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d VA-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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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d VA-One+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20.12.09 14:35
  • 2020년 12월호 (58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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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쿼드, 작지만 모든 것이 완성도 있게!

영국을 자랑하는 제품들은 대개 작다. 터무니없이 작은 것도 있다. 그중 미니 승용차와 쿼드는 대표 상품 중 하나다. 실용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영국인들의 기질이 잘 발휘된 탓이리라. 하지만 내구성도 뛰어나서, 한 번 사두면 오래오래 쓸 물건이 많다. 실제로 영국에 가보면 가는 도시마다 중심지에 중고 마켓이 형성되어 있다. 오래된 가구나 책, 음반 등이 좋은 컨디션으로 팔리는 것을 보면, 상품 하나 만들 때 얼마나 내구성을 중시하고 있는지 또 그런 물건을 얼마나 알뜰하게 쓰는지 절로 짐작이 간다.

이번에 만난 쿼드의 VA-One+는 그런 면에서 이런 전통을 실감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단 통상의 진공관 앰프에 비해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사이즈가 눈길을 끌고, 그 안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데에 또 놀라게 된다. 실제로 재보면 폭이 18cm에 불과하다. 이런 콘셉트라면 싱글 앰프 구성이겠지만, 자세히 보면 출력단에 EL84 네 개가 꽂혀 있음을 알게 된다. 대신 안길이가 짧지 않다. 약 28cm나 되며, 여기에 정교하게 배치된 트랜스 같은 경우 탄탄한 인상을 준다. 저 멀리 쿼드에서 만든 Ⅱ 진공관 파워 앰프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 콘셉트는, 이런 입문기에서도 여전하며, 덕분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그런데 본 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확실히 이 시대에 필요한 기능을 골고루 갖춘 실력기임을 알게 된다. 순수한 프리·파워 앰프뿐 아니라, 양질의 DAC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블루투스도 된다! 이 정도라면, DAC·인티앰프 구성이라 할 수 있으며,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대단하다고밖에!

우선 앰프 쪽을 보자. 정식으로 프리단이 설계되어 있다. 작다고 대충 생략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ECC83이 초단관으로 쓰이고 있다. 이후 ECC82를 동원해서 드라이브단을 꾸미고 있다. 대략 이런 사이즈라면 이 부분을 최대한 간략화한다. 하지만 음질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정공법적인 설계는 여러모로 신뢰를 준다.

한편 출력단에는 EL84가 네 개, 그러니까 푸시풀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출력을 최대한 줄여서 8Ω에 15W 정도로 멈췄다. 이럴 경우, 스피커 드라이빙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어지간한 스피커는 대부분 구동한다. 또 출력을 줄이는 대신 해상도, 투명도, 뉘앙스 등에 집중해서, 상당히 고급스러운 질감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쿼드는 출력을 적절하게 배분하면서, 그 퀄러티를 중시하고 있어서, 이 부분에서 신뢰를 가져도 좋을 듯싶다.

DAC부는 양념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이쪽이 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풍부한 내용과 입력단을 자랑한다. 코액셜, 옵티컬, 그리고 비동기방식 USB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신 RCA 입력단은 하나에 불과하다. 정말 필요한 것만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 부분은 약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대세가 디지털 입력 쪽으로 기운 마당에, 이런 정책이 현명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USB 디지털 입력은 PCM 384kHz, DSD 256을 커버하고, 여기에 쿼드의 오랜 아날로그 쪽 노하우가 투입되어 매우 자연스러우면서 따뜻한 음을 내고 있다. 진공관이 개입한 탓인지 모르지만, 실제로 본 기의 DAC를 활용해서 음을 들어보면 상당히 아날로그 느낌이 난다. 이것은 블루투스를 이용해도 마찬가지. 그 점에서 최첨단의 기능성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음에 대해서는 쿼드 특유의 내공이 적절히 발휘되고 있다고 봐도 좋다. 랭커스터 그레이라 부르는 마감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탄노이의 신작 플래티넘 B6을 동원했다. 쿼드와 탄노이의 매칭. 역시 명불허전이다.

첫 트랙은 테오도르 쿠렌치스 지휘의 말러 교향곡 6번 1악장. 초반에 군대가 행진하듯 단단하게 조여 온다. 기세가 등등하다. 반응이 빠르고, 전망이 좋다. 예전의 조합과 판이하다. 매우 현대적이며 또 싱싱하다. 현악기군의 아름다움과 위태로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런 변신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청명하면서 우아한 음은 이 시대에 걸맞은 품격과 퀄러티를 갖추고 있다.

이어서 토토의 ‘Rosanna’. 킥 드럼의 어택에 다양한 악기의 난무. 그러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스피커 구동력이 대단해, 마치 스튜디오에서 듣는 듯한 전 대역의 일체감과 일사불란함을 체험하게 된다. 동시에 진공관이 갖는 온기와 디테일도 잘 살아나고 있다. 듣다 보면 198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도 든다.

마지막으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초반에 무반주로 부르는 휘트니의 존재감이 무시무시하다. 잔향이 풍부하면서 침을 삼키거나 숨을 내쉬는 대목이 리얼하게 포착된다. 이어서 슬로우 템포로 전개되는 부분은 절로 긴장의 끈을 놓게 된다. 힘과 기교가 어우러진 무결점 보컬. 역시 지금 들어도 대단하다. 그리고 쿼드도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기능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포획했다는 점에서 새삼 높은 기술력을 실감한다.


가격 177만원  
사용 진공관 EL84EH×4, ECC82×2, ECC83×1  
실효 출력 15W  
디지털 입력 Optical×1, Coaxial×1, USB B×1  
아날로그 입력 RCA×1  
주파수 응답 20Hz-50kHz(-3dB)  
THD 0.5%  
S/N비 90dB  
블루투스 지원(aptX)  
헤드폰 출력 지원(6.3mm)  
크기(WHD) 18×16.3×28.4cm  
무게 10.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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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20년 12월호 -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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