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Magnetic Audio LM-217IA Graham Audio BBC LS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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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Magnetic Audio LM-217IA Graham Audio BBC LS5/9
  • 김기인
  • 승인 2016.06.01 00:00
  • 2016년 6월호 (52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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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클래식의 신선한 만남을 추억하며

낯선 앰프 이름을 스테레오파일에서 발견하고 정체가 궁금했었는데, 마침 시청의 기회가 주어져서 반가웠다. 라인 마그네틱은 웨스턴 일렉트릭 키드였던 형제 둘이서 10여 년 전에 설립한 회사이다. OEM 제작사로 웨스턴 진공관과 앰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스피커와 CDP, DAC에 이르는 아날로그-디지털 토털 솔루션 공급사라고 할 수 있다. 시청한 LM-217IA는 골드와 실버로 분류되어 있는 동사의 앰프 라인업 중에서 실버 시리즈에 해당하는 최신 제품이다. 300B를 메인 출력관으로 싱글 구성한 8W 출력의 인티앰프이다.
그래험의 LS5/9는 현 시점에서 BBC 라이선스에 따라 제작되고 있는 유일한 LS5/9의 제조사이자 제품이다. 종종 BBC가 지정한 ‘그레이드 1’ 등급의 LS3/5의 경우는 다수의 제조사들이 근래에까지 제조를 지속해왔지만 정작 대역을 넓힌 ‘그레이드 2’에 위치한 업버전 LS5/9의 리메이크는 활발치 않았던 것 같다. 한눈에 보기에도 로저스의 최후 버전으로 익숙한 벌집 그릴을 씌운 오닥스의 패브릭 돔 트위터를 장착하고 있는 모습은 애호가들을 흥분시킬 수도 있어 보인다. 미드·베이스는 투명 PP(폴리프로필렌)로 제작했으며,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적정 연성의 고무 에지로 고정시켰다.

조합 시청에 대한 콘셉트의 기사라서, 각 제품의 세부적인 내용은 이미 작성되어 있는 다양한 제품 정보를 참조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합의 사운드를 요약하자면, 선도가 높은 자연주의적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해야겠다. 음원 속 어쿠스틱 정보를 광대역과 세부 묘사로 재현한다거나 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다소 단편적인 느낌이 들지라도 피부의 청순한 빛깔과 악기의 강렬한 색채 등을 여과 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주는 스타일이다. 카메라로 비유하자면, 최신 기종의 세부 묘사와 고속 연사로 포착하는 정밀한 장면이라기보다는 라이카와 같은 마이크로적인 집중력과 다이내믹한 아웃포커싱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핏 올드한 방식에, 대충인 듯 보일지 모르지만 최신예 기술이 구현 못하는 특유의 진지한 발색과 선열한 입체감의 매력이 강렬하다. 대역의 폭이 넓지 않고 저출력인 관계로 파워 핸들링이 다소 작게 만들어지지만 정교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와 정밀한 레이어링이 기여하는 독특한 입체감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레트로 하이엔드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시청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시청을 했다. 하루가 넘게 꼬박 번-인을 한 관계로 혹시 둘 중 하나가 신품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제 소리를 낼 준비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비가 내리는 아침에 들었던 바흐의 B단조 미사 중 듀엣 곡은 실로 싱그러운 음색과 이미징을 들려주었다. 소리만으로도 잠을 한 꺼풀 깨워주는 수준의 싱싱한 감촉이었다. 이 소리의 핵심을 300B에 있다거나 LS5/9의 크로스오버에 있다거나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이고, 조합의 결과물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었으며 양쪽 모두 소정의 목표대로 과거의 사운드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은 심미적이면서도 심각하지 않을 만치 유쾌한 느낌을 주는 음의 감촉과 질감이었다. 린 레코드의 무손실 MQS 버전으로 시청해 본 존 버트 & 던딘 콘서트 연주의 바흐 B단조 미사 ‘Domine Deus’는 익숙하게 시청해온 최신예 광대역 스피커들의 정교함이나 세밀함과 다른 방식의 선예도가 뭔가 선명한 외곽선을 그려낸다. 기본적으로 섬세하고 가는 스트로크이지만 진하고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있다. ‘뭐랄까… 심금을 울린다고나 할까?’ 마치 원적외선처럼 몸을 관통해서 음파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충분히 선명하지만 음파의 느낌이 아름답게 느껴져서 한 곡을 다 듣는 동안에도 심각해지지 않는다. 정교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또한 이 조합의 생동감을 잘 살려낸다. 약음에서 힘이 순간 실리는 단계까지의 연속음과 분절의 순간이 뚜렷한 대비로 느껴지며 선명한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낸다. 이건 LP를 들을 때의 인상과 비슷한 순간이다. 독특하다.
대역이 조금 낮은 배경과 보컬의 단편 구성 연주를 들어보아도 역시 이런 느낌은 거의 같은 상태로 유지된다. 둔탁한 순간을 만들지 않은 만큼의 드라이브와 어쿠스틱에 맞게 구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라 맥라클란의 ‘Angel’ 도입부의 베이스 슬램은 풀레인지 대역의 스피커와 비교하면 중량감이나 드라마틱한 느낌은 덜하다. 그런 시스템에서 만들어지는 비장함 대신 라인 마그네틱과 그래험의 조합은 깨끗하고 투명한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준다. 청순한 사라 맥라클란의 싱그러운 어쿠스틱이 상쾌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 보컬의 입이 동작을 시작하고 신음 같은 약음이 흘러나오는 순간들의 디테일한 묘사는 매우 순도 높게 잘 표현된다. 오히려 높고 강한 음이 없는 대역에서 세부 묘사는 더 선명하게 살아나고 있어 보인다. 이건 과연 스피커의 특성인지, 앰프의 앰비언스 효과에 따른 그라데이션인지 모르겠지만 얇은 레이어들의 정교한 복합층이 떠올라서 대단히 입체적인 전후 간 스테이징이 생겨나 있다.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순간이다.

