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윤홍천(William Youn)이 슈베르트의 소나타 음반을 발표했다. 두 장의 음반에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21번(B Flat-Major, D.960)과 1번(E Major, D.157)을 비롯해 모두 5곡을 담았다. 첫 곡 D.960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곡인데, 서정적인 도입부에 이어 8마디부터 시작하는 저음의 트릴이 들려주는 어둡고 슬픈 정서의 대비가 매력적이다. 두 번째 CD의 첫 곡인 13번 D.664의 1악장의 주제 역시 왼손의 묵직한 저음과의 대비를 통해 한층 아름답게 들린다. 편안한 2악장을 지나 경쾌하면서도 유려한 3악장을 흥겨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1악장과 4악장이 미완성인 것으로 알려진 소나타 9번은 조용히 떨어지는 빗방울 같은 D.571의 ‘Allegro Moderato’가 아련하게 마음을 적신다. 14번 1악장은 사색하는 듯한 주제로 시작하지만 때론 어두운 계곡을 하염없이 거니는 듯 내면의 세계로 이끈다. 느린 2악장도 마냥 아름답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평안을 노래하고 있고 감정의 기복을 비교적 높은 진폭으로 그려내던 3악장은 확실히 무언가 다급하게 마지막 4개의 음을 여운으로 남기고 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피아니스트 윤홍천의 연주는 섬세하고 따뜻한 음색을 지녀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후에 발표될 슈베르트 음반과 올해 국내에서 예정된 독주회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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