닥에 있다. 통을 들어야 나타난다. 그런 관계로 카펫 같은 곳에 올려 세우는 것보다는 약간 딱딱한 바닥에 거치하는 것이 옳겠다. 그리고 감도가 85dB로 매우 낮다. 그러나 출력이 떨어지는 50W 미만의 반도체 앰프로도 상관없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고, 이 또한 이 스피커의 큰 장점.

무지향성이라는 것만 내세우고 소리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장난감이지 스피커가 아니라는 그런 시각을 가져 보게 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햅쌀로 만든 가래떡이 뽑아져 나오듯 현은 끈기와 밀도가 있으며, 금관 밴드인 그렌 밀러 악단의 연주에서 각종 금관 악기들이 신선하기 짝이 없고, 소리의 윤곽도 또렷하고 투명하며, 상당히 개방적이다. 특히 보컬은 감성이 가득해 이 가격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마음 편하고 자연스러우며, 못 내는 소리가 없다. 음악을 좁은 방에서도 편하게 듣는 수준에 올라간다면 그야말로 의심의 여지가 없이 선택해야 할 제품이다.

매칭한 앰프의 제작사는 독일의 트라이곤. 이름이 아직 낯선 이 제조사는 25년 전에 독일의 한 대형 업체에서 근무하던 분이 독립해서 세운 소규모 제작사인데, 처음부터 합리적 가격대의 건실한 성능이라는 것을 표방한 탓으로 외모가 좀 평범해서 시선을 끌어당기는 맛은 없지만 소리는 뛰어나다. 훨씬 고가 제품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호 리뷰에서 특별히 여러 기종의 스피커와 물려 봤고 모두 훌륭했다. 아쉽다고 할 만한 스피커가 없었다.

엇비슷한 독일의 독립 제작사들도 몇 군데 있지만, 근래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곳이 트라이곤인데, 그만큼 반응이 좋다는 증거이겠다. 이 제작사는 주로 앰프를 만들며, D/A 컨버터, 포노 앰프, 헤드폰 앰프, CD 플레이어, 뮤직 서버 제품들도 있다. 또한 일본에서 인기가 좋으며 ‘곤’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그리고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부품이 건실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독자적인 기술력도 뛰어나며 고가격대도 아니면서 놀랄 정도의 신선·매끈한 소리가 공통적.

트라이곤의 엑스액트(EXXACT)는 동사의 인티앰프 제품 중 막내 급이며, 클래스D 앰프로 8Ω에 95W, 4Ω에 130W의 출력을 낸다. RCA, XLR 아날로그 입력은 물론 코액셜, 옵티컬 디지털 입력을 갖춘 D/A 컨버터가 내장되어 있고, 옵션으로 포노 스테이지를 더할 수 있다. 헤드폰 출력도 갖췄다.

이 매칭은 공통적으로 발성이 유연하고 일체감이 있어서 모든 소리가 싱그러우면서도 매끈한 온기가 느껴지고, 그러면서도 리얼하다는 느낌인데, 매칭 스피커와의 궁합도 뛰어나다. 침착·우아하며 절제의 맛이 있다. 그러면서도 깨끗하고 해상력이 단연코 증가한다. 현 독주와 피아노 독주에서 이 정도 리얼한 음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터. 깨끗하기만 하고 파워력이 있으면 귀가 피곤해지기 마련인데 이 매칭에서는 고품위 소리란 이런 것인가를 시종 느낄 수 있으니 이 정도 성공적인 매칭도 흔치 않을 것이다.


Duevel Planets
가격 220만원   구성 2웨이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cm, 트위터 2.5cm   출력음압레벨 85dB   임피던스 4Ω   파워핸들링 50W   크기(WHD) 26×84×15.6cm   무게 11kg

Trigon EXXACT Integrated
가격 390만원(포노 옵션 별매)   실효 출력 95W(8Ω), 130W(4Ω)   디지털 입력 Optical×2, Coaxial×2   아날로그 입력 RCA×3, Phono×1, XLR×1   REC/프리 아웃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2kHz(-3dB)   S/N비 -92dB 이하   디스토션 0.02% 이하   크로스토크 -86dB 이하   입력 임피던스 47㏀   크기(WHD) 44×11×38cm   무게 1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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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1년 06월호 -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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