다소 오래전에 녹음한 유사한 성향의 녹음이라 판단되는 음원을 시청해보니 이런 성향은 오히려 감소한다. 질감만을 남기고 다소 평면적인 느낌이 되었는데, 이건 원래 음원을 그대로 반영하는 비율에 따른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졌다. 그뤼미오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통의 울림은 적당히 절제되어 작고 정교한 울림을 들려준다. ‘차지다’는 표현이 이와 비슷한 경우가 될 것 같다. 반면 보잉의 끝은 뭔가 단호하고 분명해져 있음을 느낀다. 연주는 유연하지만 음의 마무리 스타일이 그렇게 들리게 한다. 이에 따라 바이올린에서 좀더 절도가 생겨나 있고 새김도 분명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원고 작성까지 날짜가 빠듯해서 집으로 제품을 이동하는 일을 번거롭게 생각했다면 그 기회를 놓칠 뻔했던 모처럼의 아름다운 사운드였다. 그냥 아름답다고 하는 일반적인 표현이 아니라 푸짐하지 않지만 생동감과 입체감이 마이크로적으로 정교하게 작동하는 미학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조합을 기획적으로 떠올렸다면 이미 대단한 감각과 공력을 보유한 인물이라고 생각되었으니까. 약 50년 전 대서양 양안에 있던 양대 조류가 환생해서 만들어 내는 사운드라는 거창한 상상을 해보았다. 분명히 이 소리에는 R&D와 하이테크가 주도하는 최근의 소리를 무색하게 하는 고품질의 클래식이 담겨 있었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Line Magnetic Audio LM-217IA
가격 320만원   사용 진공관 300B×2, 12AX7×2, 12AU7×2, 5U3C×1, 5AR4×1   실효 출력 8W  
주파수 응답 10Hz-50kHz(-1.5dB)   THD 1%   S/N비 87dB   입력 감도 180mV   입력 임피던스 100KΩ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37.6×19.1×34.5cm   무게 19.6kg 

 

Graham Audio BBC LS5/9
가격 660만원(로즈우드), 600만원(체리)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20cm, 트위터 Son Audax HD13D34H   재생주파수응답 50Hz-16kHz(±3dB)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dB/2.83V/m   크기(WHD) 28×46×27.5cm   무게 1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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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 -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